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5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59화(59/319)
* * *
쿠구궁….
비무가 끝났다. 설화의 완전한 승리였다.
노문은 굳은 시선으로 타박타박 다가오는 남궁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끝났네요.”
“….”
“비겁하다!”
스릉―!
검을 빼 드는 소리가 날카로이 들려왔다.
이윽고 또 다른 누군가가 검을 빼 들었다.
“화산의 도장께선 말을 삼가시오. 아이들의 비무는 정당하였소.”
아이에게 검을 빼 든 이는 유표. 그리고 아이의 앞을 지키고 선 이는 청운이었다.
“정당하긴! 처음부터 실력을 숨기고 임하지 않았나! 화산이 물건을 필요로 하는 것을 알면서 악의적으로 속이다니! 비겁하다!”
“설화는 애초에 그쪽에게 비무를 청하였소. 비무의 상대를 바꾼 것은 화산이 아니오?”
“그래도 실력을…!”
“갈(喝)! 제 본 힘을 감추는 것 또한 실력일진대! 어찌 그것을 비겁하다 하시오! 화산은 이리도 경우를 모르는 문파였던가!”
“지금… 감히… 화산을 욕한 것이냐…?”
유표에게서 짙은 진분홍의 기운이 흘러넘쳤다. 그에 맞서 청운에게서도 푸른 기운이 흘러나왔다.
두 사람의 기운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을 때, 설화가 노문을 향해 말했다.
“비무하는 사이에 꿀이라도 드신 건가요?”
잠자코 날뛰는 유표를 지켜보던 노문의 입매가 짧게 휘어졌다. 웃음이라 여기지 못할 정도의 찰나였다.
그는 금세 웃음기 없는 얼굴로 소리쳤다.
“유표는 물러서거라!”
“…예.”
노문이 성큼성큼 설화에게 다가왔다.
“그래. 네가 이겼구나. 남궁의 미래가 이토록 밝은지 잘 확인하였다. 남궁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들었는데, 남궁의 무공은 언제 이리 배웠더냐?”
“며칠 전에 할아버지께서 알려 주셨어요.”
“고작 며칠 전에 배운 검법을 이리도 능숙하게 사용한다고?”
“할아버지께서 그러시더군요. 역시 검황의 손녀라고요.”
“…!”
검황의 손녀.
그 말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녀의 뒤에 누가 버티고 있는지, 그녀의 강함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것을 부정하였을 때 누구를 적으로 두게 되는 것인지, 여러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비무는 졌지만, 우리에게는 그 영약이 필요하다. 그러니 다른 조건을 말해 보거라.”
이로써 설화는 완전한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비무에서 져도 화산이 영약을 포기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설화는 준비한 대답을 내놓았다.
“두 가지 제안을 드릴게요.”
“두 가지나.”
“하나는 아까와 동일해요. 화산과 소림이 대환단을 거래한 증거를 보여 주세요.”
노문의 얼굴이 험악한 빛을 띠었다.
‘말할 수 없을 테지.’
화산의 일로만 끝난다면 상관없겠지만, 소림까지 끌어들여야 하는 일이니까.
비밀로 하고자 하는 건 화산뿐만이 아니니, 화산은 함부로 거래를 공적으로 인정할 순 없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선택지로 내밀었다.
‘불가능한 것과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것.’
두 가지를 함께 제시하면 그중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쪽이 상대적으로 나아 보일 테니까.
“…두 번째는 무엇이냐.”
“화산의 장문인을 뵙게 해 주세요.”
“…!”
“장문인을 만나 뵙게 해 주시면 장문인께 제가 직접 드릴게요.”
그때였다.
쿠쿠쿠쿠쿠….
돌연 연무장의 지면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설화야!”
남궁청운이 황급히 설화에게 다가와 그녀를 보호했다.
이 천재지변에 맞먹는 기운의 파동을 일으킨 이는.
“너….”
매화신검 노문.
전각 내에서는 건물이 무너질지 모르니 그나마 억눌렸던 그의 기운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었다.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이냐.”
“스, 스승님!”
유강이 다급히 그를 말리려 하였으나, 노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차마 다가갈 수 없었다.
피잇―
기세에 못 이겨 설화의 볼에 실금 같은 상처가 났다.
화경의 경지란 그런 것이었다.
기세가 곧 검이 되는 경지. 기세만으로 상대를 벨 수 있는.
그 기세를 받아 낼 수 없는 이들은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는 아득한 경지.
“설화야! 위험하다!”
“괜찮아요. 아버지.”
설화는 자신을 감싸 안은 청운을 옆으로 밀며 그 기세를 마주했다.
노문의 기세가 그녀를 잡아 삼킬 듯 쏟아졌지만, 설화는 물러서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그의 앞으로 나아갔다.
“역시나 겁이 없는 아해로고.”
“역시나 양심이 없으시네요. 화산의 장로님씩이나 되시는 분께서 아이를 상대로 이러고 싶으신가요?”
“네가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왜 죽이려 하시나요? 전 그저 화산의 장문인을 뵙고 싶을 뿐인데요.”
“아니.”
콰콰콰콰콰콰―!
기세가 그녀의 볼과 팔뚝을 스치며 생채기를 냈다.
옷이 찢어지고 실금 같은 상처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조금도 개의치 않는 아이를 바라보며 노문이 공력을 실은 목소리를 내었다.
“너는 필시 무언가를 알고 있다. 지금까지 본 너라면, 아무런 이유 없이 장문인을 만나게 해 달라 할 리 없지.”
“….”
눈치 빠른 노인네 같으니라고.
“그러니 나는 너를 죽여 입을 막아야겠다. 너를 죽이고 금룡옥혈보를 빼앗으면 그만이렷다.”
“보는 눈이 이리도 많은데요.”
설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무리가 운객원의 연무장으로 뛰어 들어왔다.
남궁의 당주들과 장로들 그리고 직계들이었다.
“허억…!”
“이게 대체 무슨…!”
그중 남궁청해가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매화신검께선 기운을 거두십시오!”
노문은 그런 그를 짧은 시선으로 일별할 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노문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잔챙이들이 몰려들어 봤자 내게 상대라도 될 성싶으냐?”
상대는 천하 10대 고수.
10대 고수 중에서는 약하다지만 천하에 단 열 명밖에 없다는 화경의 고수.
초절정의 고수 열 명이 와도 상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이인데. 이곳에 초절정의 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남궁의 모든 이들을 죽일 셈인가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화산의 도리는 보기보다 과격하군요.”
“진정한 강함은 물이라 하였지. 물이 범람하여 천지가 쓸림을 어찌 막겠느냐?”
“선인들의 말씀을 자기 좋은 대로 해석하는 건 화산의 가르침인가요?”
“내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