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19)_2
그 검을 막아낸 설화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이무기의 말을 들었다면 적어도 일 혈주의 손에 죽은 두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까.
처음부터 순순히 따라갔다면, 이 모든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까.
“그만해!!!”
붉게 물든 그녀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일 혈주의 무심한 시선이 처음으로 옅은 색채를 띠었다.
“변했다더니… 정말이네….”
하얀 가면 너머 일 혈주의 눈매가 살짝, 휘어졌다.
“가자…. 루주가 기다려….”
일 혈주가 검을 내렸다.
일 혈주의 수하들 역시 검을 내리곤 그녀의 뒤쪽으로 물러났다.
“이것들 뭐야 갑자기?”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순식간에 벌어졌다가 순식간에 종결된 교전에 순찰단 무인들과 후기지수들은 어리둥절하여 비무대 쪽을 바라보았다.
남궁설화가 검을 집어넣었다.
그녀에게 흰 가면을 쓴 이들 두 명이 다가갔다.
남궁설화의 양팔을 붙잡으려던 그들의 손을 설화는 뿌리쳤다.
“잡지 마. 내가 알아서 갈 거니까.”
어느새 흰 가면을 쓴 이들과의 교전에 뛰어들었던 남궁웅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누, 누님…?”
남궁웅이 설화를 향해 다가가려 할 때, 누군가 그를 뒤에서 붙잡았다.
“공자, 안 됩니다.”
제갈휘였다.
제가 아는 숙부의 진법은 이렇듯 단번에 깰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그런 진법이 이렇게 허무하리만치 파훼되었다는 것은, 상대하고 있는 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수라는 것.
“지금 가면 소저께서 더 난처해지실 겁니다.”
“이거 놔! 누님! 안 됩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할아버지께서 오실 거라고요!! 누님!!”
설화가 남궁웅을 돌아보았다.
자신도 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무림맹에서 사람이 오리라는 것을.
하지만 그때까지 몇 명의 사람들이 더 죽어 나갈지 장담할 수 없다.
일 혈주는 시간을 끌수록 더 많은 이들을 죽이려 들 것이고, 자신 하나 살자고 그 많은 이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남궁설화. 안 된다.]– 부탁해.
[내가 떠나면 어찌 되는지 잘 알지 않으냐!]– 미안해.
[떠나고 말고는 내가 정한다. 고작 인간인 너의 말을 따를 듯싶더냐!!]– …미안.
설화는 웅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한 번쯤은 예상했던 일이었다.
은월의 경고가 사실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때가 되었으니, 변화가 올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 웅아.
“!”
– 할아버지와 아버지껜 죄송하다고 전해드려.
“…누님…!!”
– 반드시… 돌아올게.
“아, 안…!”
남궁웅을 흘낏, 보던 일 혈주가 먼저 비무장을 떠났다.
탓-
그녀의 뒤를 따라 잠시 망설이던 남궁설화가 비무장을 떠나갔다.
뒤를 이어 일 혈주의 수하들이 떠나고.
“누님!!!”
남궁웅의 절규가 비무장에 울려 퍼졌다.
훅- 후욱-
빠르게 움직이는 경신술에 둔탁한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쳐 갔다.
일 혈주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무림맹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설화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느 정도 무림맹과 멀어졌을까.
이무기의 힘이 제 몸에서 스르륵, 빠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건방진 인간.
분명 그리 읊조렸을 것이다.
쉬이 자신을 버린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잘 삐지는 영물이니, 다시는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과나 많이 먹게 해 줄걸.’
자신을 떠나면 대화가 통하는 인간도 없을 텐데.
“….”
후우우- 후욱-
돌아간다.
혈교로.
혈마의 손아귀로.
하지만 그곳을 떠나올 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잊지 말거라. 너는 남궁이다.’
남궁무천의 말을 상기하며 설화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어디를 가든, 어느 곳에 있든.
‘나는 남궁이야.’
이제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정체성만 분명하다면, 더 이상 혈마의 손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돌아갈게요. 어떻게서든.’
탓- 타닷-
바람을 가르며 내달리는 설화의 눈빛이 결연하게 굳어졌다.
구름 자수가 놓인 제 푸른 옷자락을 꼭, 말아 쥐었다.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부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