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8)_2
그러곤 파월의 상의를 찢어 그의 절단된 양팔을 꽉 묶어 지혈했다.
“…?”
파월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누가 보면 자른 사람이 아닌 것처럼 정성스러운 손길이었다.
파월이 울컥해서 소리쳤다.
“뭐 하는 짓이냐! 이럴 거면 그냥 죽여!”
설화가 고개를 기울였다.
“방금은 살려 달라며?”
“윽…!”
“그리고 난 애초에 죽일 생각 없었어.”
“…뭐?”
처치를 끝낸 설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털었다.
그녀의 눈매가 살짝 휘어졌다.
“내가 왜 그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해 주겠어.”
혈마가 파월을 자신에게 보낸 것은 파월과의 싸움에서 자신이 파월을 죽이기를 바라서일 터다.
오로지 살인(殺人)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살수. 그 살수의 본능을 끌어내어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살수로 길러진 너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설화의 표정이 더없이 차가워졌다.
혈마는 그런 자다.
마치 모든 상황을 제 손 위에 올려놓고 모든 사람을 장기 말처럼 사용하여 스스로 판을 주도하려 하는 자.
그리고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은 혈마의 가장 다루기 쉬운 말이었다.
“난 너를 죽이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살려 두기엔 위험하니 양팔을 잘랐다.
양팔이 잘렸으니 사실상 쓸모없어진 파월은 화오루로 돌아가는 즉시 혈마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넌 반드시 살아야 해. 그 사람에게 전할 말이 있거든.”
“말을… 전하라고?”
정말 살 수 있다는 희망에 파월의 얼굴이 밝아졌다.
“뭐, 뭐라고 전하면 되지?”
“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뭐?”
“난 이제부터 당신이 아닌 남궁의 검으로 살 거라고. 그러니 당신과 나는 적이라고.”
파월이 멍하니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내내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던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분노라는 감정이 느껴졌다.
“가서 똑똑히 전해.”
“너….”
눈물을 쏟지만 않을 뿐 그녀에게선 들끓어 오르는 울분이 느껴졌다. 단지 지난 8년 만이 아닌 그보다도 깊은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파월은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어느 날 갑자기, 그분이 데려온 아이를.
‘흐아아앙―! 엄마하아아아! 아빠아아아!’
그곳은 지옥이었다.
그분은 강한 아이들에게 음식과 입을 옷, 돈을 주면서도 약한 아이들이 철저하게 짓밟히는 것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선 친구를, 형제를 죽여야 하고, 먹을 것이 없어서 때로는 쥐와 죽은 시체마저 뜯어 먹으며 살아야 하는 곳이었다.
도망이라도 치려 하면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되기 일쑤인 곳에 사는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였다.
‘그분의 눈에 들어 더 많은 음식과 옷을 받는 것.’
아이는 처음부터 그곳에 어울리지 않았다.
귀한 집안의 자식인 것이 분명한 아이는 사흘이고 이레고, 떼쓰며 울기만 했다.
밥을 제대로 먹지도 않고 엄마와 아빠만 찾으며 울고 또 울었다.
아이를 돌보는 건 귀찮은 일이었지만, 파월은 다른 아이들이 아이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지켜 주었다.
이 임무를 잘 수행하면 그분의 눈에 들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파월에게 일화는 출세의 길이자 자신을 좁고 더러운 움막에서 구해 줄 동아줄이었기에, 성의껏 아이를 돌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이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어느 날, 그분이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돌아온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