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34화(34/319)
* * *
“그것을 가져와라.”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남궁무천은 인사를 받기도 전에 집무실 주위로 기막을 쳤다.
곧이어 총관 남궁문이 집무실 한쪽에서 대나무 판 위에 놓인 무언가를 들고 왔다.
“앉거라.”
설화와 남궁청운이 의자에 앉았다.
총관은 집무실 탁자의 중앙에 가져온 물건들을 내려놓았다.
“무엇인지 알겠느냐?”
설화는 의아한 표정으로 몸을 조금 더 뻗어 대나무 판 위에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 위에 놓인 물건들을 확인한 설화의 표정에 순식간에 서늘함이 감돌았다.
‘패(牌)…?’
대나무 판 위에 놓인 것은 어른의 손바닥만 한 방울과 나무로 된 패(牌)였다. 하지만 설화는 그것이 평범한 패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혈패야. 십이 월의 혈패.’
혈마의 십이 살수들 중 열두 번째 살수.
십이 월의 혈패다.
크기와 모양은 평범한 신분패와 같았지만, 신분 대신 十二라는 검붉은 글자에 그녀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아는 물건인 모양이구나.”
“…어디서 나신 건가요?”
“오늘 아침 네 앞으로 온 것이다.”
“…!”
남궁청운이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설화의 앞으로 오다니요! 설화가 남궁의 아이라는 것을 공표한 지 몇 시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설화에게 온 것이 맞습니까?”
남궁무천의 대답은 단호했다.
“설화에게 온 것이다. 곡식을 받으러 온 이들 중 하나가 선물이라며 남기고 간 것이지.”
“그자는 잡았습니까?”
“잡았다. 하나, 이 물건과 연관 있는 자는 아니더군. 오는 길에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심부름을 한 모양이다.”
“자백제를 사용하여 물었으니 확실합니다.”
총관이 남궁무천의 말을 거들었다.
“하여 너를 이리 불렀다. 아는 물건이더냐?”
패에 각인된 십이라는 숫자만을 빤히 바라보던 설화는 짧은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부르는 거예요.”
화오루에는 암묵적인 약속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상대에게 자신의 패를 던지는 것이었는데, 의미는 바로 ‘생사결(生死決)’. 즉, 목숨을 건 비무를 거는 것이다.
누군가 패를 집어 던지면 화오루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른다.
생사결인 만큼 한 사람이 죽어야만 끝이 나는 비무임에도 사람들은 환호하며 두 사람을 놓고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에 내기를 건다.
그렇게 죽은 이의 넋은 그 누구도 위로해 주지 않는다.
비무가 끝나면 돈을 정산하고 승리자만이 축배를 들 뿐이다.
십이 월은 제게 그 도박을 하자는 것이었다.
‘혈마의 뜻인가?’
십이 월을 통해 경고를 하려는 걸까?
배신자에겐 오로지 죽음뿐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것일까?
‘만나야 해. 내가 직접.’
설화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십이 월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
혈마가 아닌 십이 월의 부름이지만, 그 뒤엔 필시 혈마가 있을 터였다.
자신이 나가 혈마의 뜻을 알아야 했다.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안 된다.”
설화의 말에 남궁무천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한 것이다.
이제야 제 발로 돌아온 아이가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그 아이를 다시 사지로 내보내라니.
말도 안 되는 짓이다.
단호한 대답에 설화의 미간이 설핏, 찌푸려졌다. 설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가야 해요. 이건 남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에요. 이건 제가 해결해야 하는…!”
“어찌 남궁과 상관이 없을 수 있느냐? 너는 남궁의 아이다.”
“…!”
“네가 남궁의 아이로 공표된 이상, 가문은 너를 지킬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만.”
남궁무천의 공력이 실린 목소리에 설화는 결국 입을 다물어야 했다.
여전히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궁무천 역시 뜻을 굽히지 않을 기세였다.
“너는 안전에만 신경 쓰거라 이번 일은 가문의 어른들이 알아서 처리하마.”
설화의 말아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어쩌면, 십이 월을 만나 암시를 풀 단서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혹여 암시에 휘둘릴까, 설화는 근래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었다.
‘십이 월은 암시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 반드시 자신이 가야 하는데.
초조함에 입술 안쪽만 잘근 짓씹을 때였다.
“다시 이 일을 꺼내지 말거라. 이 물건들도 네게 보여 줘선 안 되는 것이었다. 총관.”
“예. 가주님.”
“…!”
총관이 탁자 위에 올려 두었던 물건을 도로 회수해 갔다.
물건들이 눈앞에서 치워지는 모습을 보는 설화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급히 입을 열었다.
“제게 계책이 있어요.”
“설화야.”
“제가 위험하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요. 제게 적을 붙잡을 계책이 있어요. 한 번만 들어 주세요.”
다급한 목소리에 물건을 들고 돌아서서 걸어가던 총관과 남궁무천이 시선을 나누었다.
“제발요. 할아버지.”
아이의 표정은 간절했다.
그 간절함 가득한 눈동자에 남궁무천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제 이마를 문질렀다.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꾸나.”
설화가 잠시 침묵했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겁을 먹고 도망치는 것처럼 꾸며, 적들이 저희를 습격하게 만드는 거예요. 함정을 파놓고 적들을 유인하는 거죠. 우선 사람들이 많은 도시를 빠져나간 뒤에….”
* * *
가주전을 나오며 청운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제 딸을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그 시선을 세 번 참고 난 후 설화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왜요, 아버지?”
청운이 목을 흠흠, 풀곤 말했다.
“걱정이 되어 그런다.”
“제가요?”
“그래. 네가 위험한 일은 없을 테지만, 그렇게 만들지도 않을 거지만, 누군가 너를 노리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험한 것이 아니냐.”
남궁청운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들…인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