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4화(4/319)
섭무광의 기운이 일순, 주춤했다.
“설화?”
일화가 택한 것은 죽기 직전 남궁청운에게 들었던 자신의 진짜 이름.
그 역시 남궁의 아이를 찾고 있다면, 작은 의심이 자신을 쉽게 죽이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될 터였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섭무광이 살기를 거둬들인 것이다.
“흥. 웃긴 꼬맹일세 내가 왜 네 선배냐? 난 네 녀석같이 기분 나쁜 기운을 풍기는 놈을 후배로 둔 적 없다.”
말투는 여전히 툴툴거리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적대감은 한층 옅어졌다.
일화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묘한 감정이 떠올랐다.
“너. 나이가 몇이냐?”
“열세 살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네 나이도 모르냐?”
“사고로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을 잃은 탓에 전해 들은 나이로 가늠할 뿐입니다.”
섭무광의 표정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에게선 조금 전의 가벼운 장난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네 뒷덜미 좀 봐야겠다.”
“….”
일화가 천천히 뒤를 돌아 고개를 숙였다.
질끈 묶은 머리 아래로 끔찍한 검상의 흉터가 드러났다.
그 흉터를 본 섭무광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그 흉터는 어쩌다 생긴 거냐.”
“잘 모릅니다.”
“무공은 누구에게 배웠고?”
“지금까진 운남에 있는 화오루의 루주를 스승으로 모셔 왔습니다.”
“앞으론 아니라는 말로 들리는구나.”
“절 죽이려 했거든요.”
섭무광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시선이 대환단이 들어 있는 주머니로 향했다.
“그건 자칫하면 네 녀석에겐 독이 될 수도 있는 물건이다. 알고 있냐?”
대환단의 공력은 소림의 내력이 깃든 정순한 내공. 그에 반해 일화의 내공은 혼탁하고 거친 성질의 내공이었다.
대환단의 효력이 가히 놀랍다고 하지만, 상충하는 내공을 지닌 일화가 섭취하였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질 위험이 컸다.
그녀가 대환단을 취하려 한다고 생각한 섭무광은 그것을 경고한 것이다.
일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제가 가진 내공을 몰아내는 재료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뭐라?”
섭무광이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간 말을 잇지 못하던 그가 헛웃음을 쳤다.
“내공을 몰아내면 어찌 되는지 알고 하는 말이냐?”
“그 정도 각오는 했습니다.”
내공을 몰아낸다는 건 그녀가 이룬 모든 경지를 포기하고 다시 삼류, 아니 내공을 거의 모르는 일반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다.
아직 어린 나이라지만 스스로 피땀 흘려 이룬 경지를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닐 터.
그럼에도 아이의 눈빛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진지했다.
‘허!’
섭무광이 황당해져서 물었다.
“왜냐? 왜 내공을 몰아내려는 것이야?”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요.”
혈기를 몰아내지 않은 채 남궁으로 돌아가면 도로 쫓겨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이런 힘을 가지고 돌아가면 가족들이 절 받아 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섭무광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일화를 응시하는 그의 시선은 한층 더 심오한 빛을 띠었다.
“고향이 어딘 줄은 알고?”
“우연히 떠오른 기억 일부에 의하면 안휘성 합비입니다.”
“….”
지난 8년간 가주의 손녀와 이름이 같은 여아만 수백 명을 만난 섭무광이었다.
그렇기에 아이가 ‘설화’라는 이름을 말하였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 뒷덜미에 검상이 있는 것을 보았을 땐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데, 하필이면 고향이 합비라?
남궁세가의 본가가 자리한 합비?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난 섭무광을 보며 일화는 한 차례 고비는 넘겼음을 깨닫고 안도했다.
섭무광이 자신을 남궁의 아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이 자리에서 당장 죽을 위험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를 증명하듯 처음 나타날 때 풍기던 기운은 어느새 완전히 사라진 후였다.
일화는 저도 모르게 꽉 쥐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큼, 흠!”
저도 모르게 멍한 얼굴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섭무광이 놀란 표정을 갈무리했다.
“좋다.”
일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좋아?’
그가 일화를 가리키며 씨익 웃었다.
“이 몸이 특별히 네 녀석을 도와주마.”
섭무광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엄지를 들어 제 어깨를 쿡 찍었다.
“운기조식을 하려면 호법이 필요하지 않으냐? 꼬맹이, 네 녀석의 갱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 몸이 호법을 서 주겠다, 이 말씀이다.”
일화는 내심 놀랐다.
호법을 서 주겠다는 것은, 운기조식에 들어가 무방비한 그녀의 곁을 지켜 준다는 뜻이었다.
혹여 그녀의 운기조식을 방해할 무언가가 그녀의 곁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혈마가 보낸 화오루의 살수들이 뒤쫓아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풍뢰신의 도움은 행운에 가까웠다.
다만.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뭐라?”
그녀가 제안을 고사할 줄은 몰랐는지, 섭무광은 적잖이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제법 타당했다.
“제 한 몸 지킬 방법이 없으니 선배님의 은혜를 거절할 처지가 못 되지만, 선배님께선 어찌하여 오늘 처음 만난 소녀를 도와주려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흠.”
섭무광이 낮게 탄식하며 제 턱을 쓸었다.
이유야 당연히 이 아이가 가주의 손녀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순 없으니.
“이유 따윈 없다. 난 내가 하고 싶으면 해야 하는 놈이거든. 하지만 네 녀석에게 굳이 이유가 필요하다면 만들어 줘야겠지?”
섭무광이 크크, 웃음을 흘리며 일화를 가리켰다.
“일단, 난 네 녀석같이 더러운 기운을 풍기는 놈들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짙은 기운이 눈빛으로 쏘아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