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74)_2
유강은 살며시 일어나 장문인 쪽으로 다가갔다.
시선은 바닥을 향한 채로 설화가 건네준 쪽지만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제자리로 돌아왔다.
노운이 조용한 움직임으로 쪽지를 펼쳐 보았다. 이내 짧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내용을 아느냐?”
“보았습니다. 남궁소저가 믿지 못하겠으면 보라고 하였습니다.”
[개심안(開心眼) 견비도(見秘道)]‘마음의 눈을 열면 숨겨진 길을 볼 것이다.’
“이 내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아는 것이더냐?”
“알지 못합니다. 다만, 장문인께서 보시면 아실 것이라 하였습니다.”
“…!”
쪽지를 든 노운의 손이 떨려 왔다.
“또 무슨 말을 하였느냐.”
“아무도 믿지 말라 하였습니다. 화산에서 오로지 장문인과 저를 믿고 있다 하였습니다.”
“…?”
들을수록 묘한 말이었다.
얼굴 한번 마주하지 않은 남궁의 여식이 자신을 믿는다니? 아니, 장문인인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하필 유강인 것인가?
그러나 우연이라 넘기기엔 정황이 명확하게 한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궁의 여식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
어쩌면, 2년이나 풀지 못한 이 숙제를 푸는 방법마저도.
노운은 긴장된 침을 삼켰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강아, 남궁에 다시 한번 다녀와 줄 수 있겠느냐?”
* * *
어김없이 새벽 훈련을 마치고 연무장을 나서는 길. 연무장 앞에는 의외의 인물이 설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흑룡대주 남궁혁이었다.
“설화 아가씨를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대주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는 청운과 거리 나들이를 나갔을 때 호위를 맡았던 적 있었다.
일룡, 이뫼, 삼봉을 만나고 오는 길에 하마터면 들킬 뻔했던 이가 바로 그였다.
“새로운 호위는 마음에 드십니까?”
남궁혁이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물어 왔다.
“네. 무척이요.”
“다행이군요. 혹여 아가씨께 예의 없이 굴까, 걱정했는데 말입니다.”
남궁혁의 눈동자가 령을 짧게 담았다.
“그런 건 없었어요. 요즘엔 령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아요.”
“저런. 령이 재미있는 성격은 아닌데. 그럴 줄 알았다면 입담이 좋은 아이를 붙여 드릴 것을 그랬습니다.”
“괜찮아요. 전각에 이미 그런 친구가 있어서. 근데, 무슨 일이세요?”
남궁혁이 인자한 미소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들었다.
“가주님께서 찾으십니다.”
새벽 수련이 끝나는 시간은 진시(辰時_7시~9시)가 반 시진 지나가는 무렵.
보통 하루를 시작하고 있을 시간이니 찾거나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남궁무천은 설화와 적룡 11단의 수련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알지만, 애써 모르는 척하고 있던 것을 흑룡대주를 보내면서까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소문을 들으셨구나.’
이렇게 급하게 부르시는 걸 보면, 화가 나신 걸까. 소문에 대처하지 않은 것에.
“바로 가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흑룡대주의 물음에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이 끝나자마자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을 텐데도 꽤나 여유로운 물음이었다.
아마 자신을 배려하는 것일 터였다. 조급함은 아이를 불안하게 할 수 있으니까.
“바로 갈게요.”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