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71)_2
적당히 숨이 차오를 때쯤 설화가 검을 멈추고 섭무광을 돌아보았다.
진지한 시선으로 지켜보던 그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떠냐. 내가 말한 게 뭔지 알 것 같으냐?”
“네. 힘들지 않네요.”
“쏟아 내는 검과 자유로운 검은 다를 수밖에. 검에 감정을 싣는 것은 좋다. 감정은 때론 강기처럼 검을 강하게 만들어 주거든. 단.”
섭무광이 검지를 추켜들었다. 그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하나, 감정에 휘둘려 검을 휘두르지는 마라. 그건 네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짓밖에 안 되니까.”
“….”
“특히, 분노는 눈을 가린다. 판단력을 떨어트린다. 때론 어떤 감정보다 강한 원동력이 되지만, 대부분은 네 목숨을 갉아먹으려 하는 것이 바로 분노다.”
감정을 휘두르되, 휘둘리지 마라.
섭무광이 설화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그러나 말을 끝냈을 때, 섭무광은 씁쓸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내려다보는 아이의 표정에서 어려운 숙제를 마주한 것 같은 감정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검은 가르치지 않아도 깨우치면서, 감정에 대해선 이렇게 무지할 수가.’
이 전각에 오는 동안만 해도 웃으며 돌아다니는 시비들을 한두 명 본 것이 아니다.
이 남궁에서 마음껏 웃지 못하는 아이는 이 아이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다.
“네 녀석이 남궁의 아이만 아니었어도 내 제자로 삼는 것인데. 아깝구나.”
설화가 눈을 깜박였다.
“남궁의 아이라 하여 남궁의 검만 배울 필요가 있나요?”
“…?”
“풍뢰신의 검을 배울 수 있다는 건 제겐 영광인 일이에요.”
풍뢰신은 강호에서 섭무광을 칭하는 별호.
굳이 남궁의 직책이 아닌 강호의 별호를 부른 것은 그의 무위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었다.
풍뢰신은 남궁의 최고 무력대의 대주가 아닌, 그 스스로, 그의 힘으로, 그의 검으로 얻어 낸 별호이니까.
홉뜬 눈을 멍하니 깜박이던 섭무광이 크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거참! 영민한 놈이라니까! 입에 발린 말인 건 알지만 듣기 좋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에요.”
설화는 진심으로 그의 검을 배우고 싶었다.
남궁무천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섭무광의 무위는 10대 고수와 비견될 정도로 높다.
그것도 어떤 문파나 가문에 속한 것이 아닌, 그만의 독문 무공으로 이루어 낸 성과였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무공을 배운다면 세 살짜리라도 알 터였다.
섭무광의 표정이 얼떨결에 진지해졌다.
“…진심이냐?”
“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말이냐?”
남궁의 아이가 남궁의 검을 배우지 않고, 다른 검을 배운다는 것은, 후계자의 자격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다시 말해 남궁의 가주직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가주가 아니면 가문의 비기를 익힐 수 없다는 것 알고 있느냐? 네 할아버지를 보고도 내 제자가 되겠다고?”
남궁무천의 검은, 검의 길을 걷는 이라면 동경할 수밖에 없는 검의 극의 그 자체다.
주변을 압도하는 엄청난 기운과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극도의 중검(重劍).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어, 검을 휘두르고 있으면, 저도 모르는 사이 좇게 되는 검이 바로 남궁무천의 검이었다.
그 검을 포기하겠다니.
“아서라. 나 또한 검의 길을 걷는 자로서 솔직히 추천하지 않는다. 나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스승이긴 하겠다만, 네 할아버지는 검황이 아니냐?”
“남궁의 검을 배우지 않겠다는 게 아니에요.”
“네가 아무리 무(武)의 천재라도 두 개의 길을 동시에 갈 수는 없는 법이다.”
“두 개의 길을 가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하면?”
설화가 잠시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