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1)_2
작게 터트린 웃음은 점차 커지더니 천귀호는 이내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끌끌끌끌끌!”
“….”
“장난이오, 장난.”
천귀호가 손을 내저었다.
“내 그 아이를 어찌 죽이겠소. 얼마 전까지 한 가족이었던 아이를. 그리고 도망친 것이 그 아이의 뜻이었겠소? 아무개가 시킨 거겠지.”
그가 유강의 어깨를 툭툭, 쳤다.
“걱정 마시오. 죽일 생각 전-혀 없으니!”
끌끌끌….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유강이 짧게 고개를 숙였다.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약속을 받아낸 직후 유강은 처소로 돌아가 춘팔과 함께 개방을 찾았다.
춘팔은 두려울 법도 하건만,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어깨 쫙 펴고 당당히 개방의 본거지를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오히려 놀라웠다.
‘춘팔이도 그사이에 많이 변했구나.’
어릴 적엔 악쓰고 성질만 내던 놈이.
하기야 생각해 보면 자신에게 두들겨 맞고도 포기하지 않고 덤비는 놈은 춘팔 하나뿐이었다.
“어서 와라! 이게 얼마 만이냐, 춘팔아!”
천귀호는 약속대로 춘팔을 환대했다.
춘팔이 들어서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전쟁이라도 치를 듯한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춘팔이 오히려 당황하여 유강을 바라볼 정도였다.
“이놈아,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도망을 가긴 왜 가냐!”
천귀호가 춘팔의 등을 퍽, 퍽 쳤다.
“자, 앉아라. 그간 있던 일이나 들어보자. 그쪽은 잠시 비켜주겠소?”
“죄송하지만 여기 있겠습니다.”
유강은 단호하게 뜻을 내비쳤다.
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적진의 한 가운데에서 춘팔의 곁을 떠날 순 없었다.
“필요하시다면 기막을 치십시오.”
천귀호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괜찮소. 있으시오. 앉아라, 춘팔아.”
춘팔이 익숙하다는 듯 돌 탁자 앞에 털퍼덕- 앉았다.
탁자 위에 놓인 찻물을 빤히 바라보다가 천귀호 쪽으로 쑥, 밀며 춘팔이 말했다.
“사부님은 방주님을 죽이지 않았어요.”
“네가 봤냐?”
“아뇨.”
“근데 어째서 그리 확신하냐.”
“그럴 분이 아니시잖아요. 후개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
춘팔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던 천귀호는 웃음기 사라진 표정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 할 것 아니냐. 이리 숨어 피하기만 하면 무슨 대화를 하겠냐는 거야.”
“그건 후개께서 사부님을 죽이려 하시니…!”
“안 죽여.”
“….”
“그래, 이전엔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지. 너도 알다시피 방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고 그걸 망친 게 아무개 형님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말이다?”
천귀호가 이마를 긁적였다.
“생각해 보니 형님께도 무슨 이유가 있겠더라고. 네 말대로 그럴 분이 아니시잖냐.”
천귀호가 춘팔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니, 형님이랑 대화나 해볼 수 있게 네가 좀 도와주면 안 되겠냐?”
천귀호의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춘팔을 달래려는 것 같기도, 진심으로 상황을 걱정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모습에 오히려 당황스러워 보이는 쪽은 춘팔이었다.
“부탁이다. 춘팔아.”
두 사람의 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던 유강은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한데.’
겉으로 보기엔 예상보다 차분하게 문제없이 대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어딘가 어긋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유강은 얼마 안 가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