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6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64화(64/319)
남궁소룡.
그에 대한 설화의 기억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남궁이 멸문했을 때 남궁을 버리고 외가에 숨어 있던 놈이 하나 있었지.’
구차하게 숨었기에 친히 찾아가 죽이려 했더니 뭐라고 했더라.
남궁의 성을 버린 지 오래라 했던가.
물론 그래 봤자 남궁의 피를 이은 놈을 살려 줄 생각은 없었고, 단칼에 끝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이 남궁소룡에 대한 설화의 기억이었다.
“이… 이 미친놈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남궁소룡이 버럭 소리쳤다.
“어디서 거지같이 구르면서 살다가 기어 들어온 주제에! 기껏 상대해 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이게!”
“혀, 형님!”
갑자기 발끈하여 소리치는 남궁소룡을 남궁웅이 당황하며 말리려 했다.
그러나 남궁소룡은 동생의 팔을 거세게 뿌리쳤다.
“이거 놔! 내가 쟤한테 쌓인 게 얼마나 많은지 알잖아!”
설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얘를 따로 만난 적이 있던가?
‘없는데.’
대화 한번 해 본 적 없지만 쌓인 게 많을 수도 있는 거구나.
“아버지께서 설화 누이를 만나면 잘 대해 주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미쳤냐! 내가 왜 얘랑 잘 지내? 이 더러운 거지년이랑!”
“형님!”
남궁소룡이 설화를 손가락질했다.
“너! 할아버지께서 벌모세수를 해 주셨다 해서 네가 뭐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을 줄 알아! 가문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은 나니까!”
‘아하, 이래서 나를 싫어하는 거구나.’
자신은 못 받은 벌모세수를 받고 하루아침에 장손녀로 인정받으니 제 딴엔 억울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설화로선 가소로울 뿐이었다.
“내가 보기에 넌 가문을 버릴 상인걸.”
“이, 더러운 거지 주제에! 네가 뭘 안다고 헛소리야! 죽고 싶어?”
“죽여 봐. 할 수 있으면.”
“이익…!”
남궁소룡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자신을 떠받드는 아이들 앞에서 말싸움이 밀리니 분해 보였다.
“죽여 버리겠다!”
결국, 남궁소룡이 검을 빼 들었다.
설화 역시 검 손잡이를 쥐려는 순간.
“그만!”
귀를 파고들어 오는 공력을 실은 목소리에 설화가 인상을 찌푸렸고, 다른 아이들은 귀를 틀어막았다.
“으아악!”
“으윽….”
설화는 검을 잡으려던 자세를 풀고 연무장 안으로 들어오는 이를 바라보았다.
적룡대주 남궁장양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직계라는 분들께서 모범이 되어야지 어찌 싸움박질이나 하고 있는 겁니까!”
성큼성큼 다가온 적룡대주는 설화와 소룡을 떨어트려 놓으며 사이에 섰다.
“아가씨께선 처음 오신 날부터 이리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시면 안 되지요! 아직 수련을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이러시면 어쩌신단 말입니까!”
적룡대주는 대놓고 설화를 타박했다.
시비를 먼저 건 것도, 검을 빼 든 것도 소룡이었지만, 그는 어느새 소룡을 보호하는 위치에 서 있었다.
‘알 만하구나.’
적룡대주는 남궁소룡의 사람이라는 거겠지.
그에 대해 불평할 생각은 없다. 소룡은 자신이 오기 전까지 유력한 차기 소가주였을 테니까.
설화는 순순히 포권을 취했다.
“소란을 일으켜 죄송해요.”
남궁장양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그녀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맹랑하다기에 걱정했는데 별거 아니잖아?’
바락바락 대들 줄 알았건만.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다니.
조금 전의 일이 남궁소룡이 일으킨 소란이라는 건 굳이 따져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연무장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백이면 백 남궁소룡 때문에 일어나니까.
알면서도 그녀를 나무란 건 말하자면 기선제압이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에게 겁을 주어 애초에 날뛸 생각조차 못 하게 하려던 것이다.
‘남궁의 아가씨가 됐다고 오만이나 떨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군.’
이리 순순하게 군다는 건 이곳의 세가 누구에게 쏠려 있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앞으론 조심해 주십시오.”
“네.”
남궁장양은 픽, 비웃음을 흘리곤 아이들에게 말했다.
“어서 훈련받을 준비를 하거라!”
그의 말에 남궁소룡을 포함한 아이들이 무기대 쪽으로 우루루 몰려갔다.
목검을 들고 제 자리에 가서 서는 것을 보며 설화도 걸음을 옮길 때였다.
“잠깐.”
남궁장양이 설화의 앞을 막아섰다.
“아가씨께선 저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남궁장양이 제 뒤편을 가리켰다.
연무장 구석진 곳에 타격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곳이었다.
“아가씨께선 오늘 처음 오지 않으셨습니까? 아직 검법을 배우시기엔 무리지요.”
“전 무공을 익혔어요. 듣지 못하셨나요?”
“어디서 어떤 무공을 익히셨든 남궁의 무공은 기본부터가 다릅니다. 그러니 기초부터 다시 차근차근 쌓으셔야 합니다.”
무언가 이상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기초라는 게 뭔데요?”
“우선은 무공의 기본 중의 기본인 삼재검법(三才劍法)부터 시작하시지요.”
설화가 설핏, 표정을 찌푸렸다.
삼재검법은 가로베기, 세로베기, 찌르기. 단 세 가지 초식으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기본 중의 기본인 검법이었다.
아니, 검법이라기도 뭐한 기본 동작.
문제는 그것이 남궁의 기본이라기보다는 그저 검을 처음 잡는 이들이 익히는 기본이라는 것이다.
“남궁의 기초를 쌓으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호오. 지금 삼재검법을 무시하시는 겁니까? 남궁의 기본 공인 대연검법 역시 삼재검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검법이지요.”
역시나 맞는 말이다. 대연검법의 전(前)3식은 검의 기본 동작을 기반으로 남궁의 묘리를 담아 창안한 무공이었으니.
“단순해 보이는 동작에도 세상의 이치가 깃들어 있는 법입니다. 이리 기본적인 것조차 안일하게 여기시면 검을 잡을 자격이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럴싸하게 말하고 있지만, 결국 요지는 이것이었다.
‘가서 타격대나 때려.’
애초에 남궁장양은 설화에게 검법을 가르칠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남궁장양은 이 공자의 부인, 연소란의 말을 떠올렸다.
‘혹여, 지렁이를 키우는 일은 없으셔야 할 겁니다.’
그 말을 할 때의 섬뜩했던 시선을 떠올렸다.
‘적어도 천무제까지는 이 아이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서는 안 된다.’
이미 남궁 내에서 장손녀가 야무지고 무공에 뛰어나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이번, 화산과의 비무에서 그녀가 승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소 부정적이었던 평판이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그 때문에 연 부인의 심기 역시 심히 불편한 상황.
‘천무제에서 이 아이가 무언가라도 보여 줬다간 내 목이 달아날 것이다!’
그러니 애초에 싹을 키우지도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