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6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66화(66/319)
“허억!”
남궁장양은 저도 모르게 제 목을 부여잡았다.
‘뭐, 뭐야…!’
뭐였지? 방금 그건…!
분명, 목이 베였다고 생각했다. 날카로운 검날이 제 목을 베는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헉, 허억….
남궁장양은 거친 숨을 내쉬며 검을 휘두른 이를 바라보았다.
남궁설화는 여전히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대, 대체….’
그때였다.
남궁설화가 목검을 들어 올렸다.
‘삼재검법 제2식. 종(縱) 베기.’
설화의 검 끝이 하늘을 찍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리 빠르지 않은 동작이었다.
설화의 검이 남궁장양의 몸을 반으로 가르듯 위에서 아래로 일직선을 그으며 떨어졌다.
‘주, 죽는다…!’
남궁장양은 본능적으로 검을 뽑아 그 검을 막아 내듯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스윽―
빠르지도 않은 검은 이번에도 역시 그의 몸을 두 동강 내었다.
“으헉!”
남궁장양이 저도 모르게 두어 걸음 뒷걸음질 쳤다.
몸은 멀쩡했고, 남궁설화는 여전히 저 멀리 서 있었다.
제 몸이 갈리는 듯한 더러운 기분 역시 생생하게 맴돌았다.
‘대체 뭐냐고!’
죽었다. 자신은 분명 죽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저 하잘것없는 검에.
그것이 가능한가? 가능한 일인가?
진정 삼재검법 같은 삼류 검법에서 오의라도 발견했다는 거냐고!
그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설화는 마지막 초식의 자세를 취했다.
‘삼재검법 제3식. 찌르기.’
그러나 마지막 검식은 완성되지 못했다.
“그, 그만!”
남궁장양이 그녀를 멈춰 세운 것이다.
그는 어느새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설화는 검을 내렸다.
남궁장양이 아이들이 있는 방향을 흘낏 쳐다보았다.
“저걸 하란다고 또 하네. 크큭.”
“깨달았다지 않습니까. 하하!”
남궁소룡을 비롯한 아이들은 남궁설화의 검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인지 여전히 키득대며 설화의 검법을 비웃고 있었다.
‘다행….’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장양은 그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자신의 모습에 충격받았다.
뻔히 눈에 보이는 움직임에, 고작해야 횡과 종으로 벤 것뿐인 검에 자신이 위축되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젠장…!’
이런 게 지렁이라고? 이건 괴물이다!
검에 완전히 무지하였다면 그저 착각이라 치부하고 넘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양은 적룡대주이자 절정의 고수.
설화의 이 단순한 검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알기에, 더욱 분했다. 고작 열세 살짜리 어린애에게 위축되다니!
남궁장양이 설화를 노려보며 버럭 소리쳤다.
“검법의 기본을 익히라 하였더니 이게 무엇입니까! 아가씨의 검엔 어떤 이치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설화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래?”
남궁장양은 얼굴이 벌게져서 소리쳤다.
“패도적이군요! 이렇게 패도적인 검은 남궁의 검과 맞지 않습니다! 다시 하십시오! 다시! 아가씨께선 남궁의 검법을 배우기에 한참 부족합니다!”
옆에서 볼 때는 화가 난 것같이 보였지만, 설화는 똑똑히 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 어린 두려움을.
‘어떤 이치도 없다더니 패도적이라고 하네.’
패도적인 것 또한 하나의 묘리인 것을. 사파가 들으면 분개하겠는걸.
“어서 가서 다시 하십시오! 전부!”
설화는 대답 없이 걸음을 돌려 타격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뒤에서 남궁장양의 분개하여 무어라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설화는 다시 타격대를 베었다.
그녀의 뒤편에선 남궁의 검법을 훈련하는 기합이 이어졌다.
남궁장양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화풀이 겸 수련의 강도를 높였고, 아이들은 벅찬 수련의 이유를 알지 못하며 헉헉대야 했다.
* * *
가녀린 손이 분홍빛 꽃을 집어 화병에 조심스레 꽂아 넣었다.
은은한 오후의 햇살이 화병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꽃들을 비추었다.
“그래서, 오늘도 불평 없이 따르던가요?”
화병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꽃을 고심하며 연소란이 나직하게 물었다.
문 곁에 서 있던 남궁장양이 살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도련님의 수련이 끝날 때까지 타격대만 때리다 돌아갔습니다.”
“어디에도 말하지 않았다고요.”
“아시다시피 일 공자님께선 천오동에 들어가셨고… 가주님께선 별다른 말씀이 없으신 것을 보아 말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연소란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휘어졌다.
“자존심은 있다는 것이겠죠.”
“그런 부류가 다루기가 쉽지요.”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자존심이란 지독한 독이다.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는 것을 알면서도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 결국 파멸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널렸다.
소란은 그런 부류를 가장 멍청하다 여기지만, 남궁장양의 말처럼 다루기에는 가장 쉬운 부류였다.
그 자존심을 건드려 주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움직이니까.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섬서의 소문… 말씀이십니까?”
섬서의 소문.
설화가 남궁으로 오기 전 흑도 방파에게서 대환단을 갈취하였다는 소문이다.
화산을 움직인 그 소문은 퍼지고 퍼져 어느새 안휘까지 당도하였다.
연소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 남궁으로 오기 전엔 화오루라는 주루에 몸을 담고 있었다 하더군요.”
“주루…요?”
거기까진 미처 알지 못했던 장양이 멍하니 되물었다. 그의 눈이 금세 크게 올라갔다.
“설마…! 기녀가 되기 위해 길러졌단 말입니까?”
“그건 아닌 것 같지만요.”
“아….”
서걱.
연소란의 손에서 굵은 줄기가 잘려 나갔다.
잘려 나간 줄기가 툭,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연소란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그리 오해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여인의 몸으로 주루에서 하게 될 일이 그런 것밖에 더 있겠어요?”
“…아!”
연소란의 뜻을 뒤늦게 이해한 장양이 탄식했다.
“소문을 퍼트리라는 말씀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