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85화(289/319)
“아무개의 제자가 있소. 아무개의 심복과 같은 아이이지.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곳이 석가장이오.”
하북성 남단 석가장.
크지 않은 도시이나 길목의 중심에 있어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된 위치.
남단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가득한 험한 산이 있어 몸을 숨기기엔 적합한 곳이었다.
“석가장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였다면 저희라도 쉬이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리에 밝은 당호진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귀호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신들보고 찾아달라는 게 아니오. 아무개의 제자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소.”
“알고 계신다면 직접 찾아가시면 되잖아요?”
“그 아이를 찾아갔다가 아무개가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면 어쩌오?”
금련비가 ‘아….’ 낮게 탄식했다.
천귀호가 유강의 손을 붙잡았다.
“부탁하오. 당신들이 한 번만 만나봐 줄 수 없겠소?”
“아무개를 찾으면 어찌하려 하십니까.”
“타구봉은 둘째 치더라도 얘기를 들어보고 싶소. 어째서 그리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인지….”
천귀호의 표정이 아픔으로 일그러졌다.
“아무개는 나도 존경하고 따르던 이였소. 방주의 오랜 친우이기도 하였지.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우리는 아주 화목하였단 말이오.”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무개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개방이 흔들리고 존경하던 이들을 잃었으니 그 아픔이 클 수밖에.
천귀호는 유강의 손을 부여잡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어깨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안쓰러운 모습에 금련비와 당호진 역시 측은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만나보겠습니다.”
“!”
천귀호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 놀라움과 감격이 가득했다.
“…정말이오?”
“예. 무림맹도 개방의 안위를 바라고 있으니 후개께서 청하신 도움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자, 잠시만 기다리시오…!”
천귀호는 유강이 마음을 바꿀세라 후다닥 종이에 아무개의 심복이 있는 곳을 적어 주었다.
“석가장에 있는 주루 이름이오. 들어간 흔적은 있으나 나온 흔적이 없으니, 아마 그곳에 있을 것이오. 다만….”
“?”
“워낙 경계가 삼엄하고 입장 패를 가진 이들만 받고 있어 들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오.”
난처해하는 기색이 개방으로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눈치였다.
유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저희가 해결해 보겠습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이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
천귀호가 유강의 손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의 미소에 안도와 기쁨이 가득했다.
개방을 떠나온 유강 일행은 곧장 석가장으로 출발했다.
이제는 행적을 숨길 필요가 없었기에 세 사람은 말을 타고 움직이기로 했다.
“잘 전해줘. 혹시라도 엇갈리지 않게.”
유강이 설매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설화에게 날려 보냈다.
석가장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을 적은 전서였다.
“대주님.”
그사이 말을 빌리러 다녀온 당호진과 금련비가 세 마리의 말을 끌고 돌아왔다.
당호진에게 고삐를 넘겨받은 유강은 단번에 말 위에 올라탔다.
그를 따라 말에 오른 금련비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충격이네요. 장로가 방주를 죽이다니. 방주 자리가 탐이 나서였을까요?”
당호진이 금련비의 뒤쪽으로 따라붙으며 대답했다.
“타구봉이 없으면 방주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지만, 타구봉만으로도 방주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설마 개방 장로나 했던 사람이 몰랐을 리는 없겠지요.”
“그럼, 후개를 방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타구봉을 가지고 도망갈 정도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주님께선 어찌 생각하십니까?”
당호진이 유강에게 물었다.
말없이 앞서서 말을 끌던 유강은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자, 전대 방주를 한 번도 높여 부르지 않았습니다.”
“네?”
“후개라면 전대 방주의 제자입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존경한다면 방주님이라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천귀호 말입니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존경하는 이에겐 존칭이 나오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구양도만 떠올려보아도 제 스승에게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
금련비가 놀란 표정으로 제 턱을 문질렀다.
“한 번도 방주님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방주라고만 지칭했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면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이상한 부분이다.
더군다나 천귀호는 방주의 죽음을 말하며 아직도 슬픔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누구도 믿지 말라.”
“명심해. 아무도 믿지 마.”
설화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
유강이 손에 힘을 주어 고삐를 말아 쥐었다.
그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우리가 먼저 그 개방 장로를 만나봐야겠습니다.”
금련비와 당호진 역시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르죠.”
이랴- 하는 외침과 함께 세 사람의 말이 속도를 내어 석가장을 향해 달려 나갔다.
* * *
해가 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설화는 제 앞에 놓인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성인 남성의 인피면구와 값비싸고 화려한 의복. 그리고 손바닥만 한 종이.
종이엔 ‘청린루’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하북성 석가장에서 가장 큰 주루입니다.”
설화의 시선이 종이로 향한 것을 본 하오문주가 말했다.
“특이하게 귀빈을 위한 내실이 따로 있지요. 매년 초하루에 한 해의 벌이를 따져 가장 많은 돈을 쓴 이들에게만 출입 각패를 내어준다고 합니다.”
내실의 연회는 달포에 한 번씩 열린다.
주루에서 준비할 수 있는 최상의 음식과 음악, 예기들이 귀빈들을 맞이하는데, 그 연회의 화려함은 하북을 넘어서 퍼져나갈 정도였다.
“그 연회에 드나드는 이들 중 아무개를 숨겨주고 있다고 하는 상단주가 있습니다.”
“각패는 어떻게 얻을 수 있나요?”
하오문주가 소매에서 각패를 꺼내어 설화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미 준비해 놓았지요.”
그녀의 입술이 부드러이 호선을 그렸다.
“소인은 하오문주가 아닙니까.”
중원 전역의 주루를 손에 넣은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이 충성을 맹세한 이는 다름 아닌 설화였다.
설화도 마주 미소 지으며 각패를 집어 소매에 넣었다.
“든든하네요.”
“도움을 드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누구를 찾아야 하죠?”
“그 또한 준비해 놓았습니다. 루주에게 말해 약속을 잡아 놓았으니, 도착하시면 준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설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도련주의 가면을 쓰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출발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