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39화(39/319)
꼬박 두 이레 만에 돌아온 아이는 이전과는 딴판이 되어 있었다.
엄마를 찾지도, 울지도 않고 밥투정하지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마치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아이는 매번 밖으로 나갔고, 매일매일 눈에 띄게 강해졌다.
아이가 그분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걸 안 것은 십이 월이 되어 그분의 곁에 설 수 있게 되었을 때였다.
자신이 아이를 질투하고 증오하게 된 것 역시 그때부터였다.
아무것도 모르던, 제 손으로 지켜 주고 먹여 줘야만 근근이 목숨을 유지하던 애새끼가 자신보다 특별한 대우를 받아 온 것을 알았을 때.
“어째서… 너는 어째서 그렇게 항상 특별한 거지?”
설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해할 수 없다…. 그분을 따르고 존경하지만, 너만큼은 이해할 수 없어…! 그 많고 많은 아이 중에 왜 하필…!”
가장 강한 아이도, 가장 약은 아이도 아닌, 가장 나약하고 울보였던 너인 거지?
“어째서 너는 항상 다른 거냐…?”
어째서 매번 특별한 것이냐?
모든 이들이 그분의 눈에 들려고 애쓰는 지금도, 자신 역시 그에게 목숨을 바쳐 이런 꼴이 된 지금조차도.
그분은 여전히 너를 아끼고 있는데.
어째서 너는 그분의 눈 밖으로 벗어나려 하는 것이냐?
“그거 알면, 너 죽어.”
설화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상념을 끊었다.
혈마가 자신을 특별 취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남궁의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날 질투하던 파월이 알면.’
분통이 터져서 죽겠지.
자신이 노력해서 넘을 수 없었던, 하늘이 정해 준 운명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말이야.
“한 가지는 확실히 대답해 줄 수 있어.”
“뭐지?”
“너나 나나 다르지 않다는 거.”
혈마의 손에 놀아나다가 혈마의 의도대로 죽는 건 십이 월이나 자신이나 같은 운명이다.
그저 얼마나 오래 이용당하고, 어떤 식으로 죽임당하느냐만 다를 뿐.
“그러니 피차 같은 처지에 돕고 살자.”
설화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완전히 찌그러져 더 이상 소리 낼 수 없는 방울의 흔적이었다.
찌그러진 방울을 본 파월의 몸이 흠칫, 떨렸다.
“이거 알지? 모른다고 할 생각은 마. 조금 전에 네가 직접 꺼낸 거니까.”
파월이 흔들리는 시선을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 분명 죽이지 않겠다는 확언을 들었건만, 그의 눈빛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암시, 푸는 방법 알아?”
순식간에 달라진 공기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 공포와 죽음의 압박이 목덜미를 조여 오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새까만 색으로 변하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 속에, 오로지 눈만이 불타오르는 착각.
“나, 나는 아, 아무것도… 몰라…!”
“…정말? 아무것도?”
“그, 그저, 루주님께서 서, 선물이라며…! 주신 거야! 네게 암시가 걸려 있으니 그 종으로 널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거라면서…!”
“흠….”
설화는 끌어 올렸던 살기를 서서히 누그러트렸다.
그녀의 살기는 상대의 기감을 바짝 세워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공포는 아주 좋은 자백제였다.
몸과 정신이 피폐할수록 공포에 지배되기는 쉽고, 공포에 지배된 적은 저도 모르게 아는 것을 술술 불곤 했다.
파월은 지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더없이 연약할 때.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다는 건….’
파월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다.
혈마는 파월이 자신을 이기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테니까.
‘중요한 정보를 알려 줬을 리는 없겠지.’
설화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앞이 잠시 흐려지다가 돌아왔다.
“….”
설화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무감한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해는 완전히 지고 휘황한 달이 머리 위로 떠올라 있었다.
“이제 가 봐. 더 늦기 전에 치료를 받아.”
“…!”
“그래야 그 사람한테 내 말을 전할 때까지 목숨이 붙어 있지.”
파월의 시선에 불신이 가득했다.
조금 전만 해도 살 수 있다고 좋아했으면서도 자신을 진짜로 놓아줄 것이라곤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런 그를 뒤로하고 설화는 이만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그녀가 몇 걸음 멀어지지 않았을 때였다.
푸욱―
“허윽!”
“…!”
설화가 뒤를 도는 것과 동시에 숨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그녀의 시선에 힘을 잃고 스러지는 파월이 보였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설화는 파월을 죽인 이를 바라보았다.
보고 있으면서도 감지하기 힘든 기척.
이 정도로 은밀한 기척을 가진 이는 혈교에 단 한 명뿐이다.
은신과 암살에 그 누구보다 뛰어난.
‘이(二) 월패의 주인.’
“은월(隱月).”
설화의 목소리에 남자가 뒤를 돌았다.
검은 천으로 얼굴의 반을 가린 남자가 설화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설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혈교를 받치는 육 혈주와는 다르게 혈마의 직속 살수들인 십이 월은 월패의 주인이 수도 없이 바뀐다.
월패의 주인을 죽이면 월패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식이라, 혈교인들은 틈만 나면 십이 월의 자리를 빼앗으려 했다.
십이 월인 파월 역시, 이전 생의 기억 대로라면 몇 년이 못 되어 죽을 목숨이었다.
혈교가 중원에 진출하기도 전에 말이다.
하지만 현 십이 월 중에서도 단 세 명.
상월(上月)이라 불리는 일(一), 이(二), 삼(三)월은 5년 뒤, 혈교가 출두할 때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이미 강하고, 화오루 내에서도 ‘혈교’의 존재를 인지하는 몇 안 되는, 혈마의 신임을 받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 월이 나를 소교주라 부른다는 건, 나를 쉬이 놓아주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이것이 혈마의 뜻이리라.
설화의 표정이 굳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아직도 혈교에 속해 있는 것만 같아서.
“선물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