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2화(2/319)
* * *
남궁이 아이를 찾아 헤맨 지 8년.
자신이 혈마의 손에 길러지기 시작한 것은 다섯 살부터이니 지금의 나이는 열셋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은 열셋의 과거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죽음 이후의 회귀라.’
누군가 이룬 대법의 영향일까? 아니면 주술?
혈교에서 이루어 낸 대법의 가능성은 무한하니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혈마는 불멸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 왔으니, 그중 하나가 성공했을 수도 있고.
어째서 자신이 돌아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유야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거야.’
방으로 돌아온 일화는 짐을 챙겼다.
사실 짐이랄 것도 없었다. 가진 것은 검 한 자루와 엽전 몇 개 든 전낭 하나뿐이었다.
짐을 챙겨 든 일화는 잠시 고민했다.
혈마는 이 시기에 운남에서 화오루(火烏樓)라는 주루를 운영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론 객잔 겸 주루이지만, 사실은 중원을 집어삼키기 위해 숨을 죽인 채 세력을 키우고 있는 혈교의 거점이었다.
‘화오루로 돌아갈 수는 없어.’
자신이 남궁의 사람이라는 것을 안 이상, 제 손으로 가문을 멸문시키는 바보짓을 반복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남궁인데.
일화는 제 작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남궁의 사람이라니.
이전 생에선 일평생을 남궁을 무너트리기 위해 살아왔는데.
‘내가… 남궁의 사람이었다니.’
손을 콱, 쥐었다.
‘앞으로 5년.’
그림자 속에 잠겨 있던 혈교(血敎)가 대수라 혈교라는 이름 아래 중원에 출두하여 혈교의 난을 일으키는 때.
그 시기까지 5년 남았다.
‘더 이상 혈마의 손에 놀아나고 싶지 않아.’
과거로 돌아온 이상, 이전과 같은 삶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돌아가자.’
돌아가 힘을 기르자.
남궁의 힘을 길러 남궁이 이전 생에서처럼 멸문당하는 것도 막고, 중원을 집어삼키려는 혈마의 대업도 막는 것이다.
이전 생의 기억이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5년은 짧지만, 대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니….
“돌아가는 거야.”
남궁으로.
내 손으로 멸문시킨 나의 고향으로.
* * *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당장에라도 남궁으로 가고 싶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화는 제 몸속에 흐르는 내공을 운용했다.
검붉고 탁한 내공이 단전에서부터 일렁였다.
죽기 직전의 경지는 화경.
‘지금은… 고작 절정인가.’
아니, 고작 절정인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혈교의 무공은 피를 기반으로 한다.
기본부터 차곡차곡 쌓아 가는 것이 아닌, 사람의 피나 진기를 빼앗고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취하는 무공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빠르고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는 대신 내공이 혼탁하고 부작용이 심하다.
문제는 이런 내공을 가지고 남궁으로 돌아갔다간 남궁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기도 전에 죽임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천룡검황(天龍檢凰) 남궁무천.’
일화의 할아버지이자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무천.
그는 무림의 10대 고수 중 하나로 흑도를 끔찍이도 싫어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사특한 내공을 익힌 이들을 경멸하는데, 소문으론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고 죽여 버린다고 들었다.
그러니, 남궁으로 가기 전에 혈마가 몸 안에 때려 넣은 이 혼탁한 혈기를 없애는 것이 먼저였다.
* * *
“벌써 수천 명이 남궁을 다녀갔다더군. 목덜미에 반점 비슷한 것만 있어도 들이댄다나.”
“심지어 제 자식을 데려온 이도 있다잖은가? 돈에 눈이 멀어 자식을 팔아먹으려는 거 아니겠나?”
“아니, 남궁이 바보도 아니고… 설마 제 자식, 남의 자식 구별도 못 하려고?”
객잔을 벗어나니, 거리 역시 온통 남궁이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 주인공인 일화는 한 점포 앞에서 고심했다.
“이놈아, 살 거야, 안 살 거야? 안 살 거면 저리 좀 비켜! 다른 손님들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잖아!”
일화가 시선을 들어 점포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저 바라보았을 뿐인데도 서늘함이 느껴지는 눈빛에 점포 주인은 저도 모르게 위축되어 주춤했다.
“왜, 왜 그렇게 보냐?”
“이거 맛있어요?”
점포 주인의 시선이 제 좌판으로 향했다.
좌판 전면엔 각종 과일로 만든 탕후루가 조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거냐? 엄마가 사 주신 적 없어?”
“엄마가 없어요.”
“…!”
점포 주인의 얼굴색이 빠르게 질려 갔다.
딱딱하게 굳는 그의 모습에 일화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와삭. 바삭.
‘이상한 사람이네.’
엄마에 이어 아빠의 존재를 묻고는 탕후루를 하나 쥐여 주었다.
돈을 내려 했지만, 받지도 않고.
심지어 울먹이면서 머리까지 토닥여 주었다.
어린아이로 돌아온 덕분에 감정이 완벽하게 사라진 상태가 아닌데도, 점포 주인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살아서일까.’
감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감각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긴 하지만, 아쉬운 것은 없다.
‘감정은 판단에 방해만 될 뿐이니까.’
굳이 무뎌진 것을 되돌릴 필요는 없겠지.
일화는 공짜로 얻은 탕후루를 바삭바삭 씹어 먹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락남인가?’
일화가 눈을 뜬 곳은 섬서성 락남현.
화음현의 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화음현은 그 유명한 화산파가 있는 곳이었다.
일화가 락남에 온 것은 어린 시절 딱 한 번.
‘화산과 소림이 비밀리에 거래하던 물건을 빼돌릴 때였어.’
화산과 소림의 거래는 극비리에 이루어졌다. 극비인 만큼 거래되는 물건 역시 엄청난 것이었다.
바로 소림사의 영약, 대환단(大還丹).
환상의 성약이라 불리는 대환단은 무림에서 없어서 못 먹는 영약 중 하나다.
그 귀한 영약이 소림사 밖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 혈마는 ‘흑운방(黑雲幫)’이라는 흑도 무리에게 물건을 가져오게 시켰다.
‘가져오지 않으면 흑운방도들을 전부 잡아들여 사지를 잘라 버리겠다고 협박했던가.’
화오루는 흑도들 사이에선 악명이 자자했기 때문에 흑운방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혈마의 말을 따랐다.
일화의 임무는 그들이 탈취한 물건을 스승에게 배달하는 것이었다.
“흠….”
일화는 턱을 괸 채 고민했다.
대환단 정도면 가진 내공을 몰아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재료다. 지금 당장 그 정도의 영약을 구할 방법이 없으니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소림과 화산도 대외적으로 이번 일을 문제 삼지 않으니까.
‘빼돌리자.’
일화가 고개를 들어 차차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흑운방에게 물건을 받기로 한 시간은 유시(酉時_오후5시~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