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0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303화(307/319)
* * *
유강과 설화 일행이 하북으로 떠나기 며칠 전.
무림맹 회의에서 무당산에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이 났다.
남궁무천에게 따로 그 소식을 듣고 나오는 길, 누군가 설화에게 다가왔다.
“비무대회를 치르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 깊었소.”
설화가 고개를 돌려 제게 다가온 이를 바라보았다.
무림맹 군사, 제갈명이었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주군.
제갈명이 짧게 고개를 까딱였다.
설화는 미소로 인사를 받으며 그에게 포권했다.
“무림맹의 군사님을 뵙습니다.”
“잠시 걷겠소?”
“네. 좋아요.”
본관 앞은 보는 눈이 많으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겼다.
설화가 앞서 걷고, 제갈명이 그녀의 곁을 따랐다.
겉으로 보기엔 두 사람이 평범하게 산보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으나, 설화는 전음을 통해 무당파가 처한 문제를 말해주고 있었다.
설화가 환단을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제갈명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비무대회에서 천인혈귀독을 퍼트리려 했던, 무공을 모르던 운반책들.
그들은 전부 무당산 근처에 살던 이들이었고, 그것이 무림맹에서 무당파에 조사단을 보내는 이유였다.
– 주군의 말씀대로라면 운반책들을 내어준 게 무당파 짓이라는 거군요.
환단을 얻기 위해 화오루에 적당한 사람들을 넘기고 그 대가를 받아먹었다는 얘기였다.
–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 이번 조사단을 통해 그것을 반드시 밝혀내야겠군요. 만일 주군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정파 무림을 대표하는 문파가 인신매매를 저지른 것이 됩니다.
독을 이용해 삿된 방법으로 힘을 축적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힘없는 양민들을 이용한 건 더 큰 문제다.
– 적합한 사람이 있을까요? 조사단 중에서도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 주군의 숙부 되시는 이는 어떻겠습니까.
– 남궁청해 숙부님 말씀이신가요?
– 예. 일머리가 뛰어나고 눈치도 빠르더군요.
확실히, 남궁청해라면 믿을 만한 사람이긴 하다.
무림맹의 부군사이니 조사단의 통솔자로도 적절하고.
– 좋네요. 가능하다면 숙부님을 도와줄 이도 붙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 생각하고 계시는 이가 있으십니까?
설화가 잠시 고민하며 턱을 톡톡, 두드렸다.
짧은 고민 끝에 그녀의 입매가 빙긋, 호선을 그렸다.
– 제갈휘 공자로 하죠.
– 알겠습니다.
* * *
그 직후, 남궁청해는 무당파의 환단 중독 실태를 파악하고, 그들이 환단을 얻기 위해 어떠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조사하라는 비밀 명령을 받았다.
그렇게 무당파에 도착한 청해는 도사들의 불편해하는 시선을 피해 무당파가 근래에 무당산 근처 부랑자들의 신원을 조사한 증거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나.
‘제갈 공자를 지하 작업실로 유인할 줄이야.’
부러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여 주어 명분을 만든 뒤, 무림맹의 조사단 전부를 뇌옥에 가둬버렸다.
그러곤 하는 말이 ‘재료로 쓰일 놈들’이라니.
‘우리 피로 환단을 만들려는 건가?’
제갈명에게 무당파의 환단 이야기를 들은 청해로서는 그렇게 추론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다.”
청해는 대신 나서기를 자처했다.
절정과 초절정의 경계엔 다다른 듯하지만, 아직 한계를 넘어서진 못하였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굳은 시선으로 말했다.
“너희들도 그 아이보단 내가 나을 터인데.”
청해의 기백에 조금 당황한 두 도사가 시선을 나눴다.
그러곤 누가 무어라 할 것 없이 제갈휘를 내던지곤 청해의 양팔을 붙잡았다.
“빨리 걷지 못하면 다시 저 녀석을 데려갈 줄 알아.”
“…….”
“부군사님!!”
제갈휘가 황급히 일어나 소리쳤다.
“내가 부군사님을 업겠다!”
어차피 혈도가 막힌 이상 반항은 소용이 없다.
반항해 봤자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지금으로선 이것이 최선이다.
“서둘러야 한다지 않았나? 보다시피 부군사님은 다리를 다치셔서 잘 걷지 못하신다. 하니, 내가 업고 가겠다.”
두 도사가 다시 시선을 나눴다.
어찌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난 다시 이곳에 데려다 놓으면 되잖아! 그게 더 빠를 거다!”
무당파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가 멀다.
험하고 가파른 산의 특성상 계단도 많고, 남궁청해는 혈도가 막혀 내공도 쓰지 못하는 상황.
거기다 썩어들어가는 상처 탓에 냄새도 고약했기에, 도사들은 결국 제갈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헉… 허억….
“자네에겐 미안하게 되었군. 이 은혜를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제갈휘는 남궁청해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도록 애쓰며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몸으로 험한 산을 오르는 일은 생각보다도 힘겨운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외공 수련을 열심히 해 놓는 것인데 말입니다.”
“자네는 그쪽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비무대회에서조차도 크게 움직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는데.
“아, 은혜를 갚는다기엔 뭐하지만 자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알려주겠네.”
“무엇입니까?”
“설화는 탕후루를 좋아한다네.”
“…….”
헉, 허억.
대답 대신 거친 숨이 이어지길 얼마간.
제갈휘가 웃음이 섞여 든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것참 귀한 정보로군요.”
그 경계심 강한 소저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있다니.
“탕후루를 사다 주면 소저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습니까?”
“내 장담하지.”
제갈휘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빨리빨리 따라와!”
조금 앞서가던 도사가 소리치자, 뒤를 따르던 도사가 청해의 등을 검집으로 쿡, 찔러 밀었다.
그 탓에 순간 휘청이던 제갈휘는 가까스로 중심을 다시 잡고 걸음을 이어갔다.
“이쪽이다.”
도사가 이끈 곳은 무당파에서도 가장 큰 건물인 옥허궁(玉虛宮)이었다.
멀리서 보아도 웅장해 보이는 건물의 지붕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서둘러라.”
도사가 다시금 재촉하여 걸음을 서두르던 그때였다.
“누구냐!”
앞서 걷던 도사가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제갈휘와 남궁청해는 우뚝, 멈춘 채로 도사의 앞을 막고 선 이를 바라보았다.
“…남궁 소저…?”
“설화…?”
검은 무복을 입고, 머리를 질끈 올려 묶은 채로 길을 막고 선 이는 다름 아닌 설화.
설화는 평소엔 잘 보여 주지 않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숙부님.”
설화의 시선이 청해의 다친 다리로 향했다.
이어서 엉망이 된 청해와 제갈휘의 모습을 훑었다.
천천히 그 모습을 눈에 담는 설화의 표정이 조금씩, 차갑게 굳어 갔다.
그녀의 몸에서 검붉은 살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커헉-!”
그때 퍽, 소리와 함께 뒤를 따라오던 도사가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