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8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81화(81/319)
“너 정말로….”
“그만하쇼, 형님.”
섭무광이 다시금 남궁무강의 앞을 가로막으며 설화를 흘낏 보았다.
가주의 뜻에 따라 그를 막고 있긴 하지만, 설화의 말에 놀란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검법을 파훼하는 것은 웬만한 눈과 오성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거기에 검술 실력 역시 받쳐주어야 하지.’
그뿐인가? 검법을 파훼하기 위해선 그 검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냥 아는 것이 아닌, 완벽한 대성을 이루어야 그나마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단 말이다.
‘그걸 꼬맹이가 했단 말이지.’
꼬맹이의 경지는 절정.
문제는 남궁에 온 날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련동에서 가주께서 아이에게 무공을 가르쳤을 수 있겠지만. 고작 열흘이다. 열흘 동안 검법을 대성하고 파훼검을 만들 수가 있는 건가?’
그게 진정 가능한 일인가? 그것도 고작 열세 살 아이에게?
‘아무래도 무천 형님만 알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군.’
꼬맹이는 비밀이 많다. 꽤 위험한 비밀도.
남궁무천이 감추어 줄 정도라면 아마 그쪽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진짜 궁금한데.’
마음 같아선 남궁무강처럼 지금 당장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삼켰다.
“…보는 눈도 많은데 이만 자리로 돌아가쇼. 꼬맹이 말처럼 남은 비무라도 제대로 보려면 술 좀 깨시고.”
“그리 말 안 해도 갈 거다, 이놈아. 이 검 좀 치워라.”
남궁무강은 끝까지 툴툴대며 자리로 돌아갔다.
늦긴 하였지만, 무학당주의 도착으로 가문의 모든 이들이 천무제에 참석했다.
천무제는 다시 이어졌다.
설화의 말대로 외단 무사들의 비무가 이루어지던 도중 네 명의 무사들이 파훼검법을 써서 승리했다.
그때마다 설화는 자신을 향해 꽂혀오는 남궁무강의 시선을 느껴야 했다.
아니, 어디 남궁무강뿐이랴?
그것이 파훼검이라는 것을 알게 된 모든 이들이 설화를 주목하고 있었다. 남궁무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흠.’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었다기에 직접 선보일 줄 생각했건만.’
어째서 설화가 아닌 외당 무사들이 파훼검을 보인다는 말인가.
‘충격도 거듭되면 익숙해지는 법.’
그 말을 증명하듯 네 번째 무사가 파훼검을 보인 지금은 처음 보였을 때에 비해 지켜보는 이들의 반응이 미지근하지 않은가.
그뿐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남궁에 오자마자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검법을 만들다니. 혹 아가씨께서 남궁으로 돌아온 데에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오?”
“내 듣기론 주루가 아닌 흑도 방파에 있었다 하더이다. 그러니 혹시 모르는 일이긴 하지.”
“파훼검을 직접 고안한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자신이 했다고 자부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요?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 아닌가.”
저들끼리 속닥이는 장로들의 대화를 들은 남궁무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파훼검을 미리 보인 탓에 여론이 좋지 않아졌다. 기녀라는 소문에 더해 남궁을 대적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
‘이 상황에 혹여 설화가 파훼검을 선보이기라도 한다면.’
소문이 잠재워지긴커녕 좋지 않은 방향으로 와전될 가능성이 크다.
남궁무천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설화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무를 지켜보는 설화의 표정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 * *
외당 무사들의 비무가 끝났다.
비무를 전부 마쳤으나 분위기는 묘했다.
모두가 한껏 달아올라 비무에 대해 떠들고 있었지만, 그들의 신경은 온통 파훼검과 파훼검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설화에게 가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무학당주인 남궁무강을 가주 남궁무천이 잠재웠음을 알기에 누구도 쉬이 그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검대의 비무를 시작하겠다! 비무의 형식은 자유 비무이니 실력을 보일 자는 비무대 위로 올라오거라!”
곧바로 내당 무사들의 비무가 시작되었다.
흑룡대주가 비무의 시작을 알리자, 흑룡 3대 대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이어서 황룡 3대의 대원이 비무대로 올라왔고, 두 사람은 비무를 시작했다.
챙- 채챙- 챙!
치열하게 오가는 공방을 지켜보며 설화는 생각했다.
‘같은 수준의 상대가 나가는 게 보통이구나.’
내당 무사들의 비무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이루어졌지만, 그 속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했다.
‘3대에 속한 대원이 나오면 3대 대원 중 하나가 상대로 나온다.’
5대면 5대, 8대면 8대.
비무를 위해 뛰어 올라와 소속을 외치면 다른 검대 중 수준이 비슷한 맞수가 나가는 것이다.
외당 무사들까지 있는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으니 저들끼리 정한 불문율인 듯했다.
‘보여주기식 비무라 이건가.’
천무제가 본래 무위를 보여주기 위함이지만.
목숨 걸고 비무를 펼치는 외당의 비무와는 달리 그저 즐겁고 활기찬 축제일 뿐이다.
검대들은 제 소속 대원에게 환호하고, 몇몇 원로들과 장로들은 그 열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며 사담을 나누었다.
비무의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천무제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였다.
“적룡 8대 남궁각수라 하오!”
적룡대의 대원 하나가 제 소속과 이름을 외친 뒤 비무대 위로 걸어 올라왔다.
‘왔구나.’
설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음했다.
– 일룡.
한쪽에서 하품하며 비무를 지켜보던 일룡이 화들짝 놀라며 설화를 바라보았다.
외당 삼 형제 중 가장 맏이인 그는 그늘 한쪽에서 이뫼, 삼봉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까부터 비무장을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설화와의 약속 때문에 억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때가 되었다.
일룡의 시선이 잘게 흔들렸다.
그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비무장을 향해 소리쳤다.
“적룡 16단 일룡이 가주님께 아룁니다!”
그의 목소리가 소란하던 비무장을 뚫고 퍼져나갔다.