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6)_2
그렇게 비수를 쳐 내기를 한참, 설화의 눈빛이 한순간 검을 휘두르는 사이에서 번득였다.
카앙―!
설화가 검에 공력을 실어 비수 중 하나를 비스듬히 쳐 냈다.
그러자 비수는 날아온 속도보다도 빠른 속도로 날아온 방향을 향해 되돌아 날아갔다.
쉐에엑― 캉!
“큭….”
어둠 속에서 미미한 신음이 들려왔다.
설화가 그곳을 검 끝으로 겨누었다.
“나와.”
잠시 후,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손바닥 길이의 날 선 비수가 쥐여 있었다.
“안녕. 파월아.”
파월이라 불린 남자가 손등으로 볼을 슥, 쓸었다. 비수에 스친 것인지, 그의 얼굴에 난 긴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제 손등에 묻은 피를 확인한 그의 입꼬리가 깊게 휘어졌다.
“무식한 건 여전하시군요. 소루주님.”
“뭘 배웅까지 나왔어. 어련히 잘 갈 텐데.”
“무얼 그리 인사도 없이 급히 가셨습니까?”
“우리가 인사하고 다닐 사이는 아니잖아.”
“…설마 그런 인사겠습니까?”
파월이 웃음을 흘리며 비수를 집어넣고 품에서 단도를 꺼내 들었다.
달빛이 반사되어 번쩍이는 은빛 단도를 보며 설화는 여유롭게 검을 다잡았다.
그녀의 눈가가 선연한 빛을 내며 휘어졌다.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 한 모양이구나, 네가 나한테 덤빌 생각을 다 하네.”
파월의 입매가 씨익, 휘어졌다. 덩달아 그의 입가에 그어진 흉터 역시 비뚜름하게 휘어졌다.
“당신이 루주님을 배신하고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그의 얼굴에 벅찬 감격이 떠올랐다.
“왜인지 아십니까?”
“안 궁금한데.”
“드디어 네놈을 죽일 수 있으니까.”
파월의 말투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그를 바라보는 설화의 시선이 낮게 가라앉았다.
파월은 그 반응이 재미있는지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난 처음부터 네놈이 맘에 안 들었다. 별것도 아닌 게 소루주라니. 루주님이 널 예뻐하지만 않았어도 넌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말이야?”
그가 단검의 끝으로 제 관자놀이를 위태로이 긁었다.
“그래서 한 번쯤은 제대로 붙어 보고 싶었지. 궁금하기도 했고. 저 어린 소루주를 죽이면… 내가 소루주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은 음침하기 그지없었다. 휘어진 입술 새로 드러난 잇새 역시 소름 돋을 정도로 검붉었다.
파월이 크큭, 웃으며 단검을 추켜들고는 허공을 가로로 그었다. 그의 시야 속에서 단검은 설화의 목을 베었다.
“어떠냐? 네 목을 가져가면 교주님께서 나를 예뻐해 주실까?”
파월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그녀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두를 것만 같은 섬뜩함이었다.
자신을 향해 짓쳐들어오듯 쏘아지는 기운에도 설화의 표정은 무감했다.
그것을 두려움이라 생각한 것인지, 파월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늙은이 발바닥이나 핥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검은 천 아래로 설화의 입술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역시 넌 개만도 못한 놈이구나. 파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