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0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97화(301/319)
사 혈주는 제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모월을 버리고 갔다.
아니, 모월만 버렸을까.
백여 명의 남만인들 역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무너진 골짜기 잔재 속에 파묻혔다.
“한심하군.”
“….”
모월이 제 팔을 감싸며 벽에 기대어 앉았다.
사 혈주와 설화의 힘이 충돌할 때, 그 파장을 버티지 못하고 날아간 그녀의 몸은 이리저리 부딪혀서 만신창이였다.
그녀의 얼굴을 가려주던 면사 역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헝클어진 머리에 엉망진창이 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가 지금껏 보여온 우아함이나 고상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
스윽-
설화가 모월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앉아 그녀의 턱을 붙잡았다.
모월이 덜덜 떠는 눈으로 설화를 바라보았다.
“궁금하다고 하였지. 내가 네 이명을 어찌 알고 있는지.”
모월의 눈이 크게 올라갔다.
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구, 궁금하지 않습니다. 아, 알려주시지 않아도…!”
“알게 되면 죽을까, 걱정되나?”
“….”
모월이 마른침을 삼켰다.
정보는 많이 알고 있을수록 큰 힘이 되지만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지금과 같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선 더더욱.
모월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도련주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임을.
“역시, 화오루의 머리라 불릴만하군.”
모월의 시선이 흔들렸다.
이명에 이어 자신이 화오루의 머리라는 것까지.
‘대체 이 사람은….’
그 순간, 사도련주의 오른손이 그가 쓰고 있던 가면 끝을 붙잡았다.
“안…!”
안 된다고 소리치려 했으나 사도련주의 손이 한 박자 빨랐다.
“…!”
피할 길도 없이 사도련주의 맨얼굴을 마주한 모월의 눈빛이 크게 요동쳤다.
“다, 당신은….”
“잘 지냈어?”
“소루주…?”
설화의 눈이 싱긋, 미소를 머금었다.
충격에 물든 모월의 표정과는 상반되는 여유로운 미소였다.
“다, 당신이 어떻게….”
무영마신이 소루주였다고?
흑도들의 수장, 사도련주의 정체가…?
“분명 남궁세가로 돌아갔다고….”
“하나만 물어보자.”
모월을 똑바로 마주하는 설화의 시선이 시리도록 차가웠다.
“내가 남궁세가에서 잃어버린 아이인 거, 너는 알고 있었지.”
모월의 시선이 다시금 흔들렸다.
대답하지 못했으나, 침묵과 당황한 표정이 긍정의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럼, 남궁세가의 아이를 납치해 오자고 제안한 것도 너일까?”
설화의 살기가 점차 짙어졌다.
빽빽하게 차오르는 살기에 숨을 쉬기 힘들어질 정도였다.
모월은 이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고 있었다.
명백한 두려움.
죽음을 인지한 좌절감.
납치가 오로지 모월의 뜻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그 일에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은 맞는 모양이었다.
“복수를… 하시려는 건가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복수, 좋지.
하지만 혈교를 대적하기로 한 결심에 가장 큰 동기는 복수보단 속죄에 가깝지 않을까.
“보, 복수를 하실 거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뭐?”
“소루주님께선 아시잖아요? 제가 화오루에서 어떤 존재인지…!”
“글쎄. 그건 별로 구미가 안 당기는데.”
“저, 저는 소루주님께서 모르시던 정보도 많이 알고, 소루주님께서 나가신 동안의 일들도 알아요. 원하신다면 화오루가 조만간 계획한 일도 알려드릴게요!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애석하게도 모월이 내밀고 있는 패는 이미 설화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설화가 화오루를 나온 이후의 일도 이전 생을 통해 알고 있고, 심지어 앞으로의 일 그 너머의 일까지 알고 있으니.
“이번 일, 루주가 시킨 거야?”
모월이 고개를 저었다.
“루주님께선 모르시는 일입니다.”
“그래?”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예상대로 사도련을 공격한 것은 혈마가 시킨 일이 아닌 모월이 단독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시간을 돌아오고 상황이 변했는데도 비슷한 일을 저지르다니.’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구나.
“내가 널 살려줘서 네가 화오루로 돌아간다면, 루주가 널 살려둘 것 같아?”
“…그, 그건…!”
아니, 아마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무영마신에게 보인 그의 반응을 생각한다면.
“어리석네. 모월.”
머리는 좋지만 주군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읽지 못하는 걸 보면.
“사, 살려….”
설화는 바들바들 떨며 목숨을 구걸하는 모월의 턱을 힘주어 쥐었다.
모월은 머리가 좋고 간교하여 아군으로 둔다면 썩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고, 지금과 같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기도 하다.
“복수를 하려는 거냐고 물었지?”
설화가 눈썹을 내리깔며 모월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라 생각하였는지, 모월의 얼굴에 약간의 기대감이 어렸다.
이전 생에서 모월은 비슷한 시기에 이미 명을 달리한 이였다.
“내가 지금 너한테 하려는 건….”
그리고 애석하게도 설화는 미래를 바꿀 생각이 없었다.
“복수 맞아.”
* * *
탓-
굉천과 유강에 이어 무너진 잔재 너머에서 무영마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군!”
“련주님!”
한쪽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도련의 호법대원들이 달려왔다.
설화는 현저하게 줄어든 호법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살아남은 이들 역시 여기저기 입은 부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사망자는?”
“총… 일곱입니다.”
설화가 무너진 잔재들로 막힌 골짜기를 돌아보았다.
저 골짜기 아래 일곱 명의 대원이 파묻혀 있었다.
“시신을 찾으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군.”
사도련주의 나지막한 혼잣말에 호법대원들은 놀란 반응을 보였다.
파묻힌 대원들의 시신을 그대로 버리고 갈 줄 알았는데, 주군은 그들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만일 자신이 이 골짜기에서 죽었어도 주군은 이 차가운 돌무더기에 자신을 버려두지 않았으리라.
그런 생각에 감동과 충성심이 차올랐다.
“주군.”
부대주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이지?”
“주군께서 찾으시던 자가 크게 다쳤습니다.”
“…다쳐?”
부대주가 뒤로 물러나며 한쪽을 가리켰다.
무너진 돌무더기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