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95화(299/319)
* * *
사 혈주.
그에 대한 정보는 오, 육 혈주를 제외하면 꽤 있는 편이었다.
혈마의 수족들인 열두 명의 살수들.
그중 가장 첫 번째 월인 망월의 형제이자 혈교에서 강시를 다루는 유일한 혈주였으니까.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중원 옛 고수들의 시신을 훔쳐 강시로 부리던 망월과는 달리 사 혈주는 따로 강시들을 관리하지 않았다.
대신.
“녹림투왕…!”
그 자리에서 죽은 이들을 강시로 되살려내 이용했다.
“당장!! 수하들 물러!!”
“뭣…?”
그것을 알지 못하는 녹림투왕은 갑작스러운 무영마신의 말에 의아해했다.
그런 녹림투왕을 향해 무영마신이 다시금 소리쳤다.
“당장 수하들 물리라고! 전부 죽고 싶지 않으면!!”
젠장.
무기에 독이 묻어 있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사 혈주가 시신을 강시로 만드는 방법은 살아 있을 때 독을 주입해서다.
정확히 어떤 독을 사용하는지는 몰랐다. 사 혈주의 수하였던 이들과 그들의 손에 죽은 이들만이 강시로 깨어나는 것을 보면, 아주 작은 고독이 아닐까, 예상할 뿐이었다.
아마 그의 수하들은 미리 고독을 몸에 심어두었을 것이고, 그 복면인들의 손에 죽은 호법대원들과 녹림인들까지 합하면…….
지금 이 골짜기를 가득 채운 시신의 수는 어느새 백여 구에 달하고 있었다.
“■■■■■■… ■■■■■■■■■….”
설화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다가오는 사 혈주를 노려보았다.
빠르고 작게 중얼대는 말에서는 이상한 음률마저 느껴졌다.
주술을 발동시키는 주문을 외우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이상했지.’
아무개와 천귀호가 만나는 장소가 골짜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많은 수하들을 몰고 온 것도.
무기에 독이 발려있다고 했는데도 정작 독에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없던 것도.
이상하다고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강시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였을 줄이야.
‘지난 생의 기억이 오히려 패착이 됐어.’
사 혈주가 강시를 부린다는 것은 명확하게 알고 있던 정보였다.
그 정보에 기대어 사혈주에 대한 경계를 느슨히 해선 안 되었다.
녹림투왕은 도움이 되기 위해 부하들을 끌고 온 것일 테지만, 그것이 오히려 강시의 수를 늘리는 꼴이 된 셈이다.
“모두 이곳을 벗어나라! 어서!”
녹림투왕의 지시에 녹림도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골짜기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낄낄, 이미 늦었다.”
사 혈주가 그런 녹림투왕을 비웃었다.
그리고 사 혈주가 주술을 발동시킨 이상, 피하기엔 늦어버렸다.
“히이익-! 이, 이것들 뭐야…!”
“으아악! 우, 움직여! 죽은 놈들이 움직인다고!!”
지금껏 피 튀기며 베어내던 복면인들은 물론이고, 복면인들의 손에 죽은 사도련의 호법대원들과 녹림도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팔이 잘리고, 목이 잘린 것과 상관없었다.
다리가 멀쩡한 시신들은 일어나 무기를 쥐었고, 살기를 드러냈다.
죽은 이들이 일어나 무기를 쥐고 전투태세를 취하는 것은 가히 기이한 광경이었다.
“련주님…!”
자리를 비운 령을 대신해 호법대를 이끌고 있던 부대주가 다가왔다.
부대주를 포함한 생존한 호법대원들 모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설화는 사 혈주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부대주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살아 있는 자들을 데리고 이 골짜기를 벗어나라. 골짜기를 빠져나갈 때까진 녹림투왕의 지시를 따르도록.”
그러곤 호법대원들과 뒤섞여 복면인들과 싸우던 아무개에게도 말했다.
“당신도 어서 피하시오. 이 이상은 지켜드릴 수 없을 듯하니.”
이건 정말 위험하다.
새외인들의 전투는 본래도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는 방식이라지만, 강시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강시는 죽음의 공포를 모르고 고통을 모르니까.
일말의 두려움조차 없으니까.
“녹림투왕. 퇴로를 부탁하지.”
“저놈을 혼자 상대하겠다고?”
“혼자 상대해야만 한다.”
설화와 녹림투왕이 등을 맞대고 섰다.
사 혈주가 있는 곳으론 도망칠 수 없다.
사 혈주의 무위는 최소 화경.
혈교의 비약적인 약을 먹거나 혈공을 사용하면 그 이상까지도 강해질 수 있는 자다.
자칫하면 교전에 휘말려 위험할 수 있으니, 퇴로는 반드시 반대편이어야 했다.
“강시를 죽이는 건 불가능할 거다.”
사 혈주의 강시가 망월의 강시보다 무서운 점은 이것이다.
망월은 혈고를 심장이나 뇌에 심어 강시들을 조종하지만, 사 혈주의 고독은 상처를 통해 스며드니 어디에 자리를 잡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
“다리를 노려.”
그렇기에 전투 불능을 만든 후 불태워 죽이는 것이 최선이다.
“알겠다.”
후욱-
녹림투왕이 먼저 움직였다.
강시들이 진열을 가다듬기 전에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뒤로 물러나라!”
강시들과 뒤섞인 아군을 피하면서 좁은 골짜기에서 퇴로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녹림투왕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호법대! 녹림투왕을 따르라!”
사도련 호법대의 부대주 역시 빠르게 녹림투왕을 보좌했다.
쾅-! 콰앙! 콰과과곽-!!
녹림투왕이 주먹으로 강시들을 날리고, 사도련의 검이 그들의 사지를 베었다.
밀려드는 강시들의 숫자가 어마어마했으나, 녹림투왕이 선두에 선 덕분에 조금씩이지만 퇴로가 나고 있었다.
‘남은 건….’
후우우우우-
설화의 주위로 검은 공력이 서서히 짙어졌다.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필요는 없다.
사 혈주가 어째서 혈교의 사 혈주인지,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네놈은 뭔데 사사건건 우리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냐?”
사 혈주가 낄낄대며 반달 검을 흔들었다.
“사주(四主)님, 저자는…!”
“네년은 가만히 있거라. 내가 네년에게 물은 줄 아느냐?”
사 혈주가 번득이는 시선으로 다가오는 모월을 제지했다.
“내게 부탁한 이상 저놈은 내 것이다. 기껏 살려준 벌레 같은 목숨이라도 지키고 싶으면, 입 닥치고 기다려라.”
“….”
사 혈주는 한번 눈이 돌아가면 아군이고 적군이고 관계없이 마구잡이로 죽이기로 유명했다.
쓸모없는 것들은 죽여서 제 강시로 부리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자이니.
무영마신이 제 이명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며 주의를 주려 했던 모월은 입을 다물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묻지 않았느냐? 네놈은 뭐냐니까? 산서성에서도 그렇고. 흑도 주제에 왜 백도들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냐?”
“…내가 묻고 싶군. 네놈은 누구지? 어째서 남만의 야만인 따위가 이곳에 있는 것이냐.”
사 혈주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휘어졌다.
“내가 남만 출신이라는 것을 알아보았군.”
“그 문신을 보고도 모를 리가.”
“이 중원엔 몰라보는 하등한 것들이 대부분이던데?”
“….”
사 혈주가 낄낄거렸다.
그가 웃을 때마다 그의 몸에 그려진 문신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댔다.
마치 그의 온몸을 뱀이 휘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야수들의 왕, 이라고 하면 알아들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