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89화(292/319)
대화를 마친 춘팔은 복잡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춘팔이 먼저 막사를 나가고 그를 뒤따라 나가려던 유강은 걸음을 멈추고 천귀호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시오.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남으셨소?”
“춘팔이에게 그러셨죠. 아무개 장로가 방주님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어찌 확신하느냐고요.”
“그랬소.”
“후개께선 그자가 방주를 죽인 것을 어찌 확신하십니까?”
오가던 대화에서 느낀 위화감의 정체는 이것이었다.
춘팔은 분명 자리에 앉기 무섭게 아무개의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왜 그리 생각하느냐는 물음.
그다음은 개방의 분위기를 망친 것에 화가 났으나, 이제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결국, 아무개가 방주를 죽이지 않았을 거란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한 대답이지 않은가.
“저희에게도 그러셨죠. 그자가 그런 일을 벌인 이유를 묻고 싶다고 말입니다.”
“….”
“직접 보신 것입니까?”
아무개가 방주를 죽인 것을?
천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단호한 표정에서 그가 아무개의 살인을 여전히 확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숨기고 계신 것을 말씀해 주셔야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내 부탁은 춘팔이를 찾는 일까지였소. 그 뒤는 우리 개방의 일이오. 하나,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소. 나는 개방을 위해 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놈이오.”
“…알겠습니다.”
무림맹은 세력의 일에 마음대로 간섭할 수 없다.
그것이 중원 무림을 위협에 빠트릴 만한 일이라면 더더욱.
결국 유강은 의심과 궁금증을 남긴 채 걸음을 돌려야 했다.
유강은 천귀호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막사를 나왔다.
춘팔은 막사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강은 춘팔과 함께 개방의 본거지를 빠져나왔다.
두 사람은 한참이나 달려 본거지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어때?”
“아무도 안 따라와.”
개방의 미행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미행이 없다는 말에 춘팔은 더 복잡해진 표정을 지었다.
“정말 나를 그냥 놔 주려는 건가…?”
“같은 개방도잖아.”
“그건 그렇지만….”
춘팔이 개방의 본거지 방향을 흘낏 보곤 말했다.
“얼마 전에는 척살령까지 내렸었다고. 마주치는 놈들마다 달려들어서 거의 죽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그 정도였어?”
춘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라면 아무 일 없이 후개를 만나고 무사히 빠져나온 이 상황이 의뭉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고맙다. 네 덕분에 두 번이나 살았다. 너 없었으면 내 목은 벌써 떨어졌을 거야.”
춘팔이 제 목덜미를 손으로 쓸며 고마움을 표했다.
“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
“사부님께 가 봐야지. 오늘 있었던 일 말씀드리고 어떻게 하실 건지 여쭤봐야 하니까.”
“혼자 괜찮겠어? 같이 가 줄까?”
“너 달고 가면 사부님한테 맞아 죽으라고?”
춘팔이 큭큭, 웃으며 유강을 툭. 쳤다.
“이래 봬도 나 꽤 강하다.”
“그래 보여.”
“상황 좀 정리되면 한번 붙어야지? 참고로 그땐 내가 이긴 거다. 네가 튀었으니까.”
춘팔의 말에 유강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입장에선 갑자기 사라진 자신이 도망친 것이라 생각할 만했다.
“당연하지. 조심히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래.”
춘팔은 마지막으로 인사한 후 아무개가 있는 곳으로 떠났다.
유강은 춘팔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의 뒤를 지켜보았다.
* * *
하북은 절벽이 유독 발달한 지형이었다.
산세가 워낙 거칠고 봉우리가 뾰족해 가파른 산이 많은 탓이었다.
그래서일까.
하북의 산을 보고 있으면 유강은 화산을 처음 오른 날이 떠올랐다.
무공은 익히지 않았으나, 타고난 근골은 튼튼하다고 자부함에도 오르기 험난했던 화산.
행여 쫓아가지 못하면 버리고 갈까 두려워 악을 쓰고 다리를 움직였던 그때.
‘그때도 그자는 화산을 무너트릴 생각만 하고 있었을까.’
자신을 화산으로 데려가던 그때도.
자신에게 화산의 무학을 가르치던 때도.
그에게 화산은 이미 적이었을까.
바스락.
상념에 젖어있던 유강이 들려온 인기척에 미소 지으며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커다란 바위 뒤편에서 설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어?”
“응.”
설화는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설매를 따라 수풀을 헤치며 인적이 없는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험한 산으로 이루어진 광활한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은 마치….
‘화산….’
설화가 유강을 바라보았다.
그는 제가 앉아 있던 바위의 옆을 손으로 툭툭 털고 있었다.
“여기 앉아.”
“…응.”
설화가 유강의 옆에 앉았다.
유강이 설화의 눈을 마주치는 대신 절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네 말대로 춘팔이랑 후개를 만나게 했어. 춘팔이한테 아무개를 만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더라. 근데, 아무개 장로가 만나려고 할까?”
“아마 직접 만나려고 하진 않을 거야.”
신물을 지키고 있어야 하니까.
신물을 가지고 후개를 만나면 빼앗길 위험이 크니 더더욱 피하려 하겠지.
“하지만 만나게 할 거야.”
“어떻게?”
“아무개가 긍정의 답신을 보내왔어.”
어젯밤, 은봉상단의 상단주 장위관이 그를 통해 보낸 증표에 대한 답을 가지고 찾아왔다.
돌아온 대답은 ‘직접 찾아가겠소.’라는 말.
혹여 개방의 상황이 위험하니 만남을 후일로 미루거나 거절할 수 있으리라고 각오했는데, 다행히 만나주겠다는 대답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얘기를 들어 보고 가능하면 후개와 만나 보라고 설득할 생각이야.”
“위험하진 않을까?”
“위험할 거야. 아마.”
이전 생에서도 그는 혈교의 손에 죽었으니까.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히 누가 그를 죽였는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개방이 혈교 아래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그 역시 희생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위험할 가능성이 커.’
아무리 이전 생과 상황이 바뀌었다곤 하나, 안심하긴 이르다.
“그래서 부탁이 있어.”
설화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만일 교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절대 끼어들지 마. 너도, 당 공자도, 금 소저도.”
“…뭐?”
유강의 시선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교전에 끼어들지 말라니. 그럼 싸우는 걸 지켜보기만 하라는 건가?
“대신 몸을 숨기고 있다가 아무개와 춘팔이 위험해지면 두 사람을 지켜줘. 혹시라도 우리가 밀리면 두 사람만은 지켜야 해.”
그래야 다음이 있을 테니까.
“…너는?”
“어차피 나는 사도련주로 있을 거니까 괜찮아. 아무도 나를 쉽게 죽이지 못해.”
유강이 할 말 많은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나 사도련주의 힘을 사용하는 설화가 얼마나 강한지 유강은 잘 알고 있었다.
무영마신의 설화는 최소 화경의 경지.
그녀의 말대로 자신들이 끼어들면 싸움은 더 복잡해질 수 있었다.
결국 유강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설화만 위험한 일에 내모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지만, 그 자리에 있으면 언제든 도와줄 수 있으니까.
더군다나 지금쯤 무림맹에서도 서신을 받고 이곳의 일을 알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