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4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41화(41/319)
제법 도인다운 선기(善氣)였다.
그러나 조금 전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는 설화에겐 감흥 없는 겉치레일 뿐이었다.
“화산의 제자께서 합비엔 어쩐 일이야?”
“그건 비밀입니다.”
싱긋 웃으며 하는 대답에 설화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화산이 합비라.’
이 시기에 화산이 굳이 합비를 찾은 이유야 하나뿐일 터였다.
“근데….”
아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
“제 스승님께 잘 좀 말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이대로 돌아가면 이번엔 진짜 맞아 죽을지도 모르… 어어!”
설화는 더 듣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유강이 황급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야, 야! 그러지 말고! 내가 너 입 비뚤어지지 말라고 옷까지 덮어 줬는데 생명의 은인 목숨 한번 살려 주는 셈 치면…! 악!”
유강의 얼굴로 무언가가 날아왔다.
그가 설화에게 덮어 준 무복이었다.
얼굴을 덮은 무복을 끌어 내리자 무감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설화가 보였다.
“피차일반이야.”
“뭐?”
“나도 누굴 도와줄 처지가 아니란 얘기야.”
설화가 도시 쪽을 가리켰다.
도시의 거리는 그녀를 찾는 남궁의 무인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지금 돌아가면 난감한 건 유강이나 자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아….”
그녀의 말을 뒤늦게 깨달은 유강이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다가 안쓰러운 시선으로 다시 설화를 보았다.
생각이 읽힐 정도로 투명한 반응에 설화가 픽, 웃음을 흘렸다.
“도와준 은혜는 잊지 않을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남궁을 찾아와.”
“남궁에 가면 너 만날 수 있어?”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강이 한껏 기대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나랑 비무하자! 검수 대 검수로. 나, 창천의 검이랑 붙어 보는 게 소원이었거든.”
“싫어.”
숨 쉴 틈도 없이 칼 같은 거절이었다.
유강의 표정 역시 곧장 시무룩해졌다.
“…왜….”
“나랑 검 맞대고 싶으면.”
설화의 눈매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일순,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살랑 흔들었다.
“더 강해져서 와.”
“…!”
그녀의 모습이 유강의 눈앞에서 사라진 것 역시 순식간이었다.
마치 바람이 불어왔다가 소리 없이 떠나간 것처럼, 기척도 없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서 일어난 흙먼지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유강은 그녀가 서 있던 자리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지?
“…멋있다….”
그의 볼이 서서히 옅은 색으로 붉어졌다.
* * *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접근한 것이 분명하지. 지금이라도 사라진 비기가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니까?”
“가주님와 비풍 대주님마저 속이고 사라졌다지 않아요? 쯧쯧,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머리는 검을 수 있는 법인데….”
“핏줄이라지만 잡아서 제대로 된 벌을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이가 사라졌다.
설화가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은 남궁무천은 곧장 수색대를 꾸려 설화를 찾도록 지시했다.
처음엔 적들이 아이를 노리고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한 시진 후 가문 내에는 또 다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바로 ‘아이가 비풍대주와 의약당주를 쓰러트리고 도망쳤다.’라는 소문이었다.
“….”
남궁무천은 거짓 소문을 잘도 떠드는 시비와 무사들을 내려다보았다.
한 시진. 불과 한 시진 만에 여론이 뒤바뀌었다.
그것이 과연 우연일까?
‘누군가 선동을 하는 모양이군.’
그것이 누구일까.
지금 당장은 몰라도 제 가문 내에 썩은 웅덩이가 있음은 분명하였다.
“가주님. 저들을 벌하겠습니다.”
“되었다. 무지하다 벌한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을 이가 누가 있겠느냐.”
무엇보다 저 소문이 그저 거짓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보고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간 설화의 전각은 예상과는 다르게 깔끔했다. 누군가 억지로 아이를 데려갔다기에는 침입의 흔적도 없었다.
무엇보다 쓰러진 비풍검의 몸 상태.
아무리 강한 약을 썼더라도 그는 초절정의 고수다.
쉬이 쓰러질 이가 아니란 말이다.
만일 정체 모를 침입자의 짓이라면 그의 전신은 긴장으로 굳어 있어야겠지만, 남궁무천이 살펴본 섭무광은 그저 잠든 모습이었다.
마치 자신에게 약을 먹인 이를 알기에 저항을 포기한 듯이.
‘스스로 나간 것은 사실이다.’
비풍검을 이리도 무력하게 만들 이는 그 아이뿐이니.
다만, 도망치려 하였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그리 말하던 아이의 눈빛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 아이라면, 도망치기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제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것이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남궁무천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어디 있느냐. 설화야.’
부디 다친 곳 없이 무사하거라.
* * *
웅성거리는 소리가 주위를 에워쌌다.
나갈 땐 담을 넘었지만, 돌아올 땐 대문을 통과했다.
자신이 남궁의 기관을 전부 안다는 것을 굳이 알리며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자신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가장 빠르게 알릴 방법 역시, 대문을 통해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가씨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셨어!”
문지기의 외침에 귀환을 알리는 신호용 폭죽이 쏘아졌다.
대문 곁에 모여 있던 무사와 시비들의 시선이 일제히 설화를 향했다.
그들의 얼굴에 충격이 번졌다.
“저, 저게 무슨….”
“피…?”
저마다 수군거리는 가운데 설화는 덤덤히 걸음을 옮겼다.
문턱을 넘어서 내당 뜰을 반쯤 걸어갔을 때, 그의 앞을 커다란 인영이 가로막았다.
설화가 시선을 들었다.
남궁무천을 필두로 총관과 당주들이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
설화는 그들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혈향이 진동하는구나.”
남궁무천의 목소리엔 서늘한 노기가 서려 있었다.
설화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