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1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313화(317/319)
* * *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온 두 사람은 금련비와 당호진이었다.
“산서에서 뵙고 지금껏 못 뵈었네요. 그간 잘 지내셨죠?”
금련비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했다.
설화는 무영마신으로서 그들을 만났지만, 그들의 입장에선 청린루의 일 이후 처음으로 본 것일 터였다.
설화도 자리에서 일어나 반가운 기색으로 두 사람을 맞았다.
“얘기는 들었어요. 산서 전투 때 두 분 다 크게 다치셨다고요. 같이 싸워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아니에요. 소저께선 맹주님의 명으로 섬서에 계셨으니까요.”
청린루에서 죽인 새외인의 시신을 무림맹에 보낸 이후, 그들의 뒤를 쫓아 섬서를 조사하는 것.
그것이 두 사람이 알고 있는 설화의 임무였다.
“소저께서도 무당산에서 부상이 있으셨다 들었습니다. 괜찮으신 겁니까?”
당호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요. 시간이 많이 지나기도 했고. 푹 쉬며 잘 회복해서요.”
근신이었지만, 덕분에 푹 쉰 것도 맞으니까.
“무리하시는 것이 아니면 좋겠네요.”
금련비 역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어수선한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설화와의 비무를 위해 제비를 뽑은 이후 분위기가 풀어지자, 후기지수들은 서로 비무를 청하기에 바빴다.
서로의 무공을 칭찬하고 비무 약속을 잡다 보니 용봉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분이었다.
“비무다! 지금 비무를 나눈대!”
“와아아! 멋지다!!”
용봉지회의 꽃은 누가 무어라 해도 비무.
누군가 호기롭게 그 첫 합을 겨룰 모양이었다.
인파에 둘러싸여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팽미랑과 해남파의 만원창이었다.
“좌수검! 진짜 붙어보고 싶었다고!”
어쩐지 만원창은 팽미랑에게 어깨를 휘둘린 채 끌려가는 모양새였지만.
후기지수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두 사람은 비무대로 향해가고 있었다.
‘호걸이라니까.’
팽가다워.
“누님. 안 가보실 겁니까?”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웅이 살뜰하게 설화를 챙겼다.
“당연히 가 봐야지. 저희도 구경하러 갈까요?”
“좋아요!”
“예.”
네 사람은 무리에 섞여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무대로 향했다.
비무장은 늦은 저녁에도 비무를 나눌 수 있도록 불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이윽고 캉- 카캉! 하는 소리와 환호가 비무장을 울려 퍼졌다.
진정한 용봉지회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 * *
비무장에서 돌아오니 어느새 깊은 밤이었다.
한번 끓어오른 어린 무인들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쉴 새 없이 타올랐다.
여독을 채 풀지 못하였으니 이만 쉬라는 주작단주 유표의 제지가 아니었다면, 밤을 새우면서까지 검을 나눴을 정도의 열기였다.
[인간들. 더럽게 시끄럽군.]어느새 숙소로 도망쳐 와 있던 이무기가 꼬리를 탁탁, 치며 설화를 반겼다.
그 모습에 픽, 웃으며 방에 막 들어서는데,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설마 휘 공자가 정말로 찾아온 건가…? 이 시간에?
미간을 설핏, 찌푸리는데 문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님.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웅이었다.
웅의 목소리에 설화의 표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밝아졌다.
“응. 들어와.”
방문이 열리고 웅이 열린 문을 붙잡고 선 채 머뭇거렸다.
“괜찮아, 들어와도.”
“아뇨. 누님도 쉬셔야죠. 금방 갈 겁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머뭇거리는 웅의 표정이 어두웠다.
사실 지금만 어두운 건 아니었다.
본가에선 따로 출발하여 알 수 없었으나, 무림맹에서 만난 웅의 낯빛은 어딘가 어두웠다.
때때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문득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괜스레 시선을 피하기 일쑤였다.
“뭔데? 얘기해 봐.”
“누님….”
“응.”
“누님께선… 본가를 떠나실 생각이십니까?”
“…뭐?”
설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소가주 자리를 거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저를 추천하셨다는 것도요.”
“아.”
그 얘기를 들은 거구나.
남궁무천도 청운도 자신이 가주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말했을 때 의외라는 듯 반응했으니, 웅이 또한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하나.
“가주가 되지 않겠다고 했지, 가문을 떠나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
“정말요?”
“응.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어.”
웅의 표정에 일순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소가주의 자리는 왜 포기하시는 겁니까? 저 역시 저보단 누님께서 그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
설화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자리는 네 거야.”
누구보다 가문을 사랑하고 늙고 약한 가문인들의 앞에 버티고 서서 끝까지 그들을 지켜 내려 하였던 남궁웅.
자신이 멸문시키지 않았다면 웅은 당연하게 남궁세가의 가주가 되었을 것이다.
남궁청산이 가주이던 이전 생에도 웅은 소가주였으니까.
이번 생은 애초에 자신과 웅의 시작점이 다르지 않았던가.
전부 아는 미래의 기억을 이용해 엄청난 일을 이루어 낸 듯이 구는 비겁한 자신이 그의 자리를 빼앗는 건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말했잖아. 넌 나보다 훌륭하다고.”
웅이 미간을 설핏, 찌푸렸다.
언젠가 설화에게서 같은 말을 들은 적 있었다.
‘너무 서운해하지 마. 넌 나보다 몇 배나 훌륭하니까.’
누님의 혜안과 뛰어난 무공에 감탄하다 못 해 자신이 너무 작아 보이던 그때.
누님께서 해 주신 말이었다.
“그건 제 자신감을 북돋워 주시려….”
“난 빈말은 못 해.”
“….”
“넌 잘할 거야. 난 너를 믿어, 웅아.”
누구보다 훌륭히 가문을 이끌어 나가고, 지켜 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설화의 신의가 담긴 말에 웅은 잠시 침묵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그는 주먹을 말아쥐며 입을 열었다.
“저도… 누님께서 저보다 훨씬 뛰어난 가주가 되실 거라고 믿습니다. 하니… 누님의 뜻이 아직 이해되지 않아요.”
“….”
“누님이 가주직을 맡지 않으시려는 데에 제가 이번에도 미처 헤아리지 못한 뜻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그래야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럼… 이만 쉬세요, 누님.”
웅이 설화에게 꾸벅, 인사하곤 발걸음을 돌렸다.
예상보다 단호한 웅의 반응에 설화는 조금 놀라 멍하니 열린 방문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미처 헤아리지 못한 뜻….’
그렇구나.
웅이는 지금껏 자신이 마음대로 뒤바꾼 미래에 아무것도 모른 채 휘둘려 왔던 것이다.
하루아침에 형과 어머니를 잃어야 했던 때도, 할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해야 했던 때도.
지금도.
설화는 한 번도 웅에게 사정을 설명하거나 이해시켜 준 적이 없었다.
남궁무천이나 청운에게는 숨기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휘둘리는 처지인 웅의 마음 같은 것은 미리 살피려 한 적 없었다.
‘꽤 당황스러웠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