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0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302화(306/319)
제갈명이 가장 먼저 현실을 받아들인 듯 덤덤히 입을 열었다.
“결국 뇌옥은 두 곳 또는 그 이상이고, 그곳 들 중 어디에 인질들이 갇혀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말이로군.”
서허가 더 깊이 고개를 떨구었다.
“뿔뿔이 흩어져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흠.”
결국, 동시에 치지 않으면 어느 한쪽에 갇힌 인질들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
무당산의 특성상 여러 봉우리에 나누어진 무당파의 본거지를 동시에 공격하려면 지금의 인원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역시 다른 곳에서 보낸 지원군이 도착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궁세가가 남궁의 무력대를 이끌고 힘을 보탰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문파와 세가들도 속속들이 지원군을 보내오고 있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본거지를 둔 제갈세가와 화산파, 종남파의 지원군이 이미 도착하였고 머지않아 소림의 지원군이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들을 기다려 최대한 많은 지점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제갈명이 그러한 제안을 내놓은 그때였다.
“시간을 끌면 교전은 더 불리해질 거예요.”
회의로 모인 이들의 시선이 막사의 입구 쪽을 향했다.
남궁무천의 입매가 빙긋, 휘어졌다.
막사의 천이 걷히며 들어선 세 사람은 개방의 일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척마대주와 소림사 전대 방장, 굉천.
그리고 천화검봉, 남궁설화였다.
굉천의 등장에 막사 안에 모여 있던 이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포권했다.
제갈명이 뒤쪽으로 물러서며 자리를 양보했고, 굉천은 남궁무천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은 뒤 포권으로 좌중의 인사를 받았다.
인사를 마친 이들이 다시 자리에 앉았고, 이어서 설화와 유강이 그들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하북의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온 척마대주 유강이 맹주님을 뵙습니다.”
유강의 인사에 맞춰 설화 역시 자세를 숙였다.
남궁무천이 손을 들어 인사를 받았다.
“수고 많았다. 하북의 일은 전서를 통하여 보고 받았다. 너희들이 큰일을 해 주었구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개방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방의 협력을 얻기로 한 일은 이미 전서를 통해 보고되어, 무림맹 수뇌들에게 알려졌다.
무림맹이 무당파와의 일로 지원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한 상황에서 사도련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식 역시 전해진 뒤였다.
“피곤할 터인데도 이리 급하게 합류한 이유가 있을 터. 두 사람 다 앉거라.”
설화와 유강이 탁자의 가장 끝자락에 자리했다.
이로써 모인 이들은 무림맹주 남궁무천과 군사 제갈명, 총단주 섭무광과 두 개의 무력단주들.
그리고 지원군들을 대표하는 네 명의 통솔자들이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남궁무천이 설화에게 물었다.
“조금 전의 얘기는 무엇이냐. 시간을 끌면 어째서 교전이 불리해질 것이라 보느냐?”
설화의 말은 무림맹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의견이었다.
무당파가 산꼭대기에 본거지를 둔 덕에 아무런 보급도 받을 수 없는 상황.
“시간을 끌면 제풀에 지쳐 항복하거나 그들의 전력이 크게 약해질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설화가 고개를 저었다.
“저들이 산꼭대기에 틀어박히면 물자를 공급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을까요?”
무당파 서허가 대답했다.
“그, 그건 환단 때문에 판단이 흐려진 탓이다…!”
“아니요.”
설화가 서허를 바라보았다.
따지자면 설화의 아버지 남궁청운과 같은 배분의 그는 설화의 날카로운 시선에 저도 모르게 위축되어 시선을 피했다.
‘이전 생에도 무당파는 광혈단 때문에 자멸했어.’
하지만 그것이 작혈단의 중독 증세를 이기지 못하여 폭주한 탓은 아니었다.
중독 증세로 인한 폭주가 원인이었다면, 혈교에서 그 일을 ‘자멸’이라 부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은 즉.
‘중독 때문에 판단력을 상실했다는 건 틀린 말이야.’
무당파는 나름대로 환단을 먹는 주기를 조절하고 있다.
그 증거로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에 벌어질 그 사건 때까지도 중독 증세를 다스리고 있었으니까.
물론 돌이키기엔 늦었으나, 그들이 이성을 잃었다고 볼 수는 없다.
“본디 산꼭대기에 진을 친다는 건 배수의 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러설 곳이 없는 이들이나 취하는 전술이죠.”
산꼭대기에 진을 치면 산을 둘러싸 포위하면 그만이다.
아직 이성을 잃지 않은 무당파가 과연 스스로 무덤에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였을까?
“그 대신 높은 곳에선 적의 움직임을 살피기가 쉽고 그만큼 수성이 쉽습니다. 한마디로 시간을 끌기에 용이하다는 겁니다.”
설화의 말에 모인 이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시간을 끌기에 용이하다.
지금까지 논의 중 그런 의견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나, 가능성이 낮은 경우의 수라고 결론 내렸다.
지금으로선, 무당파가 굳이 시간을 벌어서 얻어 낼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저들이 시간을 끌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저들의 손에 무림맹 사람들이 붙잡혀 있다 하였지요.”
설화의 시선이 낮게 깔렸다.
“그들은 대부분 무공을 익힌 고수들이 아닙니까.”
“!”
“…설마…!”
무림맹의 사람들을 이용해 환단을 만들어 낼 시간을 번다는 것인가?
설화가 품에서 광혈단이 든 주머니를 꺼내어 펼쳐 보였다.
그것을 알아본 서허의 눈이 크게 올라갔다.
“그, 그것은…!”
벌떡, 일어선 서허의 손이 잘게 떨렸다.
설화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광혈단입니다. 실제 초절정 고수의 피가 들어간 것으로, 개방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 우연히 얻게 되었습니다.”
설화는 모인 이들이 살필 수 있도록 광혈단을 돌려보게 했다.
광혈단을 육안으로 본 남궁무천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워졌다.
그 속에 섞인 광포한 피의 기운을 느낀 것이다.
“광혈단과 작혈단은 취할수록 중독 증세가 강해지지만 그만큼 빠르게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시간을 벌어 전력을 기르고 있었던 셈이군요.”
광혈단을 살펴보던 제갈명이 표정을 구기며 광혈단을 내려놓았다.
이어서 굉천이 광혈단을 확인한 후 옆으로 넘겼고, 서허가 그것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옆으로 넘겨주었다.
그사이, 섭무광이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금 당장 쳐들어갑시다. 설화 말이 맞으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잖소!”
“하나, 아직 뇌옥의 정확한 위치가….”
“제가 알고 있어요.”
또 한 번 모두의 시선이 설화를 향했다.
설화가 모두를 천천히 돌아보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뇌옥의 위치, 제가 알고 있어요.”
잠시 후, 회의를 서둘러 마친 무림맹은 곧장 출정 준비를 했다.
뇌옥의 위치는 총 다섯 곳.
남궁무천이 본대를 이끌고 무당파의 본산을 치는 동안, 섭무광과 굉천, 두 명의 무력단주가 소수 정예를 이끌고 네 곳을 공격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한 곳은 유강과 설화가 한 조가 되어 공격하기로 하였다.
“환단을 먹어 온 무당파의 무인들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무력을 보일 것이다. 하니, 모두들 움직임에 신중을 기하도록.”
남궁무천이 마지막으로 당부한 뒤 하나, 둘 교전을 준비하기 위해 막사를 빠져나갈 때였다.
어수선한 상황 속, 서허의 시선이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인 광혈단을 향했다.
“….”
쿵, 쿵, 뛰는 심장 소리가 그의 귓가를 울렸다.
숨이 거칠어지고 빨라진 맥박에 귓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서허는 어느 순간 광혈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마침내 광혈단과 1척 거리까지 가까워지던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