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61)_2
그러나 잠시간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쉬던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예의 장난기 있는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오늘 비무, 재미있었어. 그치.”
자연스레 화제가 바뀌었다.
동의를 물어 오기에 잠시 대답을 생각하는데 그는 금세 시무룩해져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또 나만 특별했지….”
노문의 앞에서 첫 만남이 특별하지 않았다고 한 말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꽤 재미있었다고 말해 주려 하는데, 유강의 표정은 그사이에 밝아져 있었다.
맥락 없이 휙휙 바뀌는 감정의 변화에 따라갈 자신이 없어 설화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덕분에 많이 배웠어. 아까 말했지만, 나 화산에서 꽤 강하거든. 적어도 또래 중에선 적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화산의 일대제자 중 유강의 나이는 제일 어리다. 그럼에도 어리다고 그를 무시하는 이는 없었다.
“근데, 네 말을 듣고 깨달았어. 내가 그동안 자만하고 있었다는 걸. 장로님들께서 내게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셔도 대충 넘겨들었는데.”
유강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게 이제 와서 후회되더라. 게으름 피울 여유 같은 건 없는 거였는데.”
“너 지금도 강해.”
자책하는 건가 싶어서 한마디 해 주니 유강의 눈이 동그랗게 올라갔다.
그가 이내 헤실거리며 웃었다.
“그으래?”
“네 말대로 또래에서 적수를 찾을 수 없다는 건 그만큼 뛰어나다는 거니까.”
“좀 그런가?”
유강이 헤헤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여태껏 놀던 시간에도 열심히 했으면 네 적수가 될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니지.”
“…방금 나보고 천재라고….”
“난 천재나 괴물 같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정 이기고 싶으면 죽었다 깨어나든가.”
근데 그래도 될까? 이전 생을 생각하면… 될 수도?
속으로 승률을 따져 보고 있는데 유강이 부들부들 떨더니 대뜸 소리쳤다.
“이기면 어쩔 건데? 죽었다 살아나지 않아도 내가 너 이기면?”
설화가 눈을 깜박였다. 이내 그녀의 눈썹이 처연히 휘어졌다.
“글쎄. 안 될걸?”
“되면? 되면 어쩔 거냐니까?”
“네가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게.”
그 순간, 유강의 눈이 반짝였다.
“내가 원하는 거? 뭐든?”
“그래. 뭐든.”
어차피 안 될 테지만.
“그래, 좋아! 약속한 거다? 어?”
방방 뛰는 모습에 내뱉은 말이 곧바로 후회되었다. 괜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스쳤다.
유강이 주먹을 불끈 말아 쥐었다.
그의 눈빛에서 호승심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나 무슨 수를 쓰든 이길 거야! 언제가 됐든, 어떻게든!”
“…그래. 열심히 해 봐.”
이쯤 되니 설화도 조금 궁금했다. 얘가 자신의 상대가 되는 날이 과연 올까.
그 순간, 유강이 돌연 소리쳤다.
“강호는 넓고 강자는 많도다! 화산파 일대제자 유강! 이 밤, 천지를 관망(觀望)하는 달에게 선포하노니!”
설화의 눈빛이 흐려졌다.
“나 유강, 반드시 남궁설화를 꺾고 만다!”
…미친놈 아니야, 이거?
이전 생에도 제정신은 아니었다만, 어릴 땐 상상할 수 없는 미친놈이었네, 이거….
달빛이 두 사람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 쏟아지는 달빛을 맞듯 하늘을 향해 주먹을 뻗은 유강을 보며 설화는 그림자 속으로 뒷걸음쳐 물러났다.
혹시라도 누가 지나가다가 보면 얘만 이상하게 보여야 하니까.
유강이 어두운 그림자 너머를 천진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근데, 너 몇 살이야?”
“열셋.”
“…그렇구나. 열셋….”
유강의 나이는 열다섯이었다.
“나 내일 떠나는데. 배웅 나와 줄 거지?”
“그때 바빠.”
“…바쁘면 어쩔 수 없지.”
환한 달빛이 유강의 하얀 피부를 더없이 반짝이게 비추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