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29화(29/319)
남궁무천의 눈동자 속에는 천하를 밟고 선 이의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그 자부심이 결코 자만이 아님을 설화는 알았다. 검황이라는 별호를 당당히 차지한 채 천하를 발아래에 둔 자가 바로 남궁무천이니.
그가 있는 곳이 바로 이 남궁. 창천(蒼天)의 남궁이었다.
“남궁이 무어라 불리는지 아느냐?”
“하늘이요.”
“왜 그리 불리는지도 아느냐?”
“음….”
설화는 이전 생에 자신의 손으로 죽였던 남궁의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비록 패배하였지만, 그들의 정신까지 굴복시킬 수는 없었다.
설화는 그것이 항상 의문이었다.
‘어째서 죽는 순간까지 남궁의 이름을 버리지 않을까.’
남궁의 성을 가지지 않은 이들에겐 가문을 버리고 혈교로 들어오면 살려 주겠다고 회유했다.
그러나 정말로 가문을 버리는 것은 말단 무사 몇 명에 불과했다. 남궁의 성을 가지지 않은 이들조차, 남궁이라는 이름 아래 제 목숨을 던졌다.
왜일까.
그들은 왜 그토록 남궁에 헌신하였던 것일까.
“내력의 색이 하늘과 같이 푸른색을 띠어서가 아닌가요?”
남궁의 무공을 익히면 내력은 푸른색을 띤다. 더없이 정순하고 맑은 기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궁의 사람들은 푸른색이 짙을수록 강한 내력을 가졌다고 말하곤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구나.”
남궁무천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면 내력의 색이 푸른색을 띠지 않는 이들은 무어라 설명할 것이냐?”
그렇다.
남궁의 사람이라고, 남궁의 무공을 익혔다 하여 모든 남궁인들의 내력이 푸른빛을 띠는 것은 아니었다.
아주 간혹 주황빛을 띠거나 검은빛, 회색빛을 띠는 이들이 있었다.
“잘 모르겠어요.”
설화의 솔직한 대답에 남궁무천이 허허, 웃었다.
“순서가 틀렸다.”
“순서요?”
“내력의 색이 푸른빛을 띠기에 하늘인 것이 아니라 하늘의 무공이기에 푸른빛을 띠는 것이다.”
남궁무천이 손가락으로 제 가슴을 툭, 짚으며 말했다.
“같은 무공이라 하여 같은 뜻을 품는 것은 아니다. 그 마음에 어떤 하늘을 품느냐에 따라 간혹 특별한 내력의 색을 띠곤 하는 것이다.”
노을 진 하늘을 동경하는 이는 주황빛을, 밤하늘을 동경하는 이는 검은빛을, 흐린 하늘을 동경하는 이는 회색의 내력을.
그의 손이 하늘을 향했다.
“하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바라보는 것이 하늘이라는 것이다.”
모든 무공에는 그 무공을 탄생하게 한 시발점이 있다.
많은 무공은 동물의 형상을 표방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어떠한 무공은 파도에서, 흐드러진 꽃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창안된 것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남궁이 표방하는 것은 하늘.
“푸르른 창공이 천하를 내려다보는 것과 같이 청명(晴明)하고 고절(孤節)한 삶을 사는 것. 하늘의 순리를 따라 정도(正道)를 따르는 것. 이것이 바로 남궁이 가르치는 협의(俠義)이다.”
남궁은 결코 비열한 법이 없고, 비겁한 수를 쓰지 않는다.
천하를 내려다보는 하늘처럼 쉬이 머리 숙이지 않으며, 무공 역시 압도적인 힘으로 우위를 점하는 위력적인 무공이 다수였다.
“하지만….”
‘하늘의 정신을 따르는 남궁의 무학은 인정해. 남궁무천이 하늘과 같은 자인 것도 알겠어. 다만.’
이전 생에 남궁을 무너트려 본 설화로서는 올곧기만 한 남궁의 정의가 다소 고지식하게 느껴졌다.
“곧은 나무는 부러지기 마련이에요.”
이전 생에서도 남궁은 혈교의 비열한 계략에 무너져 갔다. 너무 올곧은 탓에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고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았다.
독과 주술, 고독, 간자, 배신 등 더러운 수는 수도 없이 많았고, 남궁은 결국 부러졌다.
그래도 남궁의 뜻을 옳다 할 수 있을까?
“부러진 나무는 다시 일어날 수 없어요. 혹여 새싹이 돋아 다시 자라난다고 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나무가 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요. 그것이 옳은가요?”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휘어지는 나무는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해도요?”
어찌 되었든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정신이다.”
남궁무천이 제 머리를 톡, 두드렸다.
“뿌리가 남은 나무는 언젠간 다시 자라난다. 네 말대로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기필코 다시 살아나지. 하나, 휘어지는 나무는 뿌리마저 뽑혀 버리기 일쑤이다.”
휘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기둥이 굵고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
기둥이 연약한 나무는 뿌리도 엉성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나무는 오래 살아도 채 100년을 넘기지 못한다.
“정신이 살아 있으면 가문이든 문파든 언젠간 다시 싹을 틔우고 살아나게 되어 있다. 이것은 남궁이 아닌 어떤 정파 세력이라도 마찬가지겠지.”
설화도 그 말에는 동의했다.
모든 정파 세력이 올곧다는 말.
‘그래서 전부 무너졌으니까.’
하지만 남궁무천의 말대로 그렇게 무너진 정파의 세력들이 완전히 몰락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다.
자신이 죽은 후의 일은 알 수 없으니.
‘어쩌면….’
미처 자르지 못한 새싹들이 자라나 혈교를 무너트리고 정파 무림을 회복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말이 옳아.’
정신이 살아 있으면 언젠간 다시 살아난다는 말이. 뿌리째 뽑히지 않은 나무는 죽은 것이 아니니까.
‘이전 생의 나는 남궁을 무너트리지 못한 거였어.’
남궁이라는 거대한 나무를 부러트리긴 했어도 그들의 정신마저 부러트리진 못했다.
죽어 가면서까지 가문의 비급을 지키고, 남궁의 아이들을 지키고, 자부심을 지킨 그들은 죽어서도 남궁이었던 것이다.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알 것 같아요.”
남궁무천의 입가에 선선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제 손녀가 남궁의 정신을 어찌 생각하는지.
“지금은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겠지. 하나, 이 남궁에서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그 뜻을 알아 갈 것이다.”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길어졌구나. 본론으로 돌아와 다시 물으마.”
남궁무천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마치 그녀의 속을 읽듯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남궁의 아이로 살겠느냐? 네가 원한다면 지금과 같이 네 존재를 숨겨 줄 수도 있다.”
의외의 제안이었다.
원치 않는다면 남궁의 아이로 살지 않아도 된다니.
남궁의 아이로 살지 않는다면 보다 은밀하게 결심한 바를 이룰 수도 있을 터였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시선이 쏠리는 신분보다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일 때 더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마치 살수처럼 말이다.
하지만 설화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