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3)_2
“부디 검을 거두어 주시오!”
동시에 흑운방도들이 무기를 버리고 땅에 엎드렸다.
그 중심에는 일화가 서 있었다.
병장기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전각의 내부를 울리기를 잠시. 그 소리가 멎어 갈 즈음, 흑운방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디 이 어리석은 노부의 실수를 용서해 주시오. 물건을… 드리겠소.”
* * *
어두운 달빛 아래, 일화는 제 손안에 들어온 작은 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몇 겹이나 싸여 있음에도 주머니 안에선 영험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역시나 소림의 자랑이라 불리는 영약다운 기운이었다.
‘이거면 내가 가진 혈기를 몰아낼 수 있을 거야.’
주머니를 품 안에 넣은 일화는 다시 빠르게 이동했다.
혈기를 몰아낼 운기조식을 하려면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을 적당한 장소를 골라야 했다.
운기조식 중 잘못하다가는 기혈이 뒤틀려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으니 신중하게 주위를 탐색하며 이동하던 때였다.
‘….’
일화가 시선을 내려 뒤편을 바라보았다.
사삭― 사사삭―
누군가 그녀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흑운방의 구역을 벗어나자마자 노골적으로 기척을 드러내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벗어나자 달빛이 스며드는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일화는 그곳에서 멈춰 섰다.
은은한 달빛 아래 일화의 검은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빛이 번득였다.
일화는 나무들 사이, 그림자의 한곳을 응시했다.
그곳에선 일화의 무위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구지?’
일화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었다.
이전 생에서는 자신의 뒤를 쫓았던 이는 없었기에 긴장은 극에 달했다.
기감을 끌어 올려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비하던 그 순간.
“어이쿠야!”
나무 등치에 발이 걸려 우당탕거리며 한 중년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검은 장포를 입고 있었는데, 장포의 깃 부분이 푸른색의 화려한 수로 장식되어 있었다.
대충 다듬은 수염은 거뭇거뭇했고, 입고 있는 장포 역시 한껏 풀어 헤쳐져 어딘가 모르게 허술해 보이는 남자였다.
그러나 남자의 정체를 확인한 일화의 표정은 더욱 굳었다.
허술함 뒤에 감추어진 그의 정체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풍뢰신…?’
남자는 놀랍게도 남궁의 사람이었다.
남궁인 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히는 고수이자 가주 직속 무력대인 비풍검대(秘風劍黨)의 대주 섭무광.
바람처럼 빠르고 우레처럼 파괴적이라 하여 풍뢰신이라는 별호를 가진 그는 남궁의 수뇌부 중 유일하게 남궁의 핏줄이 아닌 자였다.
“크큭. 검을 뽑지 않다니. 꽤 영리한 꼬맹이구나.”
섭무광이 웃음을 흘리며 제 턱을 긁적였다.
웃는 낯이어서 다행이라기에는 그가 노골적으로 뿜어내고 있는 방대한 기운에 온몸의 털이 바짝 곤두섰다.
“네 녀석, 정체가 뭐냐?”
섭무광이 가벼운 턱짓으로 일화를 가리켰다.
“잘 생각하고 답하거라, 꼬맹아. 네 대답에 따라 널 죽일지 살릴지 고민 중이니.”
웃으며 뱉는 말은 위협적이기 짝이 없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운 검처럼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일화는 대답을 고심했다.
섭무광은 남궁의 비밀 조직 수장이다.
대외적으로는 풍뢰신으로 유명하지만, 그가 남궁가에 몸을 담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런 그의 앞에서 함부로 남궁의 이야기를 꺼냈다간 첩자로 의심받을 상황.
‘그렇다면….’
일화가 그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무림 말학 설화가 지고하신 대선배님을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