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6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61화(61/319)
* * *
바스락.
외당 서쪽 연무장 뒤편의 커다란 소나무.
소나무에 몸을 기댄 채 그림자 아래에 서 있던 설화는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다가오는 기운이야 조금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잘 알았다.
“안녕.”
달빛 아래에 선 유강이 손을 흔들었다.
설화는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워 그를 마주했다.
“음… 우리 여기서 만나기로 했던 거 맞지?”
“응.”
낮의 비무가 끝난 후.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설화는 유강에게 전음했다.
― 자시(子時_23시~1시). 서쪽 연무장 소나무 아래에서 봐.
전음 한 번 보냈을 뿐인데 어찌나 화들짝 놀라던지.
굉장히 수상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이는 탓에 한숨만 흘러나왔다.
“용케 잘 찾아왔네? 헤맬 줄 알았는데.”
유강이 볼을 긁적였다.
“헤헤. 사실 좀 헤맸어. 나 길치거든. 근데 헤맬 것 같아서 애초에 일찍 나왔지.”
“현명하네.”
어쨌든 약속 시간은 지켰으니까.
“근데 왜 보자고 한 거야? 나는 너랑 더 얘기할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설화가 미간을 설핏 찌푸리며 들고 있던 쪽지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거.”
“이게 뭔데?”
“너희 장문인께 전해 드려. 장문인께서 보시면 아실 거야.”
“…?”
유강이 쪽지와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궁금하다는 기색이 역력한 눈빛이었다.
‘화낼 줄 알았는데. 아니네?’
화산이 그토록 감추려 한 비밀은 화산의 장문인과 연관 있다.
그러니 장문인의 얘기가 나오면 의심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이 당연지사.
‘…얘 혹시 아무것도 모르나?’
“…너 장문인 뵌 지 얼마나 됐어?”
“글쎄… 한 2년? 장문인께서 폐관 수련에 들어가셨거든.”
그가 눈썹을 낮게 휘었다.
“그래서 미안한데, 나 이거 못 전해 드릴 것 같은데….”
폐관 수련이라.
‘제자들에겐 이렇게 말해 놓은 거구나.’
하기야 장문인이나 되는 사람이 대외적으로 잠적해야 할 상황이니, 타당한 이유는 폐관 수련뿐이다.
그 이유라면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아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유강이 도로 내미는 쪽지를 그에게 밀었다.
“너희 장문인 폐관 수련 하시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전해 드려.”
“…내 장문인이신데?”
“그래. 그러니까. 너희 장로님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이 있을 거야. 네 장문인은 거기에 계셔.”
“….”
유강이 눈썹을 찌푸렸다.
문득, 바삐 어디론가 향하던 무학당주 노백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저기로 가면 측간밖에 없는데? 흠… 되게 급하신가 보다.’
그럼, 그럼. 장로님들도 사람인데. 사람은 본디 싸는 존재지.
그렇게 넘겼던 기억이었다.
문제는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 무학당주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장로님들이 그 길을 자주 오가시긴 했어.’
유강이 남몰래 휴식하는 나무가 그 길에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저 너머의 측간이 특별한 것이 아닐까, 짐작했을 뿐.
“그래. 거기.”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네 얼굴에 다 쓰여 있어.”
“내 얼굴에?”
유강이 제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내렸다.
“네 말이 맞는다고 해. 그럼 장문인께선 왜 폐관 수련 중이라고 하신 건데?”
“그건 네가 알아봐. 너희 장문인이잖아.”
“알고 있잖아. 알려 줘. 내게 부탁하는 입장이잖아.”
유강이 쪽지를 들어 보였다.
설화의 입꼬리가 흥미롭게 휘었다.
“지금 협박하는 거야?”
“윽… 협박, 아니, 야. 부탁…이지….”
설화는 알 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장문인 편찮으셔.”
“뭐?”
“조용히 해. 외당 무사들 전부 불러들일 일 있어?”
“헙, 미안.”
유강이 나직이 속삭였다.
“뭐…?”
“…자세한 건 나도 몰라.”
사실 대충 알고 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기도 하고 이것까지 아는 건 정말 이상하니 넘어가기로 하고.
“중요한 건 너희 장문인께서 병을 고치지 못하면 얼마 못 사신다는 거야. 그리고 너희 장문인을 해하려 하는 사람이 화산에 있다는 거고.”
“…!”
“그게 누구인지는 나도 몰라. 이게 내가 아는 전부야.”
유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더 이상 웃고 있지도, 여유로워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 이 쪽지는….”
“너희 장문인을 살릴 방법.”
“….”
유강이 쪽지를 꽉 쥐었다.
아직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 중요한 걸 왜 나한테 맡겨? 내 스승님은 화산의 장로셔. 화산을 대표하는 매화검수의 수장이기도 하시고. 스승님께 말씀드리는 게 더 확실할 텐데.”
“대환단에 관해서 듣지 못했다고 했지?”
유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생각하기에 화산은 약해?”
고개를 저었다. 확고하게.
“근데 어째서 화산 정도 되는 문파가 고작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흑도 방파에게 대환단같이 엄청난 물건을 뺏겼다고 생각해?”
“그건….”
유강이 혼란스러운 시선을 내리떴다.
잠시간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굳은 시선으로 설화를 바라보았다.
“내 스승님도 믿지 못한다는 말이야?”
“정확히는 대환단에 관해 알고 있던 이들 전부. 사실, 난 화산에서 딱 두 명만 믿어.”
“누군데, 그게?”
“너희 장문인, 그리고.”
설화가 유강을 가리켰다.
“너.”
“…!”
유강을 믿은 이유는 하나다.
이전 생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았으니까.
그가 죽어 가면서까지 화산의 유지를 지키려 하였던 것을 알고, 그가 홀로 남아 혈교에 목숨 걸고 맞선 이유를 아니까.
그는 절대, 화산을 배신할 사람이 아니다.
“네가 날 못 믿어도 상관없어. 하지만 그 쪽지는 네 손으로 직접 장문인께 전해 주었으면 좋겠어.”
쪽지를 쥔 유강의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일단… 일단 이 쪽지는 받을게.”
그가 쪽지를 품속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전해 드릴지 말지는 내가 직접 보고 정할 거야.”
“그래.”
설화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쪽지 내용, 읽어 봐도 상관없어.”
“…응.”
“복잡해 보이는 얼굴이네?”
유강의 시선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장문인이 죽어 가고 있고, 화산에 간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태평하다면 이상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