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4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49화(49/319)
콰콰콰콰콰―!
“…!”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남궁무천의 내력이 그녀의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거대한 폭풍이 밀려드는 기분이었다.
쏟아지는 기운에 정신이 서서히 잠겨 갔다. 기운의 흐름에 맡기어 쓸려 나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호흡하거라!”
“…!”
남궁무천의 외침에 설화는 뒤늦게야 자신이 숨을 쉬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천천히, 남궁무천의 기운을 느끼려 애쓰며 숨을 내쉬었다.
콰아아―!
화경에 이른 남궁무천의 내력이 거대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밀려드는 기운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설화의 단전에 순식간에 일 갑자(甲子)의 내공이 밀려들었다.
단전을 채운 남궁무천의 내력은 단전을 뒤흔들듯이 요동쳤다.
설화의 단전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던 혈기는 눈 녹듯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설화가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대환단의 공력 역시 남궁무천의 기운에 빠르게 동화되어 갔다.
순식간에 단전의 정리를 마친 기운은 이내 그녀의 혈도를 타고 온몸을 휘돌기 시작했다.
쿠우우우―!
‘청룡(靑龍)!’
그녀의 몸속을 휘젓는 것은 그야말로 용이었다. 그녀가 꿈에서 보았던 바로 그 청룡.
청룡은 거칠 것 없이 임맥과 독맥을 활주(滑走)했고, 청룡이 지나는 혈도마다 불순물이 사라지고 길이 넓어졌다.
“…!”
고통에 둔한 설화였지만, 혈도를 억지로 넓히는 감각마저 피해 갈 순 없었다.
청룡이 주요 혈도를 타동하고 뚫을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그녀의 전신을 뒤덮었다.
설화는 주먹을 말아 쥐어 고통을 참았다.
‘허…!’
기를 운용하여 설화의 혈맥을 뚫어 주던 남궁무천의 표정이 놀라움과 감탄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가능한가!’
본래라면 반 갑자의 내력을 사용하여 벌모세수를 해 주려 하였다. 한데, 쏟아붓고 부음에도 기운은 끝도 없이 들어갔다.
마치 아이의 몸이 스스로 그 기운을 받아들이고 탐하듯, 자신의 기운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리하여 쏟아부은 내력이 일 갑자. 아니, 일 갑자가 무언가, 일 갑자 하고도 반 갑자의 내력을 쏟아부을 판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혈맥은 기다렸다는 듯이 길을 터 주었고, 기운을 운용하는 대로 넓어졌다.
최소 반나절은 걸릴 것이라 예상한 기경팔맥(奇經八脈)의 순환이 불과 반 시진도 안 되어 끝날 판이었다.
‘이대로라면….’
십이경맥까지 기를 순환하여 대주천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내력을 반 갑자만 더 사용한다면.
그렇다면 고작 이류에 불과했던 아이는 단숨에 절정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다.
‘아니, 안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였다. 무리하여 일을 그르치지 말자.’
남궁무천은 마른침을 삼켰다.
머리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무인의 본능은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일평생 무공을 닦고 내공을 쌓아 왔지만, 그리하여 수많은 무의 인재들을 만나 왔지만, 이토록 기와 조화를 이루는 몸은 처음이다.
그 몸이 제 손녀라는 것이 남궁무천의 욕심을 자극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 보자꾸나.’
결국, 남궁무천은 내력을 더욱 끌어 올렸다.
아이와 맞닿은 그의 손 주위로 더욱 푸른 빛이 뿜어졌다.
“…!”
설화는 이상함을 느꼈다.
순식간에 기경팔맥을 돈 남궁무천의 기운이 멈추지 않고 세맥(細脈)을 타고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십이경맥을 뚫으려 하는 건가?’
소주천을 넘어서 대주천의 경로를 내준다고?
혈기를 몰아내기 전, 설화의 경지는 절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억지로 욱여넣은 내공의 양으로만 따졌을 때 그러했고, 몸의 세맥까지 내력을 순환시키는 것은 버거웠다.
경지로 따지면 절정이지만, 기를 자유로이 순환시키지 못하니 반쪽짜리 절정이었던 셈이다.
그런 세맥을 남궁무천이 뚫어 주려 하고 있었다. 그의 거대한 힘이.
쿠우우우….
거칠 것 없이 휘몰아치던 기운이 어느 순간 서서히 기세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곤 세맥으로 흘러 들어가는 길목에서 느리게 휘돌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에게 뜻을 묻듯이.
‘이 기회에 세맥이 뚫릴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일들에 큰 도움이 되겠지.’
더 빠르게 경지를 올릴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한 걸음 먼저 혈마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경지를 올리려 초조해할 필요 없고 그 시간을 나누어 조금 더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할까?’
이류의 경지를 단숨에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러나 설화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천룡검황이 선택한 것이다. 의심하지 말자.’
남궁무천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설화는 그의 선택을 믿기로 했다.
설화가 몸의 힘을 뺐다.
그러자 세맥의 기로에서 맴돌던 남궁무천의 기운이 아주 천천히, 느리게 세맥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청룡의 기운은 이제 곧 손끝으로, 발끝으로, 설화의 전신으로 퍼져 나갈 터였다.
설화는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흘러가는 그 기운에 자신을 완전히 맡겼다.
* * *
상쾌한 바람과 청명한 공기에 눈을 떴다.
푸름만이 가득한 하늘이 그녀의 눈앞에 가득 들어찼다.
그녀가 시선을 내려 아래를 바라보았다.
찰랑― 하며 그녀가 발을 내디딘 곳이 일렁였다.
‘바다?’
그녀는 마치 잔잔한 바다 같은 곳에 서 있었다.
파동 하나 없는 투명하고 맑은 바다.
아니, 그것은 바다가 아니었다.
‘하늘.’
고개를 들어도, 내려도 오로지 하늘만이 가득하다.
새하얀 구름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발아래에서도 두둥실 떠갔다.
아무런 소리도 시끄러운 소란도 없이.
그저 고요하게.
‘하늘은 우리가 서 있는 땅 위에 이미 가득한 것이니, 곧 우리가 숨을 쉬고 바람을 느끼는 것 또한 전부 하늘이라 할 수 있다.’
남궁청운의 말이 떠올랐다.
고요히 부르는 바람을 느끼며 설화는 생각했다.
‘모든 것이 하늘. 하늘이구나.’
땅 위에 선 자들은 모두 하늘에 닿은 것이니, 우리는 이미 하늘에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구나.
하늘을 들이마시고 하늘을 느끼며 살아가니, 하늘의 기운은 이미 몸 안에 충만한 것이다.
굳이 손을 뻗어 잡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하늘의 기운은 가득하니, 이것이야말로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기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