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9)_2
가면 아래 설화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야수들의 왕.
그건, 남만의 왕을 뜻하는 말이다.
설마 남만의 왕이 이곳에 있을 리는 없을 테니, 적어도 남만을 다스리고 통치하는 왕족을 의미하는 말.
‘남만의 야만인들을 수하로 부리는 것과 혈주가 남만의 왕족인 건 얘기가 달라져.’
남만의 왕족이 중원을 공격한다는 건….
‘정복 전쟁이다.’
새외엔 중원을 노리는 세력들이 많다.
그들이 본인들의 정체를 숨기고 혈교라는 집단에 숨어 중원 정복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다면?
저마다 강대한 세력을 가진 혈주들이 혈마와 손을 잡은 이유도 설명이 된다.
‘이전 생에는 혈교의 난이 어떻게 끝났는지 보지 못하고 죽었지.’
그때의 자신은 혈교가 난을 일으킨 목적조차 명확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혈마의 명에 따라 남궁세가를 몰락시키는 것이 목표였고, 그것을 이루었을 때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여전히 혈마의 목적은 알 수 없지만.
‘혈주들의 목적은 처음부터 이것이었군.’
혈교라는 세력 자체가 그들을 숨겨주는 가면이었던 거야.
그리고 그 말은, 혈주 중에 또 다른 새외 세력의 수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 정체를 말해 주었으니, 네 놈도 말해 보거라. 그 가면 아래 무엇을 숨기고 있느냐?”
“듣겠다고 했지, 말하겠다곤 하지 않았다.”
“허…!”
사 혈주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소문과는 다르게 배포가 알량한 놈이로구나! 하나 상관없다! 네놈의 가면을 내 손으로 직접 작살 내버리면 되니까.”
낄낄거리는 사 혈주의 주위로 습한 기운을 머금은 공력이 휘몰아쳤다.
혈교의 혈주답게 검붉은 혈기가 뒤섞인 기분 나쁜 기운이었다.
[남궁설화. 저놈의 검에 묻어있는 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알고 있어.
사 혈주는 치밀한 자다.
이전 생에 기억하는 사 혈주의 모습은 가면 아래 긴 흉터가 있는 남자.
그 정보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나, 이제 알겠다.
부러 가면을 썼던 그 모습도, 강시만을 내보였던 전투 방식도.
같은 혈교인에게조차 제 정체를 숨기기 위한 눈속임이었음을.
후우우우-
하지만 설화에게 독은 통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이 직접 사 혈주를 상대하겠다고 한 이유였다.
“호오, 벽독강기라. 제법이로군?”
후욱-
먼저 달려든 쪽은 설화였다.
쉭- 쉬이익-
설화가 날린 검강이 좁은 골짜기 사이를 가르며 날아갔다.
“어지간히 수하들을 아끼는 모양이구나!”
사 혈주는 도망치는 이들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 하는 설화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하나, 그리 해이한 각오로 임하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카캉-! 후우욱-
사 혈주의 강기가 설화의 검강을 막아냈다. 그러곤 이어서 쉬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설화는 계속해서 나아가며 사 혈주의 공격을 막아냈다.
모월을 죽이려던 순간 제 검을 막은 것보다도 난잡하고, 무거운 공격이었다.
‘힘이 밀린다는 걸 눈치챈 건가?’
캉-! 카아앙-!
몇 개의 강기는 몸을 비틀어 쉽게 피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에 가벼운 보법으로 흘려보내며 정면의 강기를 비틀어 쳐내는 그 순간.
‘!’
쿠구구구궁-!!
땅이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굉음이 뒤편에서 들려왔다.
설화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도망치는 아군의 머리 위로 골짜기를 둘러싸고 있던 가파른 절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