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4)_2
“그 더러운 내공을 전부 몰아낸다니 기특하기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소원이라는 네 녀석이 안쓰럽기도 하고.”
돌아간다고 했지, 돌아가는 게 소원이라곤 안 했는데.
“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말을 마친 섭무광은 스스로 만족스럽다는 듯 팔짱을 꼈다.
마지막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해도 역시 그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선배님의 넓으신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그래. 그래야지.”
섭무광이 흐흐, 웃었다.
* * *
“크윽…!”
흑운방주는 순식간에 제 목에 드리운 날카로운 검날을 두려운 눈빛으로 내려 보았다.
“대, 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이건 약속과는 다르지 않소!”
복면 위, 이마에 수놓아진 붉은 까마귀.
화오루를 상징하는 표식이다.
“물건을 어디로 빼돌렸지?”
“빼, 빼돌리다니! 화오루의 소루주가 물건을 받아 간 지 한 시진이 채 지나지 않았소!”
검날이 그의 목을 파고들었다.
목덜미로 느껴지는 섬뜩함에 흑운방주는 덜덜 떨며 제게 검을 겨눈 복면인을 올려보았다.
“소루주의 생김새가 어떻더냐.”
“여, 열 살 남짓 넘어 보이는 여아더이다…!”
복면 사이로 드러난 날카로운 눈매가 그를 잠시간 응시했다.
그러다 이내 검을 거두며 몸을 돌렸다.
“가자.”
복면인의 모습이 일순간 사라졌다.
곳곳에 포진해 있던 나머지 복면인들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저 멀리 담장을 넘어가는 검은 형체들을 바라보며 흑운방주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 아이의 말대로구나!’
흑운방주는 떠나기 전 화오루의 소루주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제가 가면 부하들을 이곳에서 내보내고 최대한 멀리 도망치라 하십시오. 얼마지 않아 화오루의 살수들이 이곳에 들이닥칠 겁니다.’
‘물건을 넘겼는데 살수들이 어찌 여길 쳐들어온단 말이오? 소협이 화오루의 소루주라 하지 않았소?’
‘지금은 그러하지만, 이곳을 나서는 순간 더 이상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만일 그들이 찾아오면 소루주가 물건을 가져갔다고 말씀하십시오. 굳이 숨길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하면 그들이 소루주의 뒤를 쫓을 터인데?’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머지않아 화산과 소림이 흑운방을 토벌하려 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화오루가 흑운방을 도와주며 포섭해 올 것이라 말했다.
애초에 화오루가 흑운방에게 대환단을 훔쳐 오라 지시한 진짜 목적은 흑운방의 세력을 흡수하기 위해서라면서.
‘화오루의 밑으로 들어가면 처음엔 호의적일지 모르나 이후엔 방주님을 죽이고 흑운방의 세력을 흡수하려 할 것입니다. 방주님을 대신하여 오늘, 세력을 정리해 드렸으니 그때를 대비하여 힘을 기르십시오.’
그 말을 듣고 돌아보니, 아이의 손에 죽은 이들은 전부 흑운방 내에서 파벌을 이루던 장로들과 그 수하들이었다.
그 파벌이 세력 분열을 조장하여 골머리가 썩던 차에, 아이가 그들을 전부 처리해 준 것이다.
흑운방주는 품 안에서 검은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아이가 마지막으로 제 손에 쥐여 주고 간 것이었다.
‘이레(일주일) 뒤 이 주머니 속 쪽지에 적어둔 대로 행하시면 화산과 소림으로부터 흑운방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말 몇 마디에 흑운방을 위태롭게 하는 요소들을 전부 해결해 버린 아이의 현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아이란 말인가…!’
필시, 반로환동한 고수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