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1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310화(314/319)
“슬프구나.”
혈마의 안색이 깊은 슬픔으로 물들었다.
“모월은 내가 아끼는 이였다. 홀로 본교의 많은 일을 감당하던 이가 이리 황망히 떠났으니 가슴이 아프다.”
혈마의 절절한 애소에도 모인 이들의 표정은 굳어 있기만 했다.
혈마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이 굴더니 한순간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굳혔다.
“삼 혈주.”
“예.”
“무영마신의 목을 가져오게.”
혈주들이 그제야 혈마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혈마는 무영마신을 향해 꽤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모월이 잠시나마 무영마신을 육혈주의 자리에 앉히려 했던 것도 무영마신을 향한 혈마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데, 그런 혈마가 태도를 바꾸었다.
“…사도련과 전쟁을 벌이라는 명입니까?”
“살막과 사도련이라…. 호오, 재미있겠군. 아주 재미있겠어.”
혈마가 흥미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휘며 턱을 문질렀다.
그 번득이는 붉은 눈동자에 살막의 주인, 삼 혈주는 불안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이길 수 있겠지?”
“….”
진심인가?
갑자기 무영마신의 목을 가져오라고?
사도련이 어떤 세력인가.
흑도 세력들로도 모자라 수로채와 녹림마저 흡수한 거대 세력이 아닌가.
정파 무림에 무림맹이 있다면 사파 무림엔 사도련이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
‘지난번 산서에서 만났을 때야 가능성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도련 소속 화경의 고수만 해도 둘이 아닌가.
거절하자.
이대로 살막과 사도련이 맞붙게 된다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 일은 사 혈주를 시키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일을 그르친 이는 사 혈주가 아닌가.
사 혈주가 무영마신을 그 자리에서 죽였다면 모월 역시 살아있을 터.
“사 혈주는 그 일로 수십의 수하들을 잃고 심신이 지쳐 회복 중이지 않느냐.”
혈마가 슬픈 듯 낮게 휘어진 시선으로 사 혈주를 바라보았다.
한쪽에서 잠자코 돌아가던 상황을 지켜보던 사 혈주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 뻔뻔한 태도에 삼 혈주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렇다 해도 굳이 살막이 나설 필요는….”
“이길 수 있겠냐고 물었다.”
“…!”
혈마의 주위로 짙은 혈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로지 죽음뿐이라는 듯이.
“….”
삼 혈주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상황만 놓고 본다면 모월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혈마가 무영마신의 목을 가져오라고 명령을 내린 상황.
그러나 본래도 월패의 주인은 수시로 죽고 죽이며 뒤바뀐다.
아무리 계략에 능한 모월이라도 그녀의 죽음에 피도 눈물도 없는 혈마가 진심으로 슬퍼할 리 없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혈마의 유희.
그러나 삼 혈주는 혈마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물론이오.”
살짝 떨어트린 시선 위로 혈마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관심을 가졌던 일 혈주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고, 이 혈주 역시 옅은 웃음을 흘리곤 제 일이 아니라는 양 고개를 돌렸다.
힘 없이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는 오 혈주 역시 복잡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슬슬 때가 도래하였군.”
혈마가 한층 경쾌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잠든 용도 때가 되면 깨어나 천하를 노닐어야 하는 법. 생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민생들을 구원해 줄 때가 되었느니라.”
* * *
용봉지회가 열리는 날이 보름 뒤로 결정되었다.
다소 급하긴 하나, 열다섯 개의 세력이 모인 자리에서 정해진 날이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보름 뒤.’
유강은 척마대원들의 수련을 이끌고 있던 연무장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
무당산의 일 이후 설화를 만나지 못한 지도 이레째.
‘설화의 근신이 보름이었던가.’
용봉지회는 지금으로부터 보름 후에 열리니, 설화의 근신이 끝나고도 이레 후다.
무림맹주인 남궁무천의 손녀임과 동시에 비무대회에서 보여 준 실력에 설화를 향한 후기지수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거기에 더해 이번 무당산에서 뇌옥의 위치들을 알아낸 설화의 활약이 알려지며 무림맹 내에선 설화를 향한 칭찬이 자자했다.
과한 처신으로 근신을 받았고,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으나, 그 비난의 목소리마저 그녀를 향한 관심이었다.
“….”
유강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모두가 관심을 갖지만 모두가 만날 수 없다.
그 일반적인 상황에 자신이 속해있다는 것이 어쩐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조금 더 특별해지고 싶은데.
모두가 보지 못하고, 소식을 알 수 없을 때에도 소식을 알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주먹을 말아쥔 그의 손에서 스르륵, 힘이 빠져나갔다.
그의 시선이 최근 들어 아득히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급해하지 말자.
그러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까.
‘보름….’
그래도 보름 뒤에는 그녀를 볼 수 있다.
* * *
“여기, 하오문주의 서신이다.”
수수한 차림으로 다과를 즐기던 설화가 불쑥 찾아온 남궁청운을 바라보았다.
청운은 설화의 앞에 하오문주의 서신을 내려놓은 뒤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자리했다.
청운에게는 근신 첫날, 설화가 사도련주라는 사실을 밝혔다.
남궁무천에게 밝힌 이후 적당한 때에 청운에게도 밝힐 생각이었다.
청운은 처음엔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설화의 뜻을 이해하고 흔쾌히 그녀에게 도움이 되어주겠다고 했다.
그로 인해, 령이 간간이 전해주던 하오문주의 서신은 자유롭게 설화의 방에 드나들 수 있는 청운이 가져다주게 된 것이다.
“용봉지회가 보름 뒤에 열린다더구나.”
설화가 조르륵, 차를 따라 청운에게 건네주었다.
“그런가요?”
청운은 새로운 잔 하나를 설화의 앞에 놓아주었다.
“그때면 네 근신도 끝이 나니, 너도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네요.”
“네 할아버지가 너를 생각하신 것이겠지.”
그럴 것이다.
근신을 고작 보름 내린 것도 여기까지 안배하신 것일 터다.
할아버지는, 빈틈이 없으신 분이시니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전부 참석한다던가요?”
“그래. 거기에 더해 비무대회에서 본선에 오른 이들에게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더구나.”
비무대회 본선에 오른 무소속 무인들은 대부분 유강이 이끄는 척마대에 들어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