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58)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58화(58/319)
마지막 남은 화산의 전인(前人).
그가 바로 현 화산파 일대제자, 최연소 매화검수 유강이었다.
이전 생에 화산은 남궁보다 먼저 멸문했다. 아니, 그 어떤 세력 중 가장 먼저.
혈교가 세상에 진출하기도 전이었으니.
‘아마 지금쯤. 이미 썩어들어 가고 있겠지.’
지금의 화산은 자신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만개(滿開)하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옳다.
다만, 만개한 꽃은 지기 마련일 뿐. 꽃은 지고, 또 지고.
결국엔 한 송이의 매화만 남을 것이다.
“나 최선을 다할 거야.”
검을 쥔 아이의 얼굴 위로 스스로를 마지막 매화라 말하였던 남자가 겹쳐 보였다.
설화 역시 검을 쥐며 마주 섰다.
“조금 전까진 죽을상이더니? 이제 좀 해 볼 맘이 생겼어?”
고고하게 홀로 피어 화산의 명맥을 이어 가던 남자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도 너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 너랑 스승님이랑 한 얘기도 솔직히 이해 못 하겠고.”
대환단에 대해 미리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근데 내게 사문의 이름이 걸려 있다는 건 알겠어.”
유강이 제 가슴팍을 손으로 퉁, 두드렸다.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야지.”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 너를 베겠다. 너를 베고 나는 또 살아남아 화산의 유지를 이어 가겠다. 시들어 가는 고목이라도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언젠간 매화는 다시 피어날 것이니.’
이전 생이나 지금이나. 참으로 매화를 사랑하는 남자였다.
“그래. 포기하는 것보단 훨씬 낫네.”
이전 생엔 그 말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번 생엔 반드시 지키길 바라.
하지만 그것이 오늘은 아니다.
“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야.”
유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좀 봐주면 안 돼?”
“안 돼.”
“그 영약 때문에?”
“아니. 그건 사소한 이유일 뿐이지.”
“그럼 너는 뭐 때문에 최선을 다해?”
“글쎄… 너를 위해서라고 해 두자.”
이 비무에 화산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것을 너는 모르겠지.
화산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하였지만, 이 비무는 지는 것이 화산을 지키는 것임을 모르겠지.
“나를 위해…?”
유강이 이해했다는 듯 아하, 탄식했다.
“하하. 그러네. 기왕 지는 거 가장 멋있게 지는 게 낫겠다.”
봐주지 않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세워 주는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장난스러운 웃음 뒤엔 긴장이 역력했다. 유강이 검을 쥔 채로 포권을 취했다.
“화산파 일대제자 유강. 남궁의 소저에게 비무를 청합니다.”
설화 역시 올곧게 서서 유강의 인사에 화답했다.
“남궁세가 남궁설화. 비무를 받아들입니다.”
두 사람이 잠시간 서로를 바라보기를 찰나.
탓―!
유강이 먼저 설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화산의 마지막 전인이 설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캉! 캉!
유강의 검은 화산의 검답게 쾌(快)와 변(變)을 추구하고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초식들은 마치 하나의 꽃봉오리를 틔우는 것만 같았다.
‘역시 화산이구나.’
참으로 아름다운 검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검을 피워 내기 위해선 검을 끊이지 않게 휘둘러야 한다. 그러려면 탄탄한 외공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남들보다 많이 휘두르는 만큼, 남들보다 호흡이 길어야 하기에 체력이 받쳐 주어야 하는 검.
그래서 설화는 이전 생부터 화산의 검수들을 상대할 때마다 항상 생각했다.
‘지독하다.’
더없는 아름다움 뒤에, 이들이 흘렸을 땀과 노력이 지독하게 배어 나온다.
검격이 그리는 매화가 아름다울수록 매화향이 짙게 난다고 하는 것은 그런 의미이리라.
이들에게 매화 향은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니.
카캉! 캉!
그들 중 유강의 검이 제일이라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거칠구나.’
유강의 검에는 ‘험(險)’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이 나이 때부터 이미 거칠었구나.’
화산은 중원오악(中原五嶽) 중 하나로 험하고 거친 산세로 유명하다.
검이란 곧 검수의 삶을 대변하는 것.
그러니 화산의 검엔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오악의 기반, ‘거칢’이 담길 수밖에 없었다.
빠르고, 무한하게 변화하지만 거친 검법.
아름다움에 취해 놓치기 쉬운 것을 유강은 어린 나이에 이미 깨달은 것이다.
카가강―! 카앙―!
설화가 유강의 검을 쳐냈다.
‘검수는 검수라는 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장법으로 맞수 했던 때와는 달리, 검을 든 그는 더없이 진지했다.
유강의 몸에선 어느새 매화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완전한 일류.’
이 나이에 일류와 절정의 경계라니.
‘얘도 천재는 천재구나.’
하기야, 이전 생에서도 혈교를 꽤 괴롭혔지.
자신이 화산의 마지막 매화다, 뭐다 하면서 어찌나 혈교의 전장에 난입해 대던지.
주로 남궁을 상대하던 설화도 몇 번이나 마주친 상대였다.
그는 자신하던 만큼 끈질기게 살아남아 화산의 명맥을 이어 갔다. 화산의 이름으로 난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결국….
카캉―! 캉!
설화는 이 상황이 꽤 즐거웠다. 이전 생에서 맞수였던 이의 과거를 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어느새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유강의 검을 받고, 탐할수록 그 미소는 짙어졌다.
카앙―!
“…!”
설화가 유강의 검을 쳐 내는 소리가 운객원의 연무장을 울렸다.
유강은 가까스로 검을 놓치지 않았을 뿐, 이미 호흡은 거칠었고 손이 욱신거렸다.
“하… 하아… 하….”
‘검로가 전혀 보이지 않아.’
유강은 당혹스러웠다.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무력할 줄은 몰랐다.
말한 대로 최선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남궁의 소저는 제 검을 받아치기만 할 뿐 제대로 된 공격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밀리고 있다. 어째서지?’
거칠어진 숨은 금세 느릿하게 정돈되었다.
설화는 천천히 호흡하는 그를 기다려 주었다.
그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오로지 검만을 생각하는 눈빛.
“후우우….”
유강이 기수식을 취했다.
기수식은 검법의 시작을 알리는 자세나 다름없었다.
‘소청검(少淸劍)인가.’
후우우웅―
유강의 검 주위로 분홍빛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났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이들만이 쓸 수 있다는 검기(劍氣)였다.
‘이 공격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건가?’
아직 절정에 다다르지 못하였으니, 검기를 발현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찰나일 터.
그것을 증명하듯 유강은 검기의 발현과 동시에 달려들었다.
‘성급해.’
일류면서 검기를 발현하는 것은 놀랍지만, 그것이 허점이 되었다.
거기다 검법을 잘못 골랐다. 그 많고 많은 화산의 검법 중에 하필이면 소청검이라니.
‘적은 탐욕조차 없고, 작은 사념조차 깃들지 않은 더없이 맑고 정직한 검이라.’
도가의 검법에 어울리는 검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