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4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45화(45/319)
암시는 기운의 일종이다.
대상의 몸에 제 기운을 심어 놓고 원하는 때에 특정한 방식으로 기운을 움직여 대상을 조종하는 것이다.
암시를 풀기 위해서는 암시를 건 자가 기운을 거두어 가거나 심겨진 기운이 소진될 때까지 조종당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남궁무천은 설화의 백회에 똬리를 틀고 있던 기운을 건드려 폭주시켰다.
남은 것은 기운이 사라질 때까지 아이를 상대해 주는 것뿐.
“그래. 어디 한번 놀아 보자꾸나.”
남궁무천이 천명을 들었다.
검은 뽑지 않은 채였다.
그의 몸에서도 푸른 기운이 솟구쳤다.
설화는 잠시 주춤했으나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더욱 짙은 살기를 뿜어냈다.
“오거라.”
그와 동시에 설화의 검이 빠른 속도로 그를 향해 쇄도했다.
남궁무천은 검을 뽑지 않은 채 검의 손잡이만으로 그녀의 검을 받아 냈다.
캉! 카캉! 캉!
아이의 힘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묵직함과 속도였다.
‘쾌검과 변검인가.’
빠르고 시원스런 공격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쾌검(快劍)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검로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변검(變劍).
위력은 다소 부족해도 검을 다루는 데에 노련한 상대라면 까다로운 검이다.
‘부족한 힘으로 생기는 허점을 속도로 보완한 셈이군.’
남궁무천의 얼굴에 그늘이 서렸다.
‘이 아이는 정말로 살수로 길러진 것인가.’
짙은 살기와 살수에게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속성의 검법은 그녀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망할 새끼.’
남궁무천의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상스러운 욕지거리가 흘러나오려는 것을 손녀의 앞이라 속으로만 뇌까렸다.
‘내 손녀를 감히 살수로 기르려 해?’
아이가 사라진 지 8년이다.
8년간 이리 짙은 살기와 검을 익혔다는 건 대체 얼마나 아이를 굴렸다는 말인가.
‘내 그놈을 반드시 갈가리 찢어발기리라.’
사지를 찢어 개밥으로 던져 줘도 부족할 새끼 같으니라고.
콰콰콰콰콰―!
남궁무천을 감싼 푸른 기운이 더 거세게 발출되었다.
캉! 카캉! 카강!
설화의 검 역시 한층 더 빠르고 강해졌다.
놀랍게도 검을 부딪칠수록 위력이 더해지고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적응하는 것인가?’
마치 장인이 새 도구를 처음 사용하며 익숙해지듯, 스스로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힘을 싣는 방식이나 검을 휘두르는 각도나.
처음엔 과하다 싶었던 공격들이 서서히 아이의 몸에 맞추어져 가고 있었다.
‘묘하군.’
이전의 내공을 몰아냈기 때문인가?
그렇다기에는 움직임에도 적응하는 것 같다는 점이 이상하지만.
어찌 되었든 손녀의 실력이 눈앞에서 늘어 가는 것을 지켜보는 건 나쁘지 않았다.
그때였다.
휘몰아치듯 검을 휘두르던 설화가 일순, 멈칫하며 자세를 취했다.
‘검법이군.’
지금까진 아무런 규칙도 순서도 없이 마구잡이로 휘두른 공격이었다면, 이제부터가 진짜인 셈이었다.
‘어떤 검을 보여 주겠느냐.’
설화는 물 흐르듯이 초식을 펼쳤다.
일 초, 이 초가 모여 하나의 초식을.
그렇게 일 초식. 이 초식.
그녀가 펼치는 초식을 어렵지 않게 받아 내던 남궁무천의 표정이 어느 순간 딱딱하게 굳어 갔다.
‘이것은…!’
* * *
캉! 카캉! 캉!
남궁무천의 표정이 설화와 검을 맞댈수록 더욱 차갑게 굳어졌다.
연달아 펼쳐지는 설화의 검법 때문이었다.
‘이번엔 창궁비연검(蒼穹飛燕劍)이로군.’
설화가 펼치는 검법은 하나같이 남궁의 검법에 기반을 둔 초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남궁의 검법을 발전시키고 이용하는 데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촤아악― 카앙!
설화의 검이 공중에서 휘몰아치듯 파고들었다. 창궁비연검의 궤도를 정확하게 꿰뚫는 검로였다.
창궁비연검뿐이랴.
촤촤촤착!
열두 개의 초가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마치 검초를 이용해 두꺼운 방패막을 만드는 것 같았다.
카카카카캉!
설화의 검을 받아치는 남궁무천이 눈을 부릅떴다.
‘고혼일검(孤魂一劍)!’
남궁 검법의 기본이 되는 대연검법을 시작으로 창궁비연검, 고혼일검, 천풍검법, 철겁십식.
설화의 검법은 하나같이 남궁의 검법을 무력화하는 데에 목적을 둔 검이었다.
그야말로 남궁을 대적하는 검.
‘남궁 파훼(破毁) 무공.’
평범한 살수로 길러진 것이 아니었다.
이 아이는 남궁을 대적하기 위한 살수로 길러진 것이다.
남궁무천은 침음했다.
남궁의 검법에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남궁의 검법은 하나같이 대성을 이루면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진 하늘의 검법이니.
다만, 검법 하나를 대성한 이가 이 남궁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 검법을 만일 장로회나 대주들이 보게 된다면.’
이 아이는 절대 남궁의 아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인정하였다 하더라도,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본가에선 내쫓으려 했겠지.
‘이건… 위험하겠군.’
* * *
어수선한 소리가 장원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고 있었다.
내당의 업무를 처리하던 남궁청해는 피곤한 표정으로 미간을 문지르며 붓을 놓았다.
그가 자세를 바로 세우고 손을 모으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 거칠게 방문을 두드렸다.
“이 공자! 이 공자 안에 있는가!”
청해는 낮은 숨을 내쉰 뒤 문 곁의 시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한 무리가 우르르 몰려들어 왔다.
그들의 선두에는 장로회주가 있었고, 그의 뒤로 황룡대주와 적룡대주가 보였다.
그들은 가문 내에서 남궁청해를 소가주로 추대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그 뒤를 장로들이 우르르 따랐다.
남궁청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가며 장로회주에게 예를 취했다.
“당숙께선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이 공자! 지금 한가하게 앉아 있을 때인가?”
“무슨 일입니까?”
“가주께서 천오동에 들어가셨네! 그 망나니 같은 손녀 자식을 데리고 말이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