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53)_2
멀리서 들려오던 소리는 어느새 두 사람의 주위로 빠르게 몰려들어, 순식간에 두 사람의 주위를 둘러쌌다.
“인간은 참으로 지독하지 않나요? 더없이 잔인하고 무도해요.”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청운이 제자리를 휘돌았다.
“그 무도함이 원(怨)을 낳고 그 원이 쌓여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을 만들어 내곤 하죠.”
“위험하다! 어서 아비 뒤로…!”
그 순간.
끼에에엑―!
무언가가 두 사람을 향해 쇄도했다.
청운이 발검(拔劍)했고, 그보다 먼저 설화가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두 개의 덩어리가 땅에 떨어졌다.
머리가 잘린 원숭이였다.
끼에엑! 끼에에엑! 끼익! 끽! 끼이익!
한 원숭이의 죽음에 주위로 포진해 있던 수많은 원숭이가 포효했다.
황산의 깊은 숲은 어느새 원숭이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원(願_바랄 원)이 쌓이면 영물을 낳지만 원(怨_원망할 원)이 쌓이면 무엇이 생기는지 아시나요?”
남궁청운의 얼굴에 긴장이 가득 찼다.
그의 시선은 설화가 베어 낸 원숭이의 시체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물(魔物).”
그것은 원숭이이나, 원숭이가 아니었다.
마치 도끼로 내려찍은 듯 머리가 두 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손발톱은 비도를 묶은 듯이 길고, 날카롭고 단단했으며, 크기는 보통의 원숭이보다 두세 배는 커 보였다.
무엇보다 눈동자가 새빨갰다.
마치 원(怨)이 가득 들어찬 듯이.
잔혹한 인간을 향한, 무도한 세상을 향한.
그로 인해 원숭이도, 그 무엇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 마물이었다.
끼엑! 끼에엑! 끼에에엑!
“한낱 미물(微物)이라고 소중한 것이 없는 것이 아니고,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며, 원망이 없는 것이 아니에요.”
인간은 잔혹하다.
원숭이를 잡아 방울을 매달고 그 자리에서 골을 깨 파먹는다.
가까스로 도망친 원숭이는 제 어미의, 자식의, 친구의 죽음을 지켜보며 울부짖는다.
그 울부짖음 속에서 인간은 먹는다. 그저 만끽한다.
“설화야….”
청운이 마른침을 삼키며 검을 그러쥐었다.
“나도 원숭이 골 요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한데 어째서… 우리가 이 원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냐…?”
응…? 대체 왜…?
“저희가 원하는 것이 이 너머에 있으니까요. 원(願)과 원(怨)의 싸움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그… 천궁귀두 말이냐…?”
그것이 이 너머에 있다고?
“네.”
“그냥 화산을 포기하면 안 되겠느냐?”
“그건 더 큰 원(願)이라 안 되겠어요.”
청운이 포기한 듯 기감을 퍼트려 몰려든 원숭이들의 숫자를 헤아렸다.
족히 수백은 되어 보였다.
“우리 둘이 이것들을 이길 수는 있겠느냐?”
“글쎄요.”
끼에엑!
설화가 달려드는 원숭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청운의 검이 조금 더 빨랐다.
촤아악― 하며 한 마리의 마물이 핏물을 터트렸다.
남궁청운의 주위로 어느새 날카로운 예기를 발하는 푸른 기운이 넘실거렸다.
“본디 원이란 더 간절한 쪽이 이기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