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1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315화(319/319)
쐐애액-! 후우우욱!
진예의 검이 매화잎을 흩날리며 쇄도했다.
혜언의 권 역시 공기를 찢는 듯한 위력으로 맞섰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온 힘을 실은 일격이 맞붙기 직전.
콰아아앙-!!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두 사람의 공격을 밀쳐내며 두 사람이 각각 양방향으로 날아갔다.
휘리릭- 탁!
촤아아아악-!
진예와 혜언은 각자의 방식대로 겨우 중심을 잡고 비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비무대 위에는 남궁설화가 서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비무장은 일순 정적에 휩싸이고.
“누님!!”
남궁웅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다른 이들이 술렁였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남궁 소저가 방금 두 사람 밀친 거 맞지?”
“근데 어쩐지… 좀 추워진 것 같지 않아…?”
후기지수들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저, 저기…!”
좌중이 일제히 남궁설화의 시선이 향하는 정면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하얀 백발의 긴 머리카락.
얼굴을 전부 가린 새하얀 색의 가면.
크게 펄럭이는 새하얀 색의 장포.
온통 흰색을 두른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가 허공에 떠 있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기운이 공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그의 양손엔 무려 2장(2丈_약 6m) 정도 되어 보이는 연검이 들려 있었는데, 비무장 위에는 남궁설화의 양쪽으로 그 검으로 공격당한 듯한 흔적이 있었다.
조금 전 진예와 혜언이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설화는 그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혈교에서 혈마와 버금가는 무공 실력을 가졌다고 알려졌고, 여섯 혈주들 중 가장 강한 세력을 가진 혈주.
일 혈주.
설화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가면 너머로 느껴지는 모든 일에 무관심하다는 듯한 차가운 눈빛은 이전 생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그 차가운 눈이 느릿하게 설화를 내려다보았다.
“소루주….”
지독하리만치 권태로운 시선.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로 고저 없는 여인의 목소리.
설화는 그 시선에 담긴 무자비함과 잔혹함을 안다.
타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은, 그들의 고통과 괴로움 역시 그녀의 신경 밖의 일이라는 의미.
“당신을 데리러 왔어. 루주가… 데려오라는군.”
“….”
일 혈주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설화의 예상대로였다.
‘이렇게 바로 움직일 줄이야.’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무림맹 가까이에 용봉지회의 장소를 두었고, 제갈명의 진법으로 주위의 경계를 강화했다.
아무리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곤 하나, 제갈명의 진법이라면 무림맹에서 지원을 올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진법을 깨려는 기운을 느끼고 얼마 되지 않아 진법이 깨졌다.’
이곳은 무림맹과 가깝지만, 최소 일각(一刻_15분)은 지나야 무림맹의 지원군이 당도할 것이다.
아니, 이 상황을 알리러 가는 이가 발이 느리다면 그보다 더 걸리겠지.
그래도 지원을 올 때까지 시간만 벌어두면….
멀리서 수십의 사람들이 달려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용봉지회의 순찰을 맡은 무림맹의 무력단일 터였다.
무력단주들과 같이 일 혈주를 상대하고 있다 보면….
촤악-! 휘리릭- 툭.
“…!”
설화가 제 발치 아래로 굴러오는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용봉지회에 참석한 이들 중 하나의 머리였다.
아마도 형산파의 제자였던가.
용봉지회의 첫날, 자신에게 가장 먼저 비무를 부탁했던 그 사람이었다.
‘…언제?’
설화는 일 혈주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오른쪽 연검에서 붉은 선혈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시간 끌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하나씩… 죽일 거니까….”
“…그만둬.”
일 혈주가 지루하다는 시선으로 왼손을 들어 세 개의 손가락을 펼쳤다.
그 손가락이 천천히 하나씩 접어들고.
마침내 전부 접혔을 때.
휘리릭-
오른손의 연검이 움직였다.
마치 뱀처럼 빠르게 움직인 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목표의 목덜미를 노렸다.
그러나.
카앙-!
이번에는 일 혈주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던 설화가 가까스로 검을 막아냈다.
“…!”
일 혈주의 다음 목표물이었던 화산파 진예가 놀란 눈으로 제 앞을 버티고 선 설화를 바라보았다.
잔뜩 경계한 채로 허공에 뜬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검이 자신을 향하는 것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남궁소저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목은 이미 땅에 떨어졌을 터.
진예의 눈에 설화의 오른팔에서 배어 나오는 혈흔이 보였다.
고작 검을 쳐내는 것만으로 거의 아물었다고 생각한 상처가 일부 터진 것이다.
“소, 소저…!”
“도망치세요. 어서.”
압도적이다.
그 말밖엔 할 수 없다.
진예는 조금 전 그 일격만으로도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알았다.
이 상황에선 도망치는 것만이 남궁소저를 돕는 일이라는 것도.
타다닷-
도망치는 제 목표물을 일 혈주는 고개를 까딱이며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이내 비무장의 입구 쪽을 향했다.
수십의 무인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잡아라!”
“아이들을 보호해!”
그러나 그들이 후기지수들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카카카카캉-! 카캉! 카앙-!
어디선가 나타난 일 혈주의 수하들이 무력대를 막아섰다.
전부 하얀 무복을 입고 하얀 가면을 쓴 고수들이었다.
“젠장! 싸워라!”
“쓰러트려!”
캉! 카카캉! 캉!
순식간에 무력대와 일 혈주 수하들 간의 교전이 시작되었다.
촤악- 크아악! 아악!
부딪히고, 베고,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이 비무장에 울려 퍼졌다.
후기지수들은 그때까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 영문도 모른 채 서 있었다.
“우, 우리도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제 눈앞에서 무력대원들이 죽어 간다.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으나, 문제는 후기지수들의 무공 실력에 비해 적이 월등히 강하다.
“이 썩을 놈들이!!”
호전적인 성격의 팽호광이 후기지수들 중 가장 먼저 전투에 뛰어들었다.
이어서 눈치를 보던 팽치풍과 팽미랑이 그리고 소림사의 승력들과 화산파, 모용세가의 검수들이 뒤따랐다.
눈앞에서 같은 후기지수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은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하나, 둘 교전에 뛰어들었다.
한편, 일 혈주와 대치 중인 설화는 오른팔의 아릿한 통증을 느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남궁설화 네 힘으로 맞설 상대가 아니다. 내 힘을 사용해라. 어서!]이무기는 제힘을 사용하라 종용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아직 혈교는 무영마신이 자신이라는 것을 모른다.
무영마신의 존재는 혈마의 심장을 찌르는 비수가 될 터.
아직은, 그 중요한 패를 쉽게 꺼낼 수 없다.
[여기 있는 이들을 전부 죽일 셈이냐? 저 인간이 마음먹으면 이곳에 있는 이들이 전부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 않으냐!]아직, 아직은….
일 혈주가 다시금 손을 들어 올렸다.
세 개의 손가락이 느리게 하나씩 접혀가고 마침내 또다시 전부 접혔을 때.
카아앙-!
“히, 히익…!”
일 혈주의 검이 또 다른 후기지수를 노리고 움직였다.
무심하고 무거운 살기는 살갗을 찢을 듯이 검과 함께 쏟아졌다.
살심(殺心)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이의 무자비한 살기.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누님!!”
“오지 마!!”
휘리릭- 카앙! 카캉! 캉! 카카캉!
그 살기가 웅이에게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피해! 어서!”
“!”
웅은 황급히 뒤쪽으로 물러섰다.
일 혈주의 쏟아지는 검을 받아치며 설화는 고민했다.
지금 당장 이무기의 힘을 쓰면 일 혈주를 막을 수 있을까?
‘아니.’
일 혈주의 경지는 이미 화경의 극 그 이상이다.
혈공을 이용해 끌어올린 경지이기에 불완전하겠으나 혈교의 혈공을 전부 사용하려 든다면 위력만큼은 현경에 가까울 터.
‘이무기의 힘을 사용해도 막을 수 없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아직은, 혈교가 이 힘을 알게 해선 안 된다.
캉- 카앙! 카아아앙-!
일 혈주의 검을 받아내는 사이.
비무장은 비명과 치열한 외침으로 가득 찼다.
정예로만 구성된 일 혈주의 수하들은 쳐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폭혈환을 사용해 제 경지를 끌어올린 상태였다.
그런 무자비한 괴물들을 용봉지회의 순찰단의 무인들과 후기지수들이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크아악!”
“아아아악! 내 다리!!”
피가 낭자하고, 아군이 하나둘 쓰러져 갔다.
“물러서! 정면으로 맞붙지 마라!”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이는 고작해야 주작단주 유표와 청룡단주 일지량뿐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일각(一刻_15분).
분명 일각이 되기 전에 무림맹의 사람들이, 할아버지가 도착할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버티면….
촤아악-!
“!”
설화의 눈앞에서 또 다른 이의 목이 떨어졌다.
어젯밤, 팽미랑과 가장 먼저 비무를 나누었던 해남파의 이대제자 만우학이었다.
그는 비무대회 때 설화의 첫 본선 상대이기도 했으며, 오늘 새벽 연무장에서 만나기도 한 이였다.
‘부탁드립니다, 소저! 가르침을 주십시오!’
나이로만 따지면 자신보다 몇 살은 더 어린 자신에게 허리를 숙여가며 가르침을 청하던 이였다.
지나칠 수 없어, 몇 마디 보태주곤 응원을 보냈던 이였다.
그는 분명 훌륭한 무인이 될 터였다.
분명….
“사제!!!”
일지량의 목소리가 비무장을 날카로이 울렸다.
일지량은 제 앞을 막는 일 혈주의 수하를 단번에 베어내곤 지체 없이 달려왔다.
일 혈주의 검이 그런 일지량을 향해 쇄도했다.
카아아앙-!
“…그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