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7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75화(75/319)
설화는 곧장 흑룡대주를 따라 가주전으로 향했다.
그러나 남궁무천을 만나기 전에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었다.
가주전 전각 입구에서 흉흉한 눈빛을 띠고, 팔짱을 낀 채로 불길을 뿜어내는 이는 다름 아닌 섭무광이었다.
“꼬맹이, 너….”
그는 설화를 보자마자 화륵, 불타올랐다.
“왜 말을 안 하냐, 왜! 그런 일이 있었으면 말했으면 좀 좋냐? 앙? 어제 갔잖아! 잘 있는지 친히 확인하러 가 줬으면 이때다, 하고 이르기라도 하지 그랬냐!”
왁왁 대는 그를 보며 설화는 그가 곧 타 버려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하며 대답했다.
“하지만 이를 정도로 큰일이 아니었는걸요.”
“그게 큰일이 아니면 대체 뭐가 네놈한테 큰일인데?”
“음식에 독을 타거나, 침실에 불을 지르는 것 정도는 되어야 큰일이라고 할 수 있죠.”
“뭐…?”
“저는 주루에 있었어요. 거긴 여기보다 훨씬 더러운 비방과 술수가 판치는 곳이었고요. 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이들이 항상 주위에 있었어요.”
섭무광이 입을 쩍, 벌렸다.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죠.”
그 순간 가주전이 쿠궁, 하고 울렸다.
잠시간 흔들렸다가 가라앉는 가주전을 올려다본 설화는 걸음을 옮겼다.
“할아버지께서 부르시네요. 가 볼게요!”
설화는 굳어 있는 섭무광을 지나쳐 가주전 안으로 쏙, 들어갔다.
령은 쭈뼛거리며 여전히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섭무광의 곁에 섰다. 설화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기 위해서였다.
‘비풍대주님께서 이런 분이셨구나.’
조금 신기한 눈으로 그를 흘낏거리는데, 누군가 그녀의 뒤통수를 따악― 내려쳤다.
“아악!”
머리가 울리는 고통에 령이 뒤통수를 부여잡았다. 눈물을 머금고 때린 이를 노려보았다.
“아, 뭡니까!”
주먹을 말아 쥐고 서 있는 이는 흑룡대주 남궁혁이었다.
“호위라는 놈이 아가씨께서 추잡한 소문에 비웃음당하시는 걸 보고도 그냥 둬? 네가 그러고도 호위라 할 수 있느냐?”
령이 뒤통수를 문지르며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럼 어쩝니까? 아가씨께서 그냥 두라고 하시는데 말입니다.”
“아가씨께서 그냥 두라 하였다고 정말 두고만 보고 있었단 말이냐? 한 대 더 맞을래?”
손을 추켜올리는 남궁혁의 동작에 령이 방어하며 소리쳤다.
“하면 섬기는 분의 명을 거역합니까?”
“가주님께서 뒤늦게 소문을 듣고 얼마나 상심하셨는지 아느냐? 빨리빨리 보고라도 하든가!”
“그 또한 아가씨의 명이셨습니다!”
“그래도 이놈이…!”
령이 머리통을 감싸 쥐며 빼액 소리쳤다.
“제 주군은 아가씨이십니다! 전 주군께서 시키시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허어.”
남궁혁은 들었던 손을 내리지도 못한 채 탄식했다.
죽어도 호위는 싫다 하더니만 이제는 저 어린 아가씨를 위해 죽기까지 할 기세가 황당했다.
남궁혁은 다시금 탄식하며 손을 내렸다.
흐트러진 소매를 털어 정리하는 그의 입가의 미소는 한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 * *
문을 두드리자 곧바로 들어오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방 안으로 들어가니 남궁무천과 총관 남궁문이 있었다.
설화는 두 사람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이리 가까이 오거라.”
설화가 책상 앞으로 나아갔다.
“얘기 들었다. 어찌 말하지 않았느냐?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라 하지 않았느냐.”
“힘들지 않았어요.”
조금 전 손녀와 섭무광의 대화를 떠올린 남궁무천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아이가 쉬운 세월을 보내지 않았음을 알지만, 그 민낯을 마주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느냐. 내 마음 같아선 소문을 퍼트리는 이들을 전부 벌하고 근원을 찾아 혀를 뽑아 버리고 싶다만.”
가주인 만큼, 남궁무천은 이미 해결 방법과 과정을 전부 생각해 두었다. 그러나 실행하기 전에 설화를 불러 뜻을 묻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 일에 네가 의도한 바가 있느냐?”
혹여 이 일이 설화의 계책일까, 해서였다. 소문이 퍼진 후 설화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의도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소문은 그냥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남궁무천이 눈썹을 휘었다.
“판을 키울 작정이구나.”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상황을 이용할 수는 있으니까요.”
“해결 방법이 있는 것이냐?”
“보여 줄 생각이에요.”
“무엇을?”
“힘이요. 그런 하찮은 소문 따위로는 무시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이요.”
남궁무천의 눈빛이 반짝였다.
‘천무제에서 파훼검을 보일 생각이로군.’
남궁의 검법을 무력화시키는 파훼검법.
남궁의 검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가문인들이니, 확실히, 지금의 소문을 잠재울 정도의 충격이기는 할 터였다.
“나쁘지 않구나.”
천무제라면 파훼검을 선보이기에 시기적으로도 적당하니.
“하면 그날, 네가 천무지체를 타고난 것도 공표하는 것이 좋겠구나.”
하나로도 놀라운 것을 두 가지나 보여 준다면 충격의 여파는 배가 될 터.
그 정도의 충격이라면 설화의 소문을 잠재우는 것뿐 아니라 그날 이후 누구도 설화를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아이가 후에 자라나 지금의 10대 고수들보다도 크게 되리라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나 다름없으니.
“소문을 퍼트린 이들의 처벌은 그때까지 미뤄 두도록 하마. 이러면 되겠느냐?”
역시 남궁무천이다.
몇 마디의 대화만으로도 지금 당장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더할 나위 없어요.”
“그래.”
남궁무천이 설화를 바라보았다.
소문을 들었을 때, 어찌나 속이 뒤집히던지.
‘크게 동요하지 않는 아이니 담담할 것은 예상했지만.’
힘들어하지 않길 바랐지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씁쓸한 기분이다.
차라리 평범한 아이처럼 울고불고 떼를 쓰며 혼을 내 달라고 했다면 도리어 나았을까.
‘천무제가 끝나면.’
아이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나면, 소문을 퍼트린 자를 색출해 반드시 혀를 뽑아 버리리라.
남궁무천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설화야.”
“네. 할아버지.”
“네 뒤에 누가 있는지, 잊지 말거라. 너는 내가 아끼는 내 손녀이다. 알겠느냐?”
더없는 신뢰가 묻어 나오는 말이었다.
덤덤하게 물음에 답하던 설화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네. 할아버지.”
“그래. 더 필요한 것은 없느냐?”
설화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있어요.”
“…?”
“할아버지께 부탁드릴 것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