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91화(295/319)
* * *
스르륵-
문이 열리고 사도련주가 방에 들어섰다.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모월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도련주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서 있다가 앉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도련주님. 이리 금방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지요.”
“말했을 텐데? 준비가 끝나면 이쪽에서 연락을 주겠다고.”
사도련주에게 만남을 청해온 것은 모월이었다.
아무개를 찾으면 연락을 주겠다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감히 나를 재촉하는 건가?”
모월의 보랏빛 입술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녀가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사도련주님께서 헛된 수고를 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리 찾아뵈었습니다.”
“헛된 수고?”
“그자를 찾았습니다. 무림맹이 한발 빨랐지요. 며칠 뒤 개방의 후개와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
가면 너머 설화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모월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무림맹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과 무림맹에 의해 아무개를 찾게 된 것.
그리고 며칠 뒤 아무개와 후개가 만나기로 한 것까지.
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한 가지 사실을 뜻했다.
‘개방에 혈교와 내통하는 이가 있다.’
그자가 그간의 일을 일러주지 않았다면 모월이 이 모든 일을 알고 있는 것이 설명되지 않으니.
설화가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에 무림맹도 얽혀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저희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일이 아주 골치 아파졌지요. 하여 이리 무례를 무릅쓰고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슨 뜻이지?”
“사도련주님께서 무림맹의 애송이들을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설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림맹의 애송이들을 막으라?”
“예. 그자와 개방의 후개가 만날 때 필시 무림맹의 애송이들도 함께할 것입니다. 그들이 저희의 대업을 막지 않도록 사도련주께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대업을 말하는 거지?”
“그자가 가져간 신물을 빼앗는 일입니다.”
“신물…? 타구봉을 말하는 것인가?”
“예. 타구봉이 있어야만 지금의 후개가 개방의 방주로 인정받을 수 있지요.”
지금의 후개.
천귀호를 뜻하는 것일 터다.
아무개는 말했다.
방주와 후개가 화오루와 내통하고 있었다고 말이다.
‘방주를 죽인 건 혈교의 새외인들이었는데, 후개가 여전히 혈교와 내통하고 있다는 것은….’
천귀호가 방주를 죽이는 일에 가담한 건가?
하지만 유강의 말에 의하면 의심은 가지만 나쁜 이는 아닌 것 같다고 했는데?
“후개가 방주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이유가 뭐지?”
“당연히 개방의 힘을 얻기 위해서지요. 저희 화오루는 개방의 정보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답니다.”
목적은 설화가 예상한 대로였다.
혈교는 개방의 정보력을 탐하고 있었다.
“신물을 찾아 개방의 힘을 얻게 된다면 사도련주님께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도련엔 이미 정보에 뛰어난 이들이 있다.”
“하오문 말씀이지요.”
혈교는 이미 하오문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개방과 하오문을 지니지 않고도 뒤처지지 않는 정보력.
이전 생과 달리 많은 힘을 잃었다지만 여전히 중원에 흩어진 혈교의 간자들이 많다는 증거였다.
“하오문의 정보력에 개방의 힘이 더해진다면 사도련주께선 천하를 손에 넣게 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모월은 마치 개방의 힘을 얻는 것이 사도련이라는 듯이 달콤한 목소리로 천하를 운운했다.
작은 힘을 보태기만 해도 크고 강대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속삭임이었다.
‘모월답네.’
화오루의 진짜 모습을 모르는 이라면 깜박 속아 넘어갔을 수도 있을 만한 유혹.
마치 뱀의 혀 위에 올려진 달콤한 딸기와 같은 말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 딸기를 집는 순간 도리어 삼켜지게 되리라는 것을 설화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난번….”
“?”
“그 환단은 충분히 갖고 있겠지?”
설화의 말에 모월의 입매가 깊은 호선을 그렸다.
만족스러운 미소였다.
“찾으실 줄 알고 미리 준비해 왔습니다.”
모월이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힘에 대한 갈망이 클수록 중독성이 강한 환단이니 찾으리라 짐작한 준비성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설화는 낚아채듯 주머니를 가져가 품에 넣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모월의 미소와 자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사스러웠다.
* * *
자박자박.
사도련주를 만나고 난 이후, 모월은 처소에 돌아가지 않고 어디론가 향했다.
사도련주를 만난 주루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주루였다.
사도련주를 만난 곳과는 달리 여인을 탐하는 분위기가 만연하여, 쉬이 눈을 돌릴 수 없는 주루.
칸칸이 나누어진 술자리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모월은 가장 큰 방의 방문 앞에서 멈춰 섰다.
문 너머에선 여인들의 웃음소리와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힘껏 밀어 연 듯이 문이 드르륵-! 열렸다.
모월은 놀라지 않고 방 안에 들어섰다.
그러자 그녀의 뒤로 또다시 문이 거칠게 닫혔다.
“앉으시오. 기다리고 있었소.”
모월은 여인들 사이에 앉아 있는 남자의 맞은편에 자리했다.
“잠시 여인들을 물러주시겠습니까?”
남자가 낄낄,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들이 들으면 안 되는 말이라도 하려나 보오?”
모월의 입술이 빙긋 휘어졌다.
반대로 남자의 웃음기가 일순 지워지며, 남자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복면을 쓴 이들이 나타나 남자의 주위에 있던 주루의 여인들을 순식간에 베어 죽였다.
촤악- 촤촤촥-!
“컥….”
“끄윽….”
여인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바닥과 탁자 위에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모월이 낮은 시선으로 제 옆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방금까지 악기를 연주하던 예기가 경악한 얼굴로 굳어 있었다.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것은 칭찬해 드리지요.”
“사, 살려….”
모월이 품에서 주판을 꺼내 주판의 알을 타앙- 튀겼다.
그러자 무언가가 주판에서 튀어 나가 떨고 있는 예기의 눈썹 사이에 정확히 박혀 들어갔다.
예기의 이마가 보랏빛으로 빠르게 물들었다.
이내 그녀 역시 다른 여인들과 같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풀썩, 쓰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가 낄낄, 웃음을 흘렸다.
“여전히 피도 눈물도 없으시군.”
“마무리는 깔끔하게 하셔야지요.”
모월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사 혈주님.”
구릿빛 피부에 짙은 눈썹, 온몸을 가득 채운 알 수 없는 문양과 중원인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독특한 외모와 분위기.
남자의 정체는 혈교의 사 혈주.
남만의 주술사이자 전사들의 왕이라 불리는 이였다.
“루주께서 아신다면 경을 치실 겁니다.”
“루주께서 나를 감시하라고 그대를 보내셨나?”
“그건 아닙니다만.”
모월이 흐트러진 주판을 좌르륵, 정리하곤 품에 넣었다.
“하면 화오루의 머리께선 어찌 나를 찾아오셨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대가 내게 부탁이라?”
“사도련주를 죽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