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44)_2
암시에 빠지면 이성을 상실하고 오로지 본능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자신의 본능이 내놓을 무공이라면 이전 생에 가장 많이 쓰던 무공일 터.
‘어쩌면 ‘그걸’ 보이게 될지도 몰라.’
다른 이라면 몰라도 남궁무천이라면 분명 알아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전 생을 합친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을 남궁의 무공과 함께 살았으니.
‘괜찮을까?’
자칫하다간 지금까지 쌓아 온 신뢰가 단번에 무너지는 건 아닐까?
미리 말을 해 놓는 게 좋을까?
‘아니. 이제 와서 말해 봤자 변명밖엔 되지 않아. 말하려 했다면 남궁에 온 첫날에 말해야 했어.’
그러니 말하기엔 이미 늦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돌이킬 수도 없다.
마음을 굳힌 설화는 정면을 꼿꼿이 응시했다.
“할아버지.”
“그래.”
“무엇을 보시든 저를 믿어 주세요.”
의외의 말이었는지, 남궁무천의 눈썹이 묘한 표정으로 휘어졌다.
남궁무천은 잠시간 침묵하다가 짧게 대답했다.
“그러마.”
짧은 대답이었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에서 강한 신뢰가 느껴졌다.
설화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어요.”
설화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일전에 느꼈던 남궁무천의 맑고 강대한 힘이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남궁무천의 기운은 혈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암시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해일이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때론 성난 파도처럼, 때론 승천하는 용처럼, 남궁무천의 기운은 아주 빠르게 그녀의 몸을 수색해 갔다.
그 기운이 설화의 백회(百會_정수리 정중앙)에 닿았을 때였다.
‘…!’
무언가 쿵, 하며 거대한 북을 치듯 설화의 머릿속이 울렸다.
설화가 번쩍 눈을 떴다.
‘이것이군.’
백회에 모여 있는 이질적인 기운을 건드렸을 뿐인데, 아이는 반응을 보였다.
남궁무천은 다시 한번 기운을 움직여 그 근원을 쪼개듯 제 기운을 찔러 넣었다.
그와 동시에.
후욱―
설화의 상체가 비틀어지며 공력이 실린 공격이 남궁무천의 가슴팍을 향해 짓쳐들어왔다.
파앙―
남궁무천은 설화의 몸에 닿아 있던 손을 움직여 설화의 장(掌_손바닥을 이용한 공격)을 가볍게 받아 냈다.
아이의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다. 오로지 자신을 죽이겠다는 일념만이 담긴 감정 없는 눈이었다.
파박!
남궁무천이 설화의 상태를 살피는 사이, 설화는 제 공격을 맞받아친 남궁무천의 힘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거리를 벌리며 그에게서 멀어졌다.
남궁무천의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
“호오, 그 짧은 순간에 그런 판단을 한 것이냐?”
설화가 물러난 곳은 굴 한쪽에 놓여 있던 무기대가 있는 곳이었다.
수련동인 만큼 수많은 종류의 무기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스릉―
검을 집어 든 설화는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아 남궁무천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녀의 주위로 검붉은 살기가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