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43)_2
며칠은 굶을 것을 각오하고 벌인 일이었는데, 의외였다.
원래 정파 무림이라는 곳이 다 이렇게 무른 걸까?
감히 천하 10대 고수인 검황을 속이고 밤중에 담을 넘었는데도 아무 벌도 받지 않다니.
가문으로 돌아온 것이 아주 조금은 더 좋아지는 밤이었다.
* * *
가주전의 호숫가는 어둠이 내려앉은 밤일지라도 어둡지 않았다.
하늘에 뜬 휘황한 달과 호수에 비친 달이 그 주위를 빛내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맑고 밝은 밤이었다.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 아래에서 호수의 달을 바라보고 있던 남궁무천의 옷자락을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펄럭였다.
남궁무천은 평온한 얼굴 그대로 입을 열었다.
“소식이 당도한 모양이군.”
그의 뒤편, 버드나무의 그림자 아래에는 어느샌가 비풍검대주 섭무광이 서 있었다.
그가 남궁무천을 향해 고개를 살짝 까딱인 뒤 대답했다.
“운남에 있는 개방 지부장을 만나 보았지만 이렇다 할 정보는 얻지 못하였다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질 나쁜 주루 정도일 뿐… 당최 흘리고 다니는 게 없는 모양입니다.”
“개방의 동태는?”
“그 음흉한 놈들이야 별다른 말이 없습죠. 한데 그쪽도 영 아는 정보가 없는 모양입니다.”
섭무광이 턱을 쓸었다.
“꼬맹이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사실 별거 아닌 곳에 뭔가를 알아내겠다고 헛다리짚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개방이 숨기는 것이 있는 이상, 뭔가 있다는 것이겠지.”
“그건 그렇지만. 쓰읍… 한데 어찌 이리 흔적 하나 없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가능하지. 흔적을 전부 지워 버리면 되는 일이니까.”
“…!”
남궁무천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제 손을 쥐며 도와 달라 말하던 아이의 눈빛은 위태로웠다.
‘암시에 걸려 있어요. 이 암시가 언제 폭주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흔들림 없는 모습만 보여 주던 아이에게서 처음으로 본 연약함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남궁무천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느꼈지만, 아이의 앞이기에 기운을 다스렸다.
벌모세수를 당장 내일 해 주겠다 한 것도 그 이유였다.
“무강을 불러들여야겠다.”
“…무강… 형님을 말입니까?”
섭무광이 경악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남궁무강.
남궁무천의 동생으로 남궁무천의 다음으로 무위가 강한 자다.
남궁의 무력대를 총괄하고 무학을 연구하는 무학당의 당주이지만, 지금은 남궁을 떠나 있었다.
“무강 형님께서 오시겠습니까?”
“오라면 와야지. 제까짓 게 안 올 재간이 있겠느냐?”
“하기야….”
다혈질에 제멋대로이지만 가문의 뜻을 거스를 사람은 아니니.
그보단….
“무강 형님을 부르신다는 건, 전쟁이라도 치를 생각이신 겁니까?”
섭무광의 물음에 남궁무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호숫가의 비친 기울어진 달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에서 서늘한 예기가 감돌았다.
“그리해야 한다면, 그리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