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7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71화(71/319)
설화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었다.
멍하니 가로막힌 검을 바라보던 설화는―.
“…! 헉! 커흡…! 커헉! 헉!”
콜록, 콜록, 막힌 숨을 토해 냈다.
정신없이 숨을 들이마시고 토해 내는 그녀를 누군가 묵묵히 받쳐 주었다.
“헉… 허억….”
숨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 때, 설화는 시선을 들어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굳은 시선으로 그녀를 지켜보던 섭무광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물었다.
“왜 그리 화가 났냐?”
“…제가 화가 났나요?”
“그래. 잔뜩.”
설화가 몸을 바로 세우며 잡고 있던 그의 팔을 놓아주었다.
“아주 흉흉하더만. 살기만 없을 뿐 걸리면 그냥 작살을 내버리겠다는 의지가 만만했다.”
그 정도였구나.
“전 잘 모르겠어요.”
설화가 제 검을 내려다보았다.
분노? 화를 내려던 건 아니었는데.
“뭐, 나쁜 건 아니지.”
섭무광이 크크, 웃으며 설화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넌 좀 화를 내야 해. 울기도 하고. 웃으면 더 좋고.”
설화가 부드러이 입꼬리를 휘며 되받았다.
“저 요즘 자주 웃어요.”
“그런 작위적인 웃음 말고. 그 있잖냐.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해맑은….”
‘꺄르륵’거리는 뭐 그런 아이다운.
보통 열셋의 아이라면 날아가는 나뭇잎에도 웃음을 터트리지 않나? 그런 웃음이 이 아이에게 나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흘낏 보는데, 설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혼인하실 때가 된 거 아닌가요?”
섭무광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뭐라?”
“어디서 들었어요. 아이들이 좋아진 거면 혼인할 때가 된 거라고요.”
“…말을 말자, 이 꼬맹아.”
섭무광이 툴툴대며 설화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 냈다.
‘돌덩어리한테 뭔 말을 하냐, 뭔 말을.’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얼핏 들려왔다.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분명 여율과 령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말해 놨는데.
“어떻게 들어오긴? 담 넘어 들어왔지.”
섭무광이 대수롭지 않게 연무장 뒤편 담을 가리켰다.
이 남궁 안에서 담을 넘어 다닌다는 말을 저리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섭무광뿐일 거라고 설화는 생각했다.
“왜, 불만이냐?”
“아뇨.”
섭무광이 크크, 뿌듯하게 웃다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다. 아니, 드러내는 법을 모르는 아이다.
그런 아이에게서, 그녀의 검에서 느껴지던 분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
설화는 그런 섭무광을 빤히 바라보았다.
‘듣지 못했구나.’
남궁의 사용인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소문이었다.
소문을 퍼트린 이도 바보가 아닌 이상, 소문이 가주의 귀에 최대한 늦게 들어가도록 손을 써 두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도, 가주전 근처에서 그가 아끼는 손녀를 욕할 정도로 멍청한 사용인은 없었다.
그러니 항시 가주의 곁에 붙어 있는 섭무광 역시 소문을 듣지 못했을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 중이었어요.”
“무슨 고민?”
“남궁의 정의는 어디까지 허용되는 걸까, 하는 고민이요.”
섭무광이 의아한 표정으로 턱을 쓸며 고개를 기울였다.
“가만 보면 꼬맹이 너는 참 묘한 구석이 있단 말이지?”
“제가요?”
“안 할 것 같은 생각도 자주 하는 것 같고.”
얼마 전 가주전 앞에서 만났을 땐 가족이 죽으면 슬프냐는 질문이나 하고.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냐?”
“어떻게 아셨어요?”
“네 그 표정.”
섭무광이 설화의 표정을 가리켰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네가 남궁에 처음 왔을 때 짓던 표정이거든.”
정곡을 찔린 설화는 눈동자를 데룩, 굴려서 시선을 피했다.
잠시 먼발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니 그는 여전히 가는 눈으로 설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데?”
“남궁의 아가씨에게 따라오는 권한을 어디까지 사용해도 좋을까요?”
“잡고 싶은 쥐새끼가 있는 거냐?”
“네.”
“내부? 외부?”
“아마도… 내부요.”
섭무광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휘어졌다.
흐흐, 웃는 것이 흑도 같았다.
“내가 가주님 최측근이라 자신 있게 말하겠는데, 적어도 남궁 안에선 네가 뭘 하든 괜찮을 거다.”
“뭘 하든요?”
정말?
“그래. 당주 정도 날리는 것만 아니면야. 그렇다고 막 죽이고 다닐 건 아니잖아?”
“그건 아니에요.”
“그럼 뭐든.”
섭무광이 실실 웃으며 설화의 머리를 다시 한번 헝클어트렸다.
“네가 원하는 거 다 해라. 가주님께선 네 생각보다 너를 더 아끼시는 모양이니.”
그 순간, 다시금 가슴께가 간질거려 왔다.
남궁무천이 생각보다 자신을 더 아끼고 있다는 말을 곱씹을수록 간지러움은 더해졌다.
설화가 인상을 찌푸리며 목 아래를 긁자, 섭무광이 픽,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좀 전에 그거나 다시 해 봐라.”
“좀 전에요?”
“검 좀 보자.”
“아.”
설화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자세를 잡았다. 긴 심호흡 후 검을 휘둘렀다.
쉭― 쉬익―
검기의 잔상이 다시금 허공에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전과는 달리 가볍고 깔끔하기 그지없는 검이었다.
섭무광이 조금 전 어째서 검에 분노가 실렸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