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87화(290/319)
* * *
누가 보아도 비싸 보이는 질 좋은 비단옷에 온몸을 뒤덮은 화려한 장신구.
동그란 눈과 송충이 같은 짙은 눈썹을 가진 중년의 남성.
“귀하신 분께서 저를 찾으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은봉상단(銀鳳商團)의 상단주 장위관은 허허, 웃으며 맞잡은 손바닥을 비볐다.
“청린루의 루주께서 저를 찾으신다는 얘기에 어찌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장위관은 맞은편에 앉은 이를 청린루의 루주라고 알고 있었다.
의심 많은 상단주를 불러내기 위해 하오문주가 설화의 일행을 청린루 루주라고 일러놓은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난 청린루의 루주가 아니오.”
장위관의 입매가 설핏 굳었다.
“루주의 인장을 확인하였습니다만.”
“루주의 도움을 받긴 하였소.”
“….”
장위관의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
장위관은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그의 뒤에는 그가 대동한 호위무사들이 있었으나, 별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불러낸 청린루의 루주에겐 화가 났으나 이런 때일수록 이성을 유지해야 했다.
“무슨 일로 소인을 찾으셨습니까?”
“그대가 개방의 아무개를 숨겨주고 있다고 들었소.”
“예? 개방의 아무개… 말씀이십니까? 이름이 아무개가 맞는지요?”
장위관은 태연자약하게 반응했다.
그가 아무개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하는 이라면 속아 넘어갔을 수도 있을 정도로.
타악-
장위관은 남자가 탁자 위에 올려놓은 물건을 바라보았다.
번쩍번쩍하여 한눈에 시선을 끄는 그것은 다름 아닌 금괴였다.
“한 궤짝이면 충분하겠소?”
“예, 예?”
장위관은 긴장된 표정으로 맞은편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무개를 찾으려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예상하였으나, 남자가 제시한 돈은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장위관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 흥미로운 기색이 감돌았다.
“그대가 어떠한 이유로 아무개를 숨겨주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를 보호하려고 찾는 것이오.”
“…저, 저는 당최 아무개가 누구인지….”
타악-
장위관이 흠칫 놀라며 탁자 위를 바라보았다.
또 금괴인가?
설마 두 궤짝?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바라본 탁자엔 웬 돌멩이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손가락 길이의 크지 않은 돌멩이였다.
갑자기 웬 돌멩이?
“이것을 아무개에게 보여 주시오. 하면 나를 만나려 할 것이오.”
장위관은 잠시 말없이 돌멩이를 바라보았다.
“아무개를 만날 수 있게 된다면 금괴는 도와준 답례로 드리겠소.”
“…!”
장위관이 멍한 표정으로 돌멩이의 윗부분에 새겨진 무(舞)라는 글자를 빤히 보길 잠시.
“누구시라 전하면 되겠습니까?”
“이것을 보여 주면 그자가 알 것이오.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그러지요.”
장위관이 돌멩이를 집어 품에 넣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조만간 소식을 가져오겠습니다.”
* * *
후욱-
유강은 그대로 복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복면인의 수는 총 셋.
두 명의 복면인이 유강을 발견하자마자 전투태세를 취했고, 남은 한 명의 복면인은 춘팔의 목을 내려쳐 기절시키고는 둘러멨다.
캉- 카카카캉!
유강과 두 명의 복면인이 부딪혔다.
그 사이를 틈타 춘팔을 데려가려 했던 복면인은 세 걸음을 채 떼지 못했다.
쉬익- 파파파팍-!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그의 발치 앞에 쏟아진 것이다.
“!”
복면인이 빠르게 가까워지는 기척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저 앞에서 한 남자가 달려오고 있었다.
“….”
복면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춘팔을 한쪽에 던져버리고 품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곤 달려오는 이를 상대하려던 그때.
후욱- 퍼퍼퍼펑!
무언가가 그의 앞에 떨어져 폭발하며 희뿌연 연기를 퍼트렸다.
복면인이 쿨럭이며 연기를 헤치고 황급히 빠져나왔을 땐, 웬 활을 든 여자와 연막탄을 던진 남자가 어느새 춘팔을 들쳐 업고 도망치고 있었다.
“…!”
복면인이 그 뒤를 쫓으려 할 때였다.
후우욱-!
“!”
위압적인 기척에 복면인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도가 콰직-! 땅을 찍어 내렸다.
“당신 상대는 난데.”
분명 두 명의 동료가 상대하고 있던 도를 든 남자가 어느새 제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어리둥절한 복면인 곁으로 나머지 두 복면인이 다가왔다.
세 복면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짧은 시선을 나눴다. 그러곤.
쉐엑- 쉐에엑-!
세 명의 복면인이 동시에 유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유강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캉-! 카카캉!
쒜엑- 쒜에엑-!!
공기를 찢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귓가를 거슬렀다.
카캉-! 카앙!
유강은 도를 휘둘러 공격을 막으며 복면인들의 무기를 살폈다.
반달 모양의 무기는 날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했다.
공기를 베어내는 것이 아닌 찢는 듯한 이 소름 끼치는 소리도 날이 고르지 않은 탓인 듯했다.
스치기만 해도 살갗이 찢어지고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 분명한 무자비한 무기.
‘상대를 잔혹하게 찍어 누르려는 의도로만 만든 무기야.’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 인간의 존엄성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리고 이 공격.’
복면인들의 움직임은 독특했다.
비무대회를 치르며 수많은 무공과 전투를 보았으나, 이런 무자비한 전투는 듣도 보도 못했다.
그렇다고 이들을 흑도 무림인이라 할 수 있는가?
‘달라.’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긴 어려우나 이건 자신이 알던 중원의 무공이라 볼 수 없었다.
쉑- 쒜에엑- 카앙-!
복면인들은 유강을 향해 공격을 쏟아부었다.
어떠한 방식이나 규칙 없이 말 그대로 무자비하게.
소란을 키울 수 없으니 공력을 쓸 수도 없는 상황.
유강은 가까스로 복면인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당호진과 금련비의 기척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막 담을 넘으려 하고 있었다.
‘춘팔이 때문에 담 넘기가 쉽지 않을 것….’
그 순간.
쒜에엑-
아차, 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 한 복면인이 휘두른 날은 이미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머리를 숙여야….’
반사적으로 도를 쥔 손을 뒤집어 도의 손잡이 뒤로 날을 쳐올리는 것과 동시에 몸을 숙이던 그때.
쒜엑- 카앙!
어디선가 날아온 비도가 유강을 위협하던 날을 쳐냈다.
그 덕분에 날은 아슬아슬하게 유강의 머리카락 끝을 베며 허공에 휘둘렸다.
그다음은 순식간이었다.
탓-
어디선가 나타난 또 다른 복면인의 검은 조금 전 세 복면인보다도 더 무자비하게 그들을 베었다.
쉬익- 서걱-!
유강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던 이의 팔을 베고, 이어서 그의 목을 베었으며.
쐐애액-!
허공에서 휘돌아 다른 복면인의 공격을 피하며 그 공격을 휘두른 이의 손을 베었다.
“크아악-!”
고통에 찬 단말마는 멀리 퍼져나가지 못했다.
유강은 뻥 뚫린 밤하늘 아래 유려하게 적들을 베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타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