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54)_2
“고, 공자님… 어서….”
황룡대주가 한 곳을 가리켰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의 손이 툭, 떨어졌다.
고작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 그는 제 마지막 숨을 아끼고 아꼈던 것이었다.
청운은 황룡대주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의 손이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갔다.
나무를 지나치고 수풀을 헤치고.
오로지 그 방향으로 내달렸다.
‘제발… 제발….’
부디 늦지 않았기를. 부디 살아 있기를.
살아만 있다면 무슨 수를 쓰든 구할 터이니. 부디….
그리고 마침내 숲의 끝이 보였다.
나무들의 사이로 여러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검은 옷을 입은 복면인들이었다.
검을 쥔 청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청운과 복면인들의 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3장(丈)
2장(丈)
1장(丈)―
마침내 청운이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꺄아아악!”
연꽃이 바스러지는 소리에 청운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촤아악―
“크아악!”
선혈이 튀고 복면인 중 한 사람이 쓰러졌다. 그들은 일제히 청운을 향해 돌아섰다.
그 순간, 청운은 보았다.
한 복면인의 웃음을.
저 낭떠러지 아래로 사라지는 연꽃잎의 자락을.
“아빠! 아빠아! 흐아아아아앙―!”
빠르게 추락하는 아이의 울음을.
촥― 촤악―!
시선은 오로지 그것에 고정된 채로, 청운은 검을 휘둘렀다.
“퇴각한다!”
한 복면인이 제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청운의 귓가에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날카로운 이명이 그의 머릿속을 울렸다.
복면인들이 공격을 멈추고 쓰러진 동료들까지 챙겨 달아나는 동안, 청운은 앞으로 나아갔다.
검을 휘두르고, 가로막는 것을 베어 내고.
마침내 낭떠러지 끝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을 때.
탱그랑―
청운은 검을 떨군 채 무릎을 꿇었다.
삐이이이―
온 세상이 하나의 선으로 모아졌다. 모든 소리가 아득히 멀어졌다.
청운의 턱 끝에 모여든 핏물 섞인 한 방울의 땀이 소리 없이 툭, 떨어졌다.
붉은 물방울은 하염없이 추락했고.
그 물방울이 거센 물길에 휩쓸리기도 전에, 청운의 몸이 무너졌다.
청운의 세상이 무너지는 비명이었다.
* * *
“내가 그때 마차를 벗어나지만 않았어도 네 어미와 너를 그곳에서 잃는 일은 없었겠지.”
그의 눈물이 흘러내려 구름 속에 자취를 감췄다.
“알량한 의협심을 부리지만 않았어도…. 네가 8년이나 고통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남궁은 내외당의 무력대를 전부 동원해 낭떠러지 아래와 강물이 흐르는 곳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다.
며칠 뒤 찾은 것은 여인의 시신이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아이의 시신은 없었다.
“그때의 일은 오로지 나의 잘못이었다. 나의 불찰이었고, 나의 오만이었다. 내가 부족하여….”
스릉―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려왔다.
청운이 흔들리는 시선을 돌려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설화가 검을 들고 있었다.
그 검은,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