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6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65화(65/319)
청운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이가 꺼내 온 금룡옥혈보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청운이 못 이기겠다는 듯이 픽, 웃음을 흘렸다.
“대체 어찌 안 것이냐? 내가 경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것을 말이다.”
“가문 전체가 천무제 얘기로 들썩여요. 아버지라고 다를 건 없겠죠. 가문 내의 입지가 좁은 아버지께서 선보일 건 무공인데, 지금의 경지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신 거 아닌가요?”
청운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정확하구나.”
금룡옥혈보를 찾으러 갔을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지만.
“내 딸은… 신선인 것이냐? 모르는 이가 보면 반로환동한 노고수라고 생각하겠구나.”
겨우 열셋의 나이에 이리 통찰력이 깊다니. 마치 제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네게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겠다.”
청운이 하하, 웃으며 설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숨기려 하셨던 건가요?”
“숨기려던 것은 아니다. 네게 도움받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지. 네게 가주가 되겠다고 큰소리쳐 놓고 도와 달라 하면 이 아버지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
남궁청운이 씁쓸하게 웃으며 금룡옥혈보가 든 상자를 매만졌다.
“한데 또 이리 도움을 받았구나. 이 아비가 썩 든든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모양이야.”
“아버지는 이런 영약 없이도 충분히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실 분이라는 거 알고 있어요.”
청운이 조금 놀란 눈으로 설화를 바라보았다.
“초절정뿐이겠어요? 아버지는 그 이상도 가능하신 분이시죠.”
“하하. 그리 띄워 주지는 말거라.”
청운이 손을 내저으며 장난스레 웃어넘겼다.
하지만 설화는 진심이었다.
‘이전 생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의 경지는 화경이었어.’
비록 자신의 손에 죽긴 했지만, 자신과 그의 마지막 비무는 그의 승리였다.
딸의 행방에 대한 거짓 소문을 퍼트려 그의 도착을 늦추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가 남궁이 폐허가 된 뒤에 도착하지만 않았다면.
‘그날 나는 남궁을 무너트릴 수 없었겠지.’
그때의 남궁청운의 경지는 막 화경에 올랐을 때이긴 했지만, 이순(耳順_60세)이 안 된 나이였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의 천하 10대 고수와 비견하여도 떨어지는 재능은 아니었다.
“아버지께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시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잖아요.”
천무제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아흐레.
오늘 하루가 지나갔으니 이제 여드레가 남았을 뿐이다.
청운의 경지는 완숙한 절정에 이르렀지만, 여드레 사이에 초절정의 경지로 올라설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영약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회라는 건 쉽게 오는 게 아니니까요. 이번엔 영약의 도움을 받으세요.”
“하나, 이것은 화산과의 거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냐. 만일 화산이 네가 원하는 조건을 가지고 찾아오면 어찌하려 하느냐.”
“처음부터 금룡옥혈보를 화산에 넘길 생각 없었어요. 그건 다른 방법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나….”
청운이 난감한 듯 표정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건 원래 아버지 것인데요.”
“….”
설화가 유도하긴 했지만, 천궁귀두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은 청운이었다.
진법에 관한 청운의 지식이 없었다면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정말 괜찮겠느냐? 이것이 만리신투의 ‘조각’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는데도?”
거북이 동상의 머리를 깨트렸을 때, 영약과 함께 발견된 만리신투가 남긴 옥패의 조각.
그 조각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설화 역시 모른다.
남궁청운의 말대로 금룡옥혈보가 그 조각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괜찮아요.”
“설화야….”
“사흘 길의 끝에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다 해도 지금 당장 목이 말라 죽어 가는 이에겐 한 모금의 물보다 소중한 건 없잖아요. 물을 마시면 산해진미를 못 먹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살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후에 얻게 될 만리신투의 보물이 무엇이라도 지금 당장의 필요를 채워 주지는 못한다.
지금 당장 청운은 가문 내에서의 입지를 다져야 할 때였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괜찮아요. 아버지.”
설화는 금룡옥혈보가 든 상자를 청운의 손에 쥐여 주었다.
복잡한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청운은 마침내 상자를 꽉, 움켜쥐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마.”
그의 눈빛이 서운함으로 물들었다.
“며칠간 못 보겠구나.”
“….”
“우리 딸, 한번 안아 보자.”
청운이 그녀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설화는 쭈뼛쭈뼛 그의 품에 몸을 맡겼다.
청운이 설화를 꼭 끌어안았다. 그의 손이 딸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반드시 네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오마.”
그 부드러운 토닥임과 품의 따뜻함을 느끼며 설화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슴 언저리가 간질거렸다.
너무 간질거려서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청운은 아침 일찍 필요한 것을 챙겨 천오동에 들어갔다.
금룡옥혈보를 취한다지만 여드레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그 시간 내에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밤낮 잠을 줄여 가며 수련에 매진해도 부족했다.
설화는 새벽 일찌감치 나가 적룡 단원들의 수련을 지시해준 뒤 곧장 돌아와 청운의 준비를 도왔다.
청운을 배웅하고 돌아오니 벌써 내당 수련을 받으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
고개를 꺾어 높다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광활한 하늘은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온 세상을 감싸고 있었다.
두 마리의 새가 지저귀며 하늘에서 서로 맞부딪치고 날아갔다.
마치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 같았다.
“아가씨, 연무장에 가실 시간이에요!”
여율이 신나는 목소리로 말해 왔다.
연무장은 자신이 가는데 어째서 저렇게 신나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응. 가야지.”
“가실 겁니까?”
지금까지 묵묵히 뒤만 쫓던 령이 처음으로 설화에게 물음을 건넸다.
설화는 덤덤한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가야죠.”
령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가 금세 돌아왔다.
“예.”
그것이 끝이었다.
연무장에서 설화가 받은 모욕을 전부 알고 있었지만 그 짧은 반응이 전부였다.
호위 이외의 일에는 간섭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었다.
설화 역시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여긴 적 없었기에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이러다 연무장에 늦으시겠어요!”
* * *
“오늘도 어제 하신 수련을 이어 하시면 됩니다.”
남궁장양은 어김없이 연무장의 구석을 가리켰다. 소룡과 아이들이 키득거렸다.
설화는 남궁장양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제보다도 더 오만한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