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6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60화(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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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남궁무천과 노문이 아직은 강호를 떠돌며 명성을 쌓던 시절.
노문은 남궁무천에게 덤빈 적이 있었다.
대문파의 정예 검수라는 자부심에 취해 있기도 했고, 무림 세가라는 이름 아래 설치고 다니는 검쟁이들이 꼴 보기 싫기도 했고.
검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 줄 심산으로 벼르던 중에 남궁세가의 공자라기에 건드려 보았는데.
‘정의롭고 인의와 예의를 중시하긴 개뿔.’
맞았다.
말 그대로 비 오는 날 먼지 날 때까지 처맞았다. 이참에 문파 놈들 정신머리를 고쳐 놔야 한다며 개 패듯이 때렸다.
때리면서 부르짖는 ‘싸가지 없는 문파 놈들’이 누구인지 몰라도 그놈들을 찾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그때부터 노문은 세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나이 들고 가주가 된 후에는 성질 죽이고 위엄 있어졌다고 들었건만!’
그거 믿고 왔건만!
“…남궁 선배께선 화를 푸시지요. 저는 그저 남궁의 아이의 무위가 놀랍도록 뛰어나기에 조금 시험해 보았을 뿐….”
“누가 네 선배냐?”
“…검황께선….”
“….”
“검황 대인께선.”
“못난 새끼.”
남궁무천이 쯧, 혀를 찼다.
그의 시선이 연무장 한쪽에서 서 있는 화산의 두 후기지수를 향했다.
한 놈은 공포에 질린 시선이고, 한 놈은.
‘호오.’
두렵지만 날카롭다. 제 선배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한 기세.
발톱을 잔뜩 세운 꼴이 맹랑하지만, 썩 나쁜 기백은 아니다.
무릇 범이란 발톱을 내세울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니.
“네놈도 늙었다고 꼴에 후학을 달고 다니는구나.”
“…사질과 제자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으니, 남궁 선배께서도 제 체면을 조금만 양해를….”
“제자라.”
저 맹랑한 것이 제자이렷다.
“제자 하난 잘 뒀군.”
남궁무천이 무심한 시선을 돌려 설화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친 설화가 그를 마주 보았다.
― 어찌해 주길 바라느냐? 팔, 다리 하나쯤은 분질러 줄 수 있다.
유강과 노문을 한 번씩 바라본 설화가 대답했다.
― 화산의 제자도 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화산의 명예를 실추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 하면?
―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기운을 발출하였지만, 살기(殺氣)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것이 설화가 겁도 없이 노문에게 맞선 이유였고, 그를 용서하는 이유였다.
“하하하하하!”
남궁무천의 호탕한 웃음에 화산의 세 사람이 움찔, 떨었다.
남궁무천이 노문을 향해 말했다.
“네놈은 내 손녀의 뛰어난 인품 덕에 산 것이다. 잊지 말거라.”
남궁무천의 눈빛이 번득였다.
노문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잊지 않겠습니다.”
남궁무천이 나타난 이후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잔뜩 겁을 주어 영약을 얻어 보려 했던 노문은 결국 아무것도 얻어 내지 못한 채 꼬리를 내려야 했다.
화산과 교류해야 한다던 가문의 여론은 완전히 사라졌고, 장로들과 당주들은 화산에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는 남궁을 무시한 것입니다! 아무리 대문파라지만 이리 오만방자한 태도라니요!”
“맞습니다! 가주님께서 수련동에서 일찍 나오시지만 않았어도 저희를 전부 죽일 기세였다고요!”
“허어. 10대 고수라는 이가 맞소이까? 매화신검이라는 별호가 아깝더이다. 쯧쯧.”
가주가 수련동에서 나오면 벌모세수에 대해 항의하려 했던 여론 역시 저절로 사라졌다.
남궁무천 덕에 피해를 줄였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가주님.”
총관 남궁문이 남궁무천에게 물었다.
잔뜩 성을 내던 가문인들은 숨을 죽인 채 가주를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있던 남궁무천이 느리게 시선을 들어 회의장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은 제 두 아들에게 머물렀다.
“청해.”
“예. 가주님.”
“화산과의 교류를 이루어 보려 했다지.”
“…예.”
그건 노문이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이기 전이지만. 그전까지는 노문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영약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그것을 장로회 또한 알고 있었으나, 장로회주는 헛기침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런 그를 일별한 청해가 남궁무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의 판단이 부족하였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더냐.”
청해는 대답하지 못했다.
노문의 일만 아니었다면 화산과의 교류는 필시 남궁에 득이 될 터였다.
실수한 것이 있다면.
‘매화신검이라는 사람이 그리 경솔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는 것이겠지.’
화산의 장로씩이나 되는 사람이 말이다.
“청운.”
“예. 아버지.”
“네 생각은 어떠하냐.”
장로들과 당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청운을 향했다.
남궁청해가 화산과 교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딸만 챙기느라 바쁘던 이가 무슨 생각이나 있을까.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엔 일말의 기대감도 없었다.
짧은 정적이 흐르고, 남궁청운이 천천히 목소리를 냈다.
“애초에 남궁이 어째서 화산의 이름을 필요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남궁무천의 굳어 있던 시선에 일순 이채가 돌았다.
“더 말해 보거라.”
“남궁이 화산의 힘이 아쉬울 정도로 약한 가문입니까?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운이 시선을 들어 당주들과 장로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8년간 가문을 떠나 천하를 떠돌며 저는 남궁의 이름이 가진 강대함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남궁의 이름만 대면 산적들이 길을 내어 주고 파락호들은 무기를 내렸습니다.”
남궁과 같이 힘 있고 권세 있는 세가와 척을 지고 싶어 하는 흑도들은 없으니까.
“누군가는 남궁의 이 힘이 가주님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지만 전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궁청운이 남궁무천을 바라보았다.
“남궁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화산 역시 중원 제일의 검문이라 불리지만, 굳이 머리 숙여서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얻어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궁무천의 입꼬리가 옅게 휘었다.
그의 얼굴엔 만족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 말이 옳다.”
그가 끄덕임으로 청운의 말을 인정했다.
“남궁을 강대하게 하는 것은 힘이다. 그것은 결코 타인의 손에 의해, 타 문파나 세가와의 관계로 인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