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33화(33/319)
“이곳이 직계 가족분들만 사용할 수 있는 내당 연무장입니다. 안쪽 건물엔 개인 수련장도 있으니, 편하게 사용하시지요.”
“감사합니다. 총관 할아버지.”
꾸벅 인사한 후 설화는 곧장 연무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검을 써 보고 싶어 안달 난 모습이 역력했다.
“허허… 저리 좋을꼬.”
금은보화를 떠안겨 줘도 덤덤하던 아이는 검 하나에 날아다녔다.
평범한 아이였다면 반짝이는 보물이나 장신구를 더 좋아했을 터인데.
금은보화를 들고 온 이는 자신인데 어쩐지 실리는 비풍검이 얻은 모양새였다.
“아니지. 그건 가주님의 선물이고. 난 아직 드리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이니.”
무엇을 드리면 좋을꼬.
자존심은 좀 상하지만 비풍검의 선물에서 실마리를 얻은 그는 고심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쉭― 쉬익! 쉭!
예리한 검날이 푸른 검로를 그리며 바람을 갈랐다.
설화는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녀를 중심으로 푸른색의 꽃이 피어나고, 이내 꽃잎마저 검로로 가득 차 하나의 구가 만들어졌다.
그 구의 중심엔 설화가 있었다.
설화가 마지막으로 검을 정면으로 깊게 내지르자―.
파앙―!
일순 작게 폭발하듯 퍼진 기운이 그녀를 중심으로 사르르, 내려앉았다.
마치 뜨거운 태양 아래 새하얀 눈이 내리는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하아… 하아….”
자세를 바로 세우고 검을 바라보았다.
‘…엄청나다.’
검이 가진 예기는 물론이고, 공기도 베어 버릴 듯한 날과 적당하게 묵직한 무게.
검자루는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손에 착 감기듯 들어오는 것이 마치 처음부터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검 같다.
덕분에 손가락 마디마디에도 힘이 실려 검을 휘두르는 것에 조금도 걸리는 것이 없었다.
한 번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짜릿함이 느껴졌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데도 검을 멈추지 못한 이유였다.
‘검이 이렇게나 아쉬운 것이었나?’
체력적 한계에 다다라 멈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쉽다.
더 휘두르고 싶고, 더 놀고 싶다.
이런 기분은 이전 생을 통틀어서 검을 잡은 이래 처음으로 느껴 본 것이었다.
검이란 그저 상대를 베고 죽이기 위한 무기라고 생각했는데, 즐거울 수도 있다니.
설화가 마른침을 삼켰다.
‘명검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구나.’
이 검으로 검법을 펼치면 어떨까. 더 깔끔하겠지?
자유자재로 검을 다룰 수 있으니 분명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유연하게 검로가 펼쳐질 거야.
‘조금만 더 해 보자.’
채워지지 못한 아쉬움에 다시 자세를 잡을 때였다.
“맘에 드냐?”
기척도 없이 어느새 다가온 섭무광의 목소리가 지척에서 들렸다.
설화는 자세를 풀고 뒤를 돌아보았다.
섭무광이 팔짱을 낀 채로 의기양양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캬― 누가 줬는지 아주 환상적인 검이다?”
그가 짝, 짝, 짝, 박수를 쳤다.
그 스스로에게 보내는 박수였다.
“어떠냐, 꼬맹아. 휘둘러 본 소감은.”
그의 눈빛이 번득였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 적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섭무광이었다.
본디 선물을 주는 이는 받는 이의 반응을 기대하는 법.
검을 써 본 설화의 반응을 확인하려고 굳이 연무장까지 찾은 것이었다.
“끝내주지? 앙?”
자신감 넘칠 때는 언제고 흘낏 묻는 그의 목소리엔 약간의 불안감이 어렸다.
설화는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예요.”
“!”
“지금까지 써 본 검 중에 이만한 검은 없었어요. 원래 제 것이었던 것처럼 손에 착 붙어요.”
틈 없이 흘러나오는 대답에 섭무광이 눈을 껌벅였다. 그러다 머쓱해져 괜히 목을 풀었다.
“그래. 그 검이 좀 대단하긴 하지. 암!”
“혹시 이 검의 이름이 있었나요?”
“있었지. 하나, 이제 네 것이 되었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불러도 된다.”
“알려 주세요.”
섭무광의 눈썹이 휘었다.
설화에게 내어 준 검은 그가 약관(弱冠_남자 나이 20세)의 나이까지 사용하던 것이었다.
어린 시절 호랑이에게 쫓기다 산에서 굴러 죽을 뻔한 위기 끝에 우연히 얻은 한철이었기에 그에겐 더없이 소중한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때의 몸집에 맞추어서 만든 것이라 다 커 버린 후에는 크기가 다소 작다는 것이었지만.
버리지도, 누군가에게 주지도 못한 채 묵혀 오던 것을 꺼내 오랜만에 날을 벼리고 손잡이의 가죽을 새로 묶었다.
그 모든 수고를 감내한 것은 오로지 눈앞의 아이 때문이었다.
검을 손질하는 동안 아이가 제 검을 소중하게 다루어 주었으면 하였지만, 이름을 물어 올 줄은 몰랐다.
섭무광은 아주 오랜만에 검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냈다.
“…만전이라고 한다.”
마치 오래된 친우의 이름을 부르는 그리운 기분이었다.
“무슨 뜻인가요?”
“일만 만(萬), 번개 전(電). 만 개의 번개라는 뜻이다.”
섭무광의 별호는 풍뢰신(風雷神).
그의 검술은 거센 바람 속에 내리치는 번개를 연상케 하기에 붙은 별호였다.
설화의 표정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퍼졌다.
“좋은 이름이네요.”
‘만전.’
거칠 것 없이 허공을 가르는 이 검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저도 이 검을 만전이라고 부를래요. 대신 일만 만(萬)이 아니라 찰 만(滿)자를 쓸래요.”
“찰 만? 가득 채우겠다는 뜻이냐?”
“네. 이 천하를 뒤덮을 수 있을 만큼이요.”
다소 자만해 보일 수 있는 말이었지만, 섭무광의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질 뿐이었다.
자신이 쓰던 검의 이름을 그대로 써 주겠다는 것도 그렇지만, 오랫동안 사장(死藏)되어 있던 제 검을 들고 천하를 뒤덮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는 것이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그래.”
섭무광이 두툼한 손으로 설화의 머리를 토닥였다.
“그 이름에 걸맞게 어디 한번 신나게 날뛰어 봐라.”
“감사해요.”
설화는 진심을 다해 재차 감사를 표했다.
섭무광의 얼굴에 기특한 미소가 번졌다.
그때였다.
“설화야!”
다급히 부르는 목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연무장의 입구에서 남궁청운이 다급한 기색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