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5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53화(5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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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시진째.
청운은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설화에게 물었다.
경공으로 합비를 빠져나온 두 사람은 어느새 장강의 남단, 황산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쯤 되자 청운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딜 가는 것이냐?”
“대환단을 대신할 물건을 구하러 가요.”
“그러니까 말이다. 대체 이 주위에 대환단을 대신할 물건이 어디 있다는 말이냐?”
대환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소림의 자랑이자 신물(神物)이라 불리는 것이 아닌가.
소림사에서 가진 것도 그리 많지 않을 터인데.
“애초에 그리 귀한 물건을 관리하지 못한 소림과 화산의 책임도 있을 터다.”
“그건 맞아요.”
그리 귀한 물건이면 관리를 제대로 했어야지.
“하니, 굳이 대체할 물건을 가져가지 않아도….”
“상관없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위를 점하기가 어렵잖아요.”
“우위…?”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잃어버린 이들도 문제지만 그것을 빼돌려 날름 먹어버린 것도 문제예요. 화산은 분명 그것을 트집 잡을 거고요.”
“하나 어쩔 것이냐? 이미 없어진 것을.”
설화가 의외라는 듯 청운을 돌아보았다.
“왜 그리 보느냐?”
“남궁의 공자님치고는 꽤 뻔뻔스러우시네요?”
“큼, 흠! 오랫동안 표국 일을 하다 보니….”
뻔뻔스럽다는 것을 비난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남궁청운의 목덜미가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설화는 칭찬으로 한 말이었다.
‘생각보다 꽉 막히진 않으셨구나.’
생긴 것은 오로지 정도만을 고집할 것 같은데, 의외로 융통성을 발휘하는 청운이었다.
“이미 없어진 것을 내놓으라 할 순 없겠죠. 처음부터 제가 가져간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화산과의 관계는 그것으로 끝이잖아요?”
“그렇겠지.”
애초에 남궁과 접점도 없었고, 접점을 굳이 만들지도 않던 문파이니.
“화산이 남궁을 찾아온 건 기회예요.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혈교를 상대하기 위해선 무림의 각 세력들이 손을 잡아야 한다.
설화가 화산을 굳이 남궁으로 불러들인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이 기회에 화산과 접점을 만들어야 해.’
반면, 청운은 설화가 가문의 이득을 헤아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가문의 모든 이들이 그러한 것처럼, 화산과 교류를 맺어 남궁의 이름을 드높여야 한다고.
‘설화가 가문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너 또한 그리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구나.”
“…?”
혈교와의 전쟁에 앞서 힘을 규합할 생각만 가득한 설화는 심각해진 청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청운이 물었다.
“하여, 대환단에 비견될 정도의 물건이 근방에 있다는 것이냐?”
영물의 내단이나 만년 하수오 정도가 아니면 안 될 터인데?
“천궁귀두(天弓龜頭)라는 말, 들어 보셨어요?”
“들어 보다마다.”
천궁귀두(天弓龜頭).
안휘성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전설 같은 소문이었다.
“천궁귀두를 찾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아니냐.”
“맞아요.”
천궁귀두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천궁귀두를 찾는 이는 천하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것이 희대의 신투(神偸_도둑질의 신)라 불리던 만리신투(萬里神偸)가 숨긴 보물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한때 강호가 들썩였다.
“하나, 그것은 허황된 거짓 소문이다. 천궁귀두를 찾으려는 이들은 많았지만, 누구 하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 소문이 암암리에 퍼지기 시작하며 남궁을 포함한 중원의 세력들이 천궁귀두를 찾기 위해 각 세력의 정예들을 파견했다.
남궁 역시 남궁무천의 직속 검대인 비풍검대가 움직였으나, 역시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 당시 만리신투가 하다 하다 인간의 마음까지 훔친다 하여 묘리신투(渺里神偸)라는 별호도 얻었지.”
만 리를 넘어서 끝을 알 수 없는 곳까지 이른다 하여 붙여진 별호였다.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틀렸어요.”
“틀리다니? 설마, 그 천궁귀두가 실제로 있다는 말이냐?”
“네.”
사람들은 제가 얻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치부한다.
남궁이든 다른 세력이든 신투의 소문이 그저 거짓이 아님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입을 모아 소문을 거짓으로 몰아간 이유는 하나다.
‘내가 얻지 못하면 남도 얻지 못해야 하니까.’
누군가 혹여 천궁귀두를 찾아 나설 것이 염려되어 거짓 소문으로 몰아간 것이다.
“천궁. 하늘의 활이라는 의미죠.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나요?”
“무지개다.”
“그렇다면 귀두는요?”
“문자 그대로 거북의 머리겠지.”
무지개 아래 놓인 거북의 머리.
“하나, 무지개가 자주 뜨는 곳 어디에도 거북은 없었다. 거북의 형상을 찾는다 해도 무지개는 없었지.”
그 둘을 만족할 때도 있었지만, 그뿐.
특별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우연히 두 가지가 맞물리는 건 의미가 없어요. 천궁귀두. 오로지 이 네 글자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곳. 그곳에 신투가 말한 세상을 다스릴 힘이 있을 거예요.”
“그곳을 네가 알고 있다는 것이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은 어느새 황산의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었다.
숲이 우거져서 어느새 하늘보다 나뭇잎들이 채우는 면적이 넓어졌고, 그만큼 대낮임에도 햇빛이 덜 들었다.
험한 산지 곳곳엔 낭떠러지가 예고도 없이 나타났고, 알 수 없는 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설화가 남궁청운을 돌아보며 시원스레 미소 지었다.
그녀가 돌연 스릉― 칼을 빼 들었다.
“원숭이 골 요리 좋아하세요?”
“…음?”
“전 별로 안 좋아해요. 뭣 하러 짐승의 뇌를 먹나요? 더 맛있는 것들도 세상에 많은데.”
“갑자기 무슨….”
그때였다.
끼에엑―! 끼엑! 끼엑, 끼엑!
“…!”
어디선가 쇠를 긁어 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돼지의 멱을 따는 소리 같기도, 사람의 비명 같기도 했다.
그 소름 끼치는 소리는 빠르게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남궁청운은 반사적으로 자세를 잡으며 검 손잡이를 붙잡았다.
‘위험하다!’
“설화야. 어서 피해야…!”
그러나 설화는 오히려 소리가 몰려오는 방향을 향해 자박, 다가섰다.
그녀가 어둠을 향해 검을 추켜들었다.
“설화야!”
“원숭이 골은 원숭이가 살아 있을 때 먹어야 한대요. 그래서 살아 있는 원숭이의 손과 발에 북이나 종을 매달죠. 먹는 동안 이 음식이 신선한지, 아닌지 알아보려고요.”
끼에엑! 끼에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