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59)_2
“양심 없으시다니까.”
쿠우우우우….
노문의 기운이 더욱 거칠고 광활하게 몸집을 불려 갔다.
“그 오만도 이젠 끝이겠구나.”
노문이 제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을 때였다.
“그거 아세요?”
설화가 설핏 입꼬리를 휘었다.
“하천의 범람은 해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지금 내게… 하천이라 한 것이더냐…?”
설화가 어깨를 으쓱였다.
노문이 태연한 그녀의 태도를 이상하게 생각할 즈음.
쿠우우우웅.
세상이 멈추었다. 마치 온 세상이 일순 공허로 가득 찬 기분이 노문을 뒤덮었다.
“…!”
노문이 발출하던 기운이 상쇄(相殺)했다. 아니, 잡아먹혔다.
그의 주위로 어느새 두꺼운 기막이 둘러졌다. 마치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공허가 그의 주위를 휘감았다.
“내 집 마당에 독충이 기어들어 왔군.”
노문은 덜덜 떨리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두려움에 떨리는 것이 아니다. 이건, 그의 본능이 반응하는 떨림이었다.
노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과 자신의 세상을 압도한 이를 바라보았다.
“…검황?”
천룡검황(天龍檢凰) 남궁무천.
천하를 아우르는 열 명의 고수. 그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고수 중의 고수.
그가 어느새 제 뒤에 있었다.
“노문아.”
남궁무천의 시선이 기막 너머의 설화를 향했다.
“선택지를 두 개 주마.”
제 7할의 공력을 쏟아부어 벌모세수를 해 준 손녀의 몸과 볼에 난 생채기를 훑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푸른 안광이 불타오르듯이 타올랐다.
“죽을래? 죽을 만큼 처맞을래?”
같은 경지라 해도 급이 있다.
이제 막 경지에 오른 이, 경지에 어느 정도 적응된 이, 완전한 경지에 다다라 다음 단계의 경지를 바라보는 이.
같은 경지라 해도 숙련과 경험에 의한 실력의 차이는 심했고, 경지가 높아질수록 그 편차는 더했다.
그런 의미에서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들의 편차는 가히 어마어마했다.
화경의 초입과 완전한 화경이 가진 내공의 차이가 무려 1갑자에 다다를 정도이니.
남궁무천이 노문을 향해 저벅. 걸어갔다.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는 소식은 들었다만.”
“나, 남궁무천…!”
노문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닷새는 더 걸린다 들었는데 어찌…!’
“경지에 오른 건 오른 것이고….”
그 순간, 남궁무천의 얼굴에 잠시간 떠올랐던 인자한 미소가 씻은 듯 사라졌다.
“감히 겁도 없이 이 검황의 장원에서 힘자랑질을 해?”
푸른 안광이 노문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이 천룡의 손녀를 건드리다니. 네가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자, 잠시 기다려 보시오, 검황! 이건 그것이 아니라….”
“갈(喝)!”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였다.
그 기의 파동에 노문뿐만이 아닌 기막 너머 운객원에 있던 모두가 몸을 움츠렸다.
노문의 기(氣)가 연무장을 흔들었다면, 남궁무천의 기(氣)는 운객원 전체를 흔들고 있었다.
“누가 네놈에게 변명하라 하였더냐! 네가 내 손녀를 건드린 것에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우기려는 게냐? 그것도 내 집 마당에서! 겁대가리를 상실한 것이지!”
노문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남궁무천의 괴팍스러운 성격을 가장 잘 아는 이가 바로 그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