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7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79화(79/319)
* * *
천무제 전날은 큰 소란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시비들도 무사들도 가문의 어른들도 모두 천무제 준비로 바빴다.
쉭― 쉬익― 쉭!
설화는 전각의 연무장에서 홀로 수련했다.
오늘은 찾아오는 이가 없어서 아주 오랜 시간 검술 수련에 매진했다.
무복이 땀에 흥건하게 젖을 때까지 검을 휘두르던 그녀는 해가 기울어질 때가 되어서야 수련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깨끗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반가운 사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화야.”
“…아버지?”
남궁청운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가 설화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그의 표정이 어쩐지 조금 슬퍼 보였다.
“안아 보자. 내 딸.”
남궁청운이 설화를 꼭 끌어안았다.
그에게서는 여전히 청량한 향기가 났다.
청운은 설화를 꽉 끌어안았다.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꽉.
“미안하다.”
물기에 젖은 그 목소리에선 미안함과 그리움이 묻어나왔다.
‘소문을 들으셨구나.’
못 들었을 리 없다. 자신에 대한 소문은 이제 세가의 모든 이들의 입에 시도 때도 없이 오르내리고 있으니.
가주인 남궁무천이 소문을 내버려 두는 것이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욱 부추겼다.
주루에 있었다는 것으로 시작한 소문은 점점 왜곡되어 이젠 가주마저 외면한 아이로 나아가고 있었다.
“내가 너만 두고 폐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네 곁에 있어야 했어. 미안하다. 미안하다, 설화야.”
수련동에서 나온 후 소문을 들은 청운은 곧장 가주전을 찾아갔다.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천무제고 뭐고 아이를 욕보인 놈들을 찾아내 전부 사지를 절단하고 싶었으나, 남궁무천이 그를 말렸다.
‘소문을 키워 역이용할 생각인 듯하였다. 네 분노는 이해하나 분노에 눈이 멀어 숲을 놓치지 말거라.’
그 말은 즉, 아이는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설화는 언제나 숲을 보았지.’
영리한 아이이니 분명 뜻이 있을 터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아이가 받는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설화야.”
청운은 아이를 더욱 꽉 끌어안아 주었다.
“이 아버지는 너를 지키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것이다. 너만 웃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으니 힘들면 얘기하거라.”
청운이 조금 떨어져 미소 지었다.
“그땐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자꾸나. 한가로이 농사를 짓는 것도 좋고, 새외를 돌아보는 것도 좋겠지.”
선선한 미소에선 진심이 느껴졌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꾸나.”
그것이 그의 말이 가벼운 농담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설화가 청운에게서 조금 떨어지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남궁청운에게선 폐관에 들어가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고강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성공하셨네요.”
“전부 네 덕이다. 폐관에 들어가니 두고 온 네가 보고 싶더구나. 하여, 최대한 빠르게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했지.”
아무리 금룡옥혈보를 썼다고 하지만, 기간 내에 초절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한데, 그것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리고 네게 줄 것이 있다. 설화야.”
남궁청운이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설화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알아본 설화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이건….”
청운이 내민 것은 금룡옥혈보였다.
“쓰지… 않으신 건가요?”
이걸 쓰지 않고도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셨다고?
청운이 선선히 웃으며 설화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네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아비가 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더냐. 딸에게서 소중한 물건을 빼앗는 아비는 좋은 아비가 될 수 없지.”
“하지만 어떻게….”
남궁청운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이 시기던가?
기억이 흐릿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은데?
“네게 자랑스러운 아비가 되고 싶었다. 그것만 생각하며 수련에 매진했지.”
경지를 올리는 것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 놀라운 일이다.
가히 기적이라 부를 정도로.
“이 정도면 자랑스러운 아비지?”
그는 제 약속을 지킨 셈이었다. 그녀를 위해서, 딸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말을.
청운의 미소는 놀라울 정도로 맑았다.
그 미소가 티 없이 맑고 청량해서 설화는 마주하지 못하고 시선을 내렸다.
이전 생에서도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람. 이번 생에도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피부로 와닿는 그 사실을 마주하자 목구멍이 간질간질했다.
“네. 정말 자랑스러워요.”
청운의 노력에 화답하듯 설화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대단하세요. 아빠.”
아버지가 아닌 처음으로 듣는 ‘아빠’라는 말에 청운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떨리는 시선은 오로지 설화를 담고 있었다.
‘…아이가 마음을 열어 주었구나.’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라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하하하.”
청운은 아이와 이마를 맞대고 웃음을 터트렸다. 설화가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는 것이 보였지만, 그 모습조차 청운에겐 귀엽기만 했다.
“그럼, 설화야. 이제 이 아빠에게 네 생각을 말해 줄 수 있겠느냐?”
“…?”
“이번엔 이 작은 머리통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어디 한번 들어 보자꾸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그의 미소만큼이나 부드러웠다.
한없는 애정이 담긴 손길은 이전 생에선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잠시간 망설이던 설화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청운은 설화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아이와 눈을 맞추며 가만히,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 *
“천무제를 시작한다!”
남궁무천의 외침에 내당의 가장 큰 중앙 연무장에 모인 이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10조로 이루어진 내당 검대와 그 뒤를 잇는 10조의 외당 검단.
그들의 앞에 선 다섯 기수가 각자의 색으로 물든 깃발을 흔들었다.
깃발이 하늘을 향해 펄럭일수록 무사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마치 자신들의 무력대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중앙 연무장을 두르고 있는 크고 웅장한 2층 전각의 노대 위엔 중앙의 남궁무천과 직계들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남궁의 중심들이 자리했다.
당주들과 장로들 그리고 원로회까지.
그야말로 남궁의 거대한 세력이 한자리에 모인 웅대한 행사였다.
뿌우― 뿌우우―
둥둥― 둥둥―
커다란 뿔나팔 소리와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가 천무제의 시작을 알렸다.
무사들의 환호성이 하늘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