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75)_2
다소 다급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말에 잠시간 멍하니 있던 남궁무천의 표정이 일순, 밝아졌다.
“그래. 무엇이 필요하더냐?”
* * *
가주전을 나와 전각으로 돌아가는 길.
묵묵히 걸어가던 설화가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고 옆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곁에서 걷고 있던 섭무광이 시선을 느끼곤 움찔 떨며 모르쇠, 고개를 돌렸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
“음? 나 말이냐?”
“여기 비풍대주님 말고 누가 계시나요?”
“얘.”
섭무광이 령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다 빤히 바라보는 설화의 시선에 헛기침하며 또다시 모르쇠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설화가 설핏,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가주전을 나오고부터 줄곧 설화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것도 흉흉한 기운을 잔뜩 풍겨 대며 주위를 노려보면서.
그 탓에 마주치는 사용인들마다 그의 눈치를 보며 피해 가기 바빴다. 덕분에 더 많이 주목받고 있었고.
“하실 말씀 있으셔서 나오신 것 아닌가요?”
“아 글쎄, 없다니까? 그냥 바람이나 좀 쐴 겸 나온 거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가던 길 가라.”
아무래도 따라오는 이유를 말할 것 같진 않았기에, 설화는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섭무광은 전각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의 곁을 지켰다.
* * *
“아― 가― 씨이―!”
전각으로 돌아오니 밝은 목소리가 설화와 령을 맞았다.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오셨어요? 시장하시죠?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았어요! 아! 목욕물도요! 어서 들어오세요!”
여율은 참 밝은 아이였다. 어떻게 이렇게 항상 밝을 수 있을까 궁금할 정도로.
여율은 설화가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내내 종알거렸다. 대부분 식사에 준비된 음식들에 대한 얘기였다.
설화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이 가문 내에 퍼지며, 여율은 이렇게 설화의 기분을 좋게 해 주려 애쓰고 있었다.
“아 참, 의약당주님께서 다녀가셨어요!”
설화가 무복의 매듭을 풀던 손을 멈추고 여율을 돌아보았다.
“의약당주께서?”
초련이 왜?
“탕약을 주고 가셨어요. 기운을 북돋아 주는 탕약이래요. 아, 그리고 이것도 주고 가셨어요.”
여율이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설화에게 내밀었다.
향낭이었다.
“생긴 건 향낭인데 약재 향만 나는 것 같더라구요? 아가씨께서 좋아하실 거라던데… 향만으로 효과 있는 약재가 있나요?”
향낭을 받아 든 설화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약재 향.’
의약당에 갈 때마다 약재들을 구경하고 향을 음미하곤 했던 것은, 그 향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인 건 몇 번 안 될 텐데. 그것을 기억하고 챙겨 준 건가?
향낭의 향을 맡아 보았다. 여율의 말처럼 약재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 나왔다.
다른 향낭처럼 향이 강하지는 않지만, 깊이 들이마시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향.
“좋다.”
의약당주도 소문을 들은 것이겠지.
탕약을 가져다준 것도 이 향낭도. 그녀 나름의 위로인 것이겠지.
‘혈교에 있을 땐 툭하면 웃는 얼굴로 사람을 죽이기에 이상하게만 생각했는데.’
원래의 초련은 이렇게 세심한 사람이었던 걸까?
향낭을 잠시간 바라보던 설화는 향낭을 허리춤에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했다.
약재의 향이 은은하게 올라왔다.
“배고프다. 밥 먹자.”
조금 전보다 밝아진 설화의 표정에 여율은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