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1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309화(31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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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련의 일이 정리된 후 설화는 남궁세가로 돌아왔다.
남궁무천의 말대로 외출을 금한 채 처소에 머무르며 아주 오랜만에 남궁의 무공에 매진했다.
탁-
설화가 붓을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그녀 앞에 놓인 책에는 설화의 독문 무공인 천뢰신검에 관한 초식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힘겹게 이룬 것인데, 남궁세가의 검법으로 남겨도 되겠더냐?]이무기가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설화는 빙긋 웃으며 턱을 괸 채로 이무기의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궁세가의 검법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해. 이건 내가 스스로 이룬 일이 아니니까.”
남궁세가의 무공과 섭무광의 무공이 없었다면 이 검법 또한 만들어질 수 없었겠지.
남궁세가의 사람으로서, 풍뢰신의 유일한 제자로서 설화는 이렇게 제가 전수받은 무공의 흔적을 남기고자 했다.
생을 돌아와 처음 울음을 터트리던 날, 섭무광에게 말했던 대로 선대의 무공에 경이로움을 표했던 것처럼.
후대를 이을 누군가가 이 비급을 통해 검을 사랑하게 되고 나아가 성장의 발판이 된다면 그것만큼 영광스러운 일도 없을 테니까.
[천상 무인이로군.]“고마워.”
이무기의 머리를 쓰다듬던 설화는 문득 궁금한 것이 떠올랐다.
“근데. 무당산에서 왜 나를 말리지 않았어?”
[말리다니?]“내가 날뛸 때 말이야. 너는 나를 말릴 수 있었잖아.”
혹여 살기에 휘말려 다칠까 봐 누구도 가까이 다가오지 못할 때, 이무기는 충분히 자신을 말릴 수 있었으나 침묵했다.
누구보다 자신의 불안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음에도.
그 난동이 불안이라는 비틀어진 감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앎에도.
이무기는 그저 침묵했다.
[나는 정파도 사파도 아니다. 하물며 백도도 흑도도 아니지. 그건 인간들이 제멋대로 나누어 놓은 기준일 뿐이니.]“그렇지.”
이무기는 인간이 아닌 영물이니까.
굳이 어느 곳에 속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오로지 내가 선택한 인간만을 위해 움직인다. 너는 그 순간 복수를 원했고, 나 역시 그러했다.]이무기가 선택한 인간은 때론 정파였고 사파였으며 때론 흑도 백도 아닌 자였다.
이무기는 매 순간 자신이 선택한 인간의 뜻을 따라왔다.
그 선택으로 수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지라도 이무기는 자신이 선택한 인간의 선택을 따랐다.
“넌 무슨 기준으로 인간을 선택하는데?”
[그건 비밀이다.]“만약 내가 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인간한테 갈 수도 있는 거야?”
이무기의 고개가 설화 쪽으로 휙, 돌아왔다.
[그게 그리 손바닥 뒤집듯이 쉬운 일인 줄 아느냐?!]손바닥 없으면서.
[나는 신이 아니라 영물이다! 네게 준 편린을 만드는 데 몇백 년이 걸렸는지 아느냐?!]“몇백 년씩이나 걸린 거였어…?”
[그래! 나는 네 녀석이 아니면 또다시 몇백 년을 기다려야 한단 말이다!]하도 주고 싶어 하기에 쉬이 만들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무기는 의외로 신중하게 인간을 선택해 온 것이었다.
아무나 붙들고 힘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내심 더 고맙고 뿌듯해졌다.
“근데 넌 내가 아니더라도 어르신들과 잘만 얘기했잖아.”
[천문이 열린 이들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천문.
사람에게는 세 개의 단전이 존재한다.
무공을 익히며 처음으로 내공을 쌓게 되는 하단전.
화경에 오른 이들이 자연스레 알게 된다는 중단전.
마지막으로 현경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 알게 된다는 상단전.
화경의 경지에 올라 깨달은 중단전이 완전히 열리고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는 경지가 화경의 극이라 한다.
같은 의미로,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서 상단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단전을 수련하고, 제 것으로 만드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무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면 상단전, 즉, 천문이 열리는 것으로 충분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도 현경의 경지에 오른 이후에나 이무기와 말씀을 나누셨지.’
현경의 경지에 오른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이무기에게 손녀의 안위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천하에 현경의 고수는 다섯이 채 되지 않으니, 이무기의 입장에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간이 얼마 없는 것이었다.
“내가 없었으면 외로운 삶이었겠네.”
[흥. 네가 오기 전까지 구양도와 잘 살았다.]“그러고 보니 네가 나한테 편린을 넘긴 게 구양도 어르신께서 화산을 떠나시던 때였지?”
그래서 조급했던 거 아니야?
가는 눈으로 이무기를 바라보니 이무기가 당황하며 몸을 꿀렁였다.
[그, 그건 어쩌다 보니 겹친 것뿐이다! 이놈! 천둥벌거숭이 같은 네 녀석을 선택해 준 본좌의 뜻에 감사하진 못할망정!]이무기가 씩씩거리며 꼬리로 책상 위를 탁탁, 내려쳤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설화는 푸흐흐, 웃으며 이무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생각해 보면 처음엔 인간사에 즐거운 일 하나 없는 것처럼 굴었지.
막상 내려와 보니 이것저것 전부 너무 좋아해서 탈이지만.
“네가 나를 버릴 수도 있어?”
[흥. 본좌는 쉬이 의리를 저버리는 몸이 아니다.]“가능한지를 물은 거야. 이 힘은 네가 준 거니까. 네 손으로 거두어 갈 수 있나 해서.”
설화의 손 주위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손을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검은 기운은 마치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듯이 움직였다.
[당연히 가능하다. 나는 언제든 네게 내어준 편린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데?”
[너는 천문이 열리지 않았으니, 더 이상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겠지. 내 힘을 쓸 수 없음은 물론이고 천문이 열린다 해도 내가 네 앞에 나타나지 않는 이상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그렇구나.”
쉽게 얻은 힘이니, 쉽게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던 힘이다.
이무기의 힘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쉽지는 않았다. 이무기를 못 보는 건 조금, 아니 꽤 많이 아쉽겠지만.
[하나,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본좌는 너를 썩 마음에 들어 하고 있으니.]“그거 영광인걸.”
오랫동안 힘을 빌려 쓰려면 잘 보여야겠는데.
령에게 당과를 잔뜩 사와 달라고 부탁할 것을 생각하며 설화는 이무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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