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86화(294/319)
촤촤촤촤앙-! 채챙! 촤아앙-!
힘차게 도를 부딪치고 긁는 소리가 연회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현란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절로 자아냈다.
순식간에 두 번째 공연이 끝이 나고 연회의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두 번째 공연의 무리가 우르르 빠져나올 때, 그 속에 섞여 있던 유강은 주위를 살피며 슬쩍 자리를 빠져나오려 했다.
그러나 그가 방향을 틀어 무리에서 벗어나던 순간, 한 시비가 그의 앞을 막았다.
“…?”
“귀빈께서 부르십니다.”
“…예?”
유강의 덧칠한 짙은 눈썹이 휘어졌다.
“귀빈께 지목되셨습니다. 가시지요.”
무희들 속에 숨어들어 지목의 의미를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몰래 빠져나갈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유강은 잠시 도망쳐야 하나 고민했다.
하나, 여기서 도망친다면 소란이 일어날 것이고 소란은 이목을 끈다.
주루에 숨어든 것이 밝혀진다면 아무개의 제자가 도망칠 수도 있는 상황.
‘어떻게 해야….’
“귀빈께서 오지 않으려 한다면 이렇게 말하라 하셨습니다. ‘오지 않으면 깨죽만 먹게 하겠다.’ 라고요.”
“…?”
깨죽?
왜 갑자기 깨죽을 먹이겠다는….
‘!’
깨죽은 숭산에 있을 당시 굉천을 보필할 때 식재료가 없어서 자주 해먹은 음식.
그리고 깨죽을 만들다가 재회한 사람은….
‘설화구나!’
유강의 표정이 한순간 밝아졌다.
“어서 앞장서십시오. 어서요.”
유강은 순순히 시비의 뒤를 따랐다.
* * *
쟤가 왜 저기 있어…?
왜?
설화는 제 눈을 의심했다.
두 번째 공연을 펼치는 무리 속에 유강이 있었던 것이다.
설화는 그제야 설매를 통해 그가 보내온 전서의 내용을 떠올렸다.
[개방 방주 살해됨. 개방 장로 아무개가 개방의 신물을 갖고 있음. 아무개의 제자 추적. 석가장으로 이동.]유강 일행이 자신과 같은 이를 쫓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다만, 자신은 아무개를 숨겨준 상단주를 찾는다면 유강은 아무개의 제자를 쫓는다고 했다.
목적지는 자신과 같은 석가장.
거기까진 알겠는데, 어째서.
‘저런 차림으로 춤을 추고 있는 건데…?’
설화는 곧바로 시비에게 시켜 유강을 불러오게 했다.
공연이 끝나고, 이윽고 시비가 유강을 데려왔다.
마찬가지로 유강을 알아본 령의 입이 떡, 벌어졌다.
배와 등을 전부 드러낸 화려한 의복.
눈가를 붉은색으로 덧칠한 진한 화장과 짙게 그린 눈썹.
‘이분은 여기서 왜 이러고 계시는 거지?’
자리에 도착한 유강이 설화의 일행을 보곤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진한 화장 탓에 그 미소가 요염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이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시비가 상석 옆자리에 유강을 앉혔다.
유강은 자연스레 자리를 잡고 앉아 술병을 집어 들었다.
그 뻔뻔스러운 태도에 설화가 미간을 찌푸리며 전음했다.
–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유강이 제 곁에 앉은 이의 얼굴 옆선을 흘낏 확인했다.
예상한 대로 인피면구였다.
– 뭐 하긴. 전서로 말했잖아. 아무개의 제자를 쫓고 있다고.
– 근데 왜 여기서 이런 차림으로 이러고 있냐는 거야.
– 주루에 들어오려면 어쩔 수 없었어. 각패를 구하기엔 시간이 없었고, 마침 도무(刀舞)를 준비하고 있었고.
– 내가 알아보지 못했으면 어쩔 뻔했어? 저들 중 하나라도 너를 불러냈으면…!
타오르는 설화의 시선 속에서 유강은 태연하게 잔에 술을 따랐다.
조르륵.
백화로(百花露)의 진한 꽃향기가 두 사람 사이로 간지럽히듯 퍼져나갔다.
“무얼 그리 불안해하십니까. 저는 지금 이렇게 귀빈의 곁에 있지 않습니까.”
“…!”
술잔을 따르는 손짓이 예사롭지 않았다.
유강이 빙긋 웃으며 시선을 맞춰왔다.
“어떠십니까? 어여뻐 보이십니까?”
“….”
두 사람의 시선이 짧은 시간 맞물렸다.
아름다운 선율이 연회장에 흐르고, 붉은 연등이 하늘로 떠올랐다.
‘….’
설화는 짧은 숨을 삼키며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꼼지락거려서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 …그래서, 이 주루에 아무개의 제자가 있어?
– 후개 말로는. 근데 너는 왜 여기 있어?
– 아무개를 숨겨주고 있는 상단주가 이 연회에 참석한다고 해서.
– 그렇구나.
조금 더 같이 있으면 좋으련만.
두 사람에게는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유강이 아쉬운 표정으로 술병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 보아도 되겠습니까?”
그를 짧게 올려다본 인피면구의 남자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곤 벗어둔 제 장포를 건넸다.
화려한 유강의 옷차림을 가릴 수 있는 어두운색의 장포였다.
“감사합니다.”
유강이 장포를 받아 들며 살짝 몸을 숙여 인사했다.
– 몸조심해.
– 너도.
그는 이내 자리를 떠났다.
설화는 면사를 벗어 던지며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 * *
인적이 드문 주루의 뒤편.
유강은 불편한 옷을 벗어 던지고 물 묻은 천으로 화장을 문질러 닦으며 설화의 눈빛을 떠올렸다.
‘오늘따라 차가웠어.’
처음부터 요사스럽게 행동할 생각은 아니었다.
설화라는 것을 알고 참을 수 없이 반가웠고, 오늘따라 차가운 그녀의 시선에 오기가 생겼다.
헤어지기 전 나눈 대화를 생각하면 적어도 자신을 싫어하진 않을 텐데.
오랜만에 만난 것치곤 반가운 기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서 서운했다.
‘아니야. 기다려 주기로 했잖아.’
기다림의 끝이 거절이라도, 서운해하지 않기로 했잖아.
‘조금 유치했나?’
목덜미를 긁적이며 꺾어진 길을 도는데, 별안간 맞은편에서 사람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어이쿠!”
“!”
유강의 빠른 움직임으로 부딪히는 것은 가까스로 피했으나, 남자가 들고 있던 물독이 두 사람 사이로 붕 떠올랐다.
땅에 떨어지면 깨질 수 있는 상황.
탁-
물독이 땅에 부딪히기 직전, 유강이 물독의 입구를 붙잡아 참사를 막았다.
물독은 다행히 비어있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유강이 물독을 남자에게 내밀며 남자를 돌아보았다.
남자가 비틀거리며 머리를 세차게 흔들더니 으, 신음하며 고개를 들었다.
“거, 좀 조심히 좀….”
“…!”
서로를 확인한 두 사람의 눈이 점점 동그랗게 뜨였다.
유강이 눈썹을 휘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춘팔…?”
남자 역시 유강을 알아보았다.
“너…!”
남자가 놀라며 유강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강의 입가가 서서히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